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나는 그 남자

24. 당장 경찰에 신고해요.





- 제법 쌀쌀하네… 얼른 들어가야겠다.




 승아는 마트에서 맥주를 몇 캔 사들고는 집으로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앞길을 가로막은 한 여자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있을 뿐이었다. 마침 골목에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오싹하게 왜 비켜줄 생각이 없어보일까 의아해했지만 승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괜한 우려일 거라며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 저기… 죄송한데 좀 비켜주시겠어요? 골목이 좁아서…
- 좋아?
- 네…??
- 윤기 옆을 차지하니까 좋냐고.




 쿵. 쿵.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서 자세히 보니 윤기를 쫓아다니다 소박맞았던 그 스토커 전여친인 것 같았다. 광기를 가득 머금은 눈은 정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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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오지 마.
- 하? 누구 마음대로. 윤기 옆에서 떨어진다고 약속하면 다시는 네 앞에 안 나타날게. 어때?
- …그럴 일은 절대 없어.
- 그래?
- 꺄악….!!




 여자는 승아의 머리채를 잡아채 고개를 뒤로 확 젖히더니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뿐 만이 아니었다. 저주의 말들을 퍼부으며 아무리 저항해도 끝까지 승아를 구타하려 들어 어느새 승아의 팔다리는 멍투성이었다.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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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아 씨…!!!




 아쉬움에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고 서성이다 마지막으로 얼굴 한 번 더 보고 가려했던 윤기가 이 광경을 보고는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스토커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곧바로 도주하려 했으나 윤기에게 붙잡혔다.




- 너 뭐하는 거야, 미쳤어?!!!
- 그러게 왜 내가 아니라 이 여자인 건데, 왜!!!
- 너 진짜….!! 하… 승아 씨…!




 윤기는 평생 자신보다 신체적으로 약한 여성을 때리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나 이번만큼은 승아의 꼴을 보고 울컥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라 전여친임에도 불구하고 미진을 가만두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잠시나마 불쑥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승아의 꼴이 정말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산발에 뺨은 잔뜩 부어있었고 팔다리는 멍투성이인데다 여기저기 할퀸 흔적 때문에 피까지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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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경찰에 신고해요.
- 네?
- 그리고나서 병원부터 가요, 우리..
- 네….
- 너….! 너 나는 안 보여??! 저 여자 때문에 나도 다쳤어!
- X발, 너는 좀….! 닥치고 가만히 있어, 지금도 겨우 참고 있는 거니까. 상황파악이 아직도 그렇게 안돼?




 미진은 살짝 할퀴어진 제 팔을 붙잡고 충격받은 얼굴로 부들부들 떨며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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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의는 없습니다. 무조건 감방에 처넣어주세요.
- 거 조금만 진정을 하시고요, 왠만하면 합의를 하시는 게…
- X발, 지금 제 여자친구 상태 안 보이십니까?!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놨는데…!!
- 저항하는 과정에서 임미진 씨도 어느 정도 상해를 입으셔서..
- 저게 상햅니까?! 이 정도면 쌍방폭행이 아니라 단순폭행이죠!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 윤기 씨… 전 괜찮으니까 그만해요, 응? 접근금지가처분도 받았잖아요…
- 하…… 안 괜찮아요. 나만 받으면 뭐해요, 이런 식으로 승아 씨 건들면 어떡하라고.
- 그건….
- 임미진 너, 내가 어떻게든 감방에 처넣을 거야.
- 민윤기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우리.. 우리 좋았던 기억들은 다 잊은 거야…? 내가 네 첫사랑이었던 거 아니야?
- 착각하지 마. 넌 그저 첫 여자친구였을 뿐이야. 나한텐 아무 의미없어. 이젠 끔찍할 뿐이지. 합의는 없어. 500만원 벌금을 내든 2년 살고 나오든 알아서 해. 너한테 당장 그럴 돈은 없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