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아는 발개진 얼굴로 윤기의 품에서 떨어지려했다. 정확히는 키스타임이 끝나고 서로의 입술이 떨어진 후 부끄러움 때문에 상체를 윤기의 반대 방향으로 기울이려 한 것이었으나 승아의 허리에 둘러진 윤기의 양팔에 갇혀 보기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윤기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 언제는 내 입술 밖에 안 보인다더니 이젠 벌써 질려요?
- 아, 아니거든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헉….!
승아는 순간 제 귀를 의심했다. 윤기를 만나고부터 속으로만 말한다는 것들이 자꾸만 입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소심하고 조심스럽고 겁 많은 성격에 자꾸만 허술함이 더해지고 방심은 커져가고 있었다. 윤기 앞에만 서면 그랬다. 승아는 부끄러움에 그만 윤기의 눈을 피해 윤기의 가슴팍에 얼굴을 그대로 파묻어 버렸다.
- ….승아 씨.
- 왜요…. 마, 말 걸지 말아봐요, 지금 너무 부끄러워요…..
- 이러고 있는 건 안 부끄러워요…? 나 지금 너무… 미칠 것 같은데. 지금 승아 씨 다시 키스해달라고 시위라도 하는 것 같아요. 나 매너남 하고 싶은데 안 도와줄 거예요? 가만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꾸 날 도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내 여친은.
윤기는 이제야 손에 살짝 줬었던 힘을 풀어 승아의 허리에 양팔을 감은 채 그녀에게서 몸을 떨어트렸다. 그리곤 고개를 비틀고 허리를 살짝 숙여 승아에게 눈높이를 맞추고는 속삭였다. 가까운 거리 때문에 서로의 머리칼과 코가 스쳐 간질거렸다.

- 뽀뽀 한 번만 더 할까요, 우리?
승아는 거짓말일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윤기가 뽀뽀로 끝낼 의도였다고 쳐도 승아 역시 서툰 키스로 저도 모르게 넘어가려 했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마치 루틴같았다. 회사를 마치고, 따로 또 같이 퇴근을 하며 데이트를 하고, 데이트를 마치고 윤기가 승아의 집으로 데려다주면 승아의 집 앞 가로등 아래서, 둘은 뜨겁게 키스하고. 그렇게 매일을 보냈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쳐있었다. 둘은 김대리의 조언을 참고해가며 2주 정도를 무사히 넘겼다. 이렇게 뜨겁게 사귀는데도 말이다.
- 거짓말쟁이.
- 그래서, 싫어요?
- ….진짜 짓궂은 거 알아요?
- 좀 짓궂게 굴어도 봐줘요. 이제 2주 정도 밖에 안 남았잖아요, 사무직으로 같이 일할 시간도.
- …! 벌써 그렇게 됐어요….?
- 응, 벌써 그렇게 됐어요. 원래 현장 기산데 사무실 인력이 모자라서 한 달만 일하고 넘어가기로 한 거니까….
- ….많이 힘들어요? 많이 위험해요, 현장 일은?
- 포크레인 부기사가 그렇게 위험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 그래도…
- 너무 걱정은 말아요. 나 진짜 괜찮아요. 난 그보다 이제 이렇게 여유롭게 데이트할 시간이 좀 줄어들 것 같다는 게 속상한데. 승아 씨는 내 얼굴 볼 시간 줄어들어도 괜찮은가 봐.
- 아니거든요?!!
화제를 돌리며 여우같이 플러팅도 겸사겸사하던 윤기는 펄쩍 뛰는 승아의 반응에 또 웃음이 터져버렸다.

- 귀여워.
- 지, 지금 귀여워 할 때예요?!
- 승아 씨가 귀여운 걸 어떡해요. 귀엽지 말든가요.
- 아, 진짜…!! 내가 뭐가…!
- 하는 행동, 말투, 사소한 거 하나까지 전부 다요.
승아는 주먹을 콩 쥐며 앓는 소리를 내더니 얄밉다며 소리치고는 집 안으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윤기는 아쉬운 듯 집 앞을 한동안 떠나지 못하다 천천히 뒷걸음질치며 돌아섰다.
-
- 미치겠네, 진짜… 내일은 토요일이지…? 내일 윤기 씨랑 집 데이트 하기로 했는데…. 어떡해, 어떡해…!!!
승아는 온갖 상상을 하며 기대감에 부푼 마음 반, 걱정되는 마음 반으로 이불을 걷어찼다. 잠이 오질 않았다.
- 안되겠다…. 술이라도 마셔야지.
승아는 집 앞 마트에 들러 맥주 몇 캔을 사 집으로 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