날티 나는 그 남자

22. 커플인 거 너무 티내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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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 내에 회사 안에서 다 들키겠네….




 그것이 윤기가 승아를 바라보는 눈빛을 본 후 김대리가 내린 결론이었다. 사실 일주일도 길게 잡아준 거였다. 천부장이 워낙 눈치가 없어서 말이다. 남의 연애 사정에는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헛다리는 또 어찌나 잘 짚는지. 그럼에도 석진은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아무리 옆에서 조언해줘봤자 사랑이라는 것에 눈이 멀어버린 커플에게 하는 조언은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아무리 말해줘도 말이 통하지를 않았다. 왜냐?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하니까. 옆에서 보면 얼마나 티가 잘 나는지 당사자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도 승아 씨는 천부장 아래서 함께 고생한 동지니까 조금만 더 도와줘보자고 다짐하는 석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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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주임 님~ 같이 구내식당에서 밥 먹을래요? 물론 윤기 씨도 같이.
- 와, 하하.. 오랜만에 구내식당 좋죠..! 민사원 님도 괜찮으시죠…?




 이 커플들은 또 눈알을 열심히 굴려가며 소통했다. 3초 쯤 지났을까, 윤기는 입꼬리를 삐그덕거리며 겨우 미소를 지어내보였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오붓하게 둘이서 따로 밥을 먹으려 했건만 돌연 불청객이 끼어든 것이다. 승아는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자 눈치를 보느라 눈이 팽글팽글 도는 듯 했다. 석진은 물론 속으로 웃으며 미안해했다. 향수에 젖기도 했다. 나도 좀 더 순수했던 시절엔 저랬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윤기는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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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 그럼요. 괜찮죠.




 윤기는 식사 메뉴를 고를 때에도 골머리를 앓아야했다. 아직 사귄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윤기는 승아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았고 김대리는 같은 회사 같은 팀 직원으로서 함께 지내온 시간 때문에 아는 게 많아 윤기의 자존심이 구겨졌던 것이다. 덕분에 윤기의 속은 질투가 폭발해 엉망이었다.




- 승아 씨, 그거 알아? 오늘 돈가스 나온다던데!
- 와, 진짜요??
- 돈가스.. 좋아하시나봐요..
- 하하, 윤기 씨는 잘 모르겠구나? 우리 회사 구내식당에서 남주임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거든.
- 아.. 그렇군요.




 승아는 죽을 맛이었다. 나름 눈치가 있는 그녀는 편한 사회생활을 위해, 그리고 고의가 아닌 상황에서 눈치없이 행동하는 것들까지 포함해서 대외적으로는 적당히 눈치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윤기가 느낄 부정적인 감정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당연했다. 남자친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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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구내식당에서 먹으니까 이것도 나름 괜찮네요. 나랑 같이 밥 먹어줘서 고마워요.




 윤기는 속으로 말했다. 눈치도 좋은 것 같은데 왜 굳이 커플 사이에 껴서는…. 석진은 그런 윤기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이 상체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 사실은 할 말 있어서 같이 밥 먹자고 했어요. 커플인 거 너무 티내진 말고 조심해요? 그러다 금방 들켜~ 아.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참고로 난 회사 밖에 소중한 여자친구님이 있어요. 그러니까 나 너무 미워하진 말아요? 그럼 전 먼저 가볼게요. 남은 시간 동안 안 들키게 데이트 잘해요. 아. 그리고 탕비실은 좀 위험하니까 점심시간엔 차라리 근처 카페까지 갔다가 따로 들어와요. 안녕~




 윤기와 승아는 멍하니 앉아 떠나는 석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덜그럭거리며 식판을 정리했다.




-




 둘은 석진의 조언대로 장소를 옮겨 회사 근처에 위치해 있으나 사람들이 잘 찾지 않을 구석진 카페로 피신했다. 윤기는 승아의 어깨에 기대어 무심결에 부비적거리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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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 무, 뭐, 뭐가요…?
- 김대리 님 말이예요. 여자친구 있으신 줄도 모르고 엄청 질투했잖아요, 내가. 아무래도 나 때문에 들킨 것 같아요.
- 그, 괜찮아요.
- 부정은 안 하네요.
- 하하,,
- 근데도 어쩔 수가 없었어요. 나 이렇게 질투 많은 사람인 줄 몰랐거든요? …근데 질투가 나. 그 사람이 남자친구인 나보다 아직 승아 씨에 대해 더 많이 알 수도 있다는 것도 싫고, 우리 데이트 하기로 했는데 구내식당에서 밥 먹기로 했을 때 승아 씨가 나 민사원이라고 부르면서 거리둔 것도 서운했어. 나 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구차하고 찌질해 보일까 봐 이런 거 혼자 삼키거나 버려버리는데, 승아 씨 앞에만 서면 달라져요.




 윤기는 승아의 품을 파고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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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진짜 좋아한다는 감정인가 봐요.




 으아아아아아아악악!!!! 승아는 속으로 한 마리의 까마귀가 되어 비명을 질러댔다. 승아는 고장난 듯하면서도 자신의 품을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윤기를 안아주었다. 왠지 온 몸이 간질간질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저, 저도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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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우리 둘 뿐이네요?
- 그, 그렇게만 말하면 이상하잖아요…!
- 뭐가 이상한데요? 승아 씨 이상한 생각했어요? 키스하는 상상이라도 했으려나.
- 아니…!! 그게 아니라….!
- 승아 씨 얼굴 빨개졌어요.
- 이씨…! 진짜 나빠요!!




 승아는 회사로부터 멀리 떨어져 집 근처로 가는 길목에서 마음놓고 윤기를 때렸다.(?) 그래봤자 솜방망이였지만 말이다. 윤기는 맞은 주제에 그리도 좋은지 환하게 웃으며 승아에게 뽀뽀를 하고는 도망했다. 승아는 멍하니 있다가 발끈한 상태로 술래가 되어 윤기를 뒤쫓았다. 잡히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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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가… 니가 뭔데 윤기 옆에 있어….




 까득, 까득. 손톱을 물어뜯는 소리가 본인의 귓가에도 거슬렸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윤기의 옆자리를 차지한 어디서 뭐하는지 모를 여자를 보고 있으면 부아가 치밀어 올라 무어라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여자는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손톱을 씹어대며 중얼거리기를 반복했다. 니가 뭔데 윤기 옆에 있어. 윤기는 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