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티 나는 그 남자

27. 그거 청혼이에요 승아 씨?





 윤기는 놀라서 잠시 멍하니 말이 없다가 달콤히 웃어보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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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진지하게도 상상했나 보네요, 우리 결혼.
- !! 그, 그게….!!




 승아는 본인이 직접 끓인 고추장찌개와 점점 같은 색이 되어 가고 있는 와중에 부정도 못하고 뱅글뱅글 도는 눈을 결국 밥상에다 처박았다.




- 사, 상상해볼 수도 있는 거죠…! 신혼같다고 먼저 얘기 꺼낸 게 누군데…..!!!




 억울하다는 듯 떽떽거리며 괜히 애먼 밥그릇을 괴롭히던 승아를 본 윤기는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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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내가 먼저 얘기해서 그래요. 내가 앞서나가서 승아 씨한테까지 영향을 준 것 같네요.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랄까요. 나 못됐죠. 승아 씨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 아뇨! 부담스럽기보다…!! 설레는 걸요….
- 그거 청혼이에요 승아 씨? 그렇게 받아들여도 되나?




 윤기는 턱을 괴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승아는 화들짝 놀라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 마냥 경계를 세운 채 부정했다.




- 무슨 그런….!! 결혼이 장난이에요…?!
- 힝. 서운해요.




 히, 힝…?? 승아는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딴 사람도 아니고 아무리 승아 한정으로 다정해진다고 해도 본래의 날티가 사라지진 않는 윤기가 저 어찌보면 말랑하고도 어찌보면 날카로운 얼굴로 턱을 괸 채 "힝." 이라니. 애교를 부린 게 아닌가. 그 민윤기가. 지금 결혼 얘기를 부정했다고 서운함을 어필하기 위해서 애교를 부렸다는 것이 아닌가. 그 날티나는 민윤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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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서운하다구요, 승아 씨.




 세상에. 이 남자 작정하고 앙탈부리니까 날티고 뭐고 장난아니게 귀엽잖아….???! 승아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왜 웃어요, 승아 씨. 나 진지하다구요. 나 서운해요 진짜? 윤기의 입술이 삐져나올 수록 승아의 광대는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승아는 계속 웃으며 사과했고 결국 윤기는 해맑게 웃어대는 승아의 얼굴을 보고 항복했다.




- 이번만 넘어가 주는 거에요.. 다음 번에 진지하게 대화 나눠요.
- 알았어요, 알았어. 그렇게 해요.




 그러나 윤기의 신혼 타령은 계속 되었다. 왜냐하면 윤기가 오늘따라 금방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칫솔도 내어주고, 함께 이도 닦고, 같이 영화도 보게 되었고 윤기는 우습게도 복수라도 하는 듯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꼭 신혼 같지 않아요? 라는 말만 3번 쯤 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동의 대신 부끄러움에 말을 돌리는 승아만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