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끝나갈 무렵, 윤기는 승아의 어깨에 자연스레 기대어 말했다.
- 아.. 집에 가기 싫다.
승아는 어깨를 움찔 떨며 놀라했지만 태연한 척, 못 들은 척 했다. 윤기는 그게 괘씸했던지 본격적으로 승아를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한순간의 선택이 시련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윤기는 어느 순간 승아의 어깨에 기대있던 머리를 치우고 상체를 일으켜 승아에게로 기울인 다음 서서히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 나 집에 가기 싫어요, 승아 씨.
정신을 차려보니 윤기의 손은 승아의 허리로 향해있었고 승아는 흠칫 놀라하며 고장난 장난감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 그그그그그래요…? 그그렇구나…
- 오늘 나 자고갈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윤기는 어느새 승아에게 밀착해 당장이라도 키스할 듯한 거리에서 나긋하게 속삭였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었다. 하지만 바른 생활이 몸에 베인 승아는 자라면서 자연스레 혼전순결주의가 머리 속에 박히게 되었고 그런 그녀에게 이런 유혹은 악마의 유혹이나 다름이 없었다. 절대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단 말이다. 승아는 두눈을 꼭 감고 윤기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외쳤다.
- 겨, 결혼하기 전까진 안돼요….!! 전 혼전순결주의자란 말이에요….!!!
승아는 걱정스러웠다. 아무리 저를 배려하는 윤기라지만 이런 것까지 이해해줄까? 참아줄 수 있을까? 방금 밀쳐진 게 수치스럽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승아가 조심스레 두눈을 떴을 때. 윤기는 한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뭐지? 화났나…?? 어떡해….. 승아가 걱정하던 그 순간, 윤기는 끝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승아가 얼굴에 물음표를 가득 띄우고 있을 때, 윤기는 유쾌하기 짝이 없는 얼굴로 웃어대다 미안하다며 사과하고는 웃음을 멎히려 애썼다. 승아는 여전히 윤기가 왜 웃는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고 그런 무드였는데 말이다.

-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진짜 자고 가도 되냐는 의미였는데. 장난을 좀 치고 싶었어요, 내가.
- !!! 아, 진짜….!!!!
- 미안해요. 진심으로 사과할게요.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내가 생각이 짧았어요. 많이 당황스러웠죠…
- 아니에요…. 어차피 언젠가는 이야기 해야할 일이었고… 아 생각해보니까 그래도 진짜 짓궂었어요..!!
- 사실 진담도 좀 섞여있었는데.
- 예…?
- 아쉽네요. 아주 많이.
윤기는 덤덤한 얼굴로 그러나 아주 아쉬움이 뚝뚝 떨어지는 낮은 목소리로 솔직하게 말했다. 승아는 생각했다. 하… 때려치울까? 그러나 자신만의 신념이 확고한 승아는 곧 고개를 혼자 세게 저으며 양쪽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윤기는 놀라서 왜 이러냐며 승아의 양팔을 잡아 저지했다. 승아는 대답을 회피하려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유혹에 넘어갈 것 같다고 개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유혹이라뇨. 진짜 유혹은 해보지도 못했는데. 참지 말라고 꼬드기고 싶은데 최대한 존중해주고 싶으니까 나도 참아볼게요. 근데 나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내가 나쁜 짓할 것 같으면 때려. 알겠죠?
- 아니.. 그렇다고 어떻게 때려요…
- 그럼 나랑 할래요?
- 뭐뭐뭐뭐라고요????
- 뭐가요. 그러니까 내가 못 참아 하는 것 같으면 때려요. 대답.
- 네…..
승아는 벌개진 얼굴로 모든 기력을 소진한 채 윤기를 배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