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키티갱은 친절했다

01. 그 키티갱은 친절했다





"괜찮아요?"




 따듯한 목소리. 친절한 말투. 다정히 내미는 손길.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피비린내가 그에게 스며있었다. 사윤은 안타깝게도, 순진한 구석이 있는 것도 모자라 단순하기까지 했다. 탈색머리에 화려한 자켓, 관심이 없는 사윤도 알 수 있는 유명한 명품. 그 어느 곳 하나에도 핏자국은 없었으니 사윤은 안심했다. 그런 방심이 무엇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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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에서 살다 서울로 올라와 서울에서 산지 얼마 되지 않은 사윤은 지리에 익숙하지 않았다. 온통 낯선 것들 뿐이었다. 늦게까지 회식 자리를 갖다 술자리에 찌들고 또 술에 찌들었으니 제정신이었겠는가. 그녀는 위험해 보이는 골목길인 것을 알면서도 지름길이라는 이유로 발을 들이고 말았다. 토가 아니라 헛구역질이 나온 게 다행일 정도의 광경을 목격할 줄은 몰랐지만. 온통 피였다. 멱살을 잡힌 사람은 축 늘어져 죽은 듯 조용했다. 그에 대한 걱정도 잠시, 시선은 일제히 소리를 낸 사윤에게로 돌아갔다.




"아…. 그, 게… 윽,"




 처음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 것를 본 것은. 사윤은 도망치고 싶었으나 충격에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그 순간 사윤은 자신의 뒤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끝이구나, 자신도 저렇게 죽겠구나. 하며 바들바들 떨었던 것이다. 그런데 발자국 소리가 자신의 앞에 멈춰서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윤은 조심스레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의 앞엔 화려하고도 반짝이는 아름다운 미남자가 서있었다. 그는 자신을 빤히 보더니 입술을 비틀어 웃다가 허리를 숙여 손을 내밀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




사윤은 그대로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지민은 잠시 놀란 눈을 하다 그 눈을 그대로 고이 접어 호탕하게 웃으며 사람을 죽인 그에게 말했다.




"형님, 제가 주먹다짐 좀 살살하시라고 말씀 드렸잖아요~ 이분 놀라신 거 안 보이세요? 아, 어떡해… 하하!"

"주.. 주먹다짐…?"

"놀라지 말아요. 잠시 기절하신 거예요. 부축해드릴까요?"

"아… 그,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그러나 사윤의 말과 몸은 달랐다. 아직도 다리가 풀린 감이 남아있어 아기 기린처럼 비틀거리다 주저앉은 사윤은 수치심에 차라리 아까 죽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부끄러워 마세요. 저도 많이 놀랐는 걸요."




 조직원은 일명 키티갱으로 유명한 바다 조직 간부 지민을 보며 황당하다는 듯 '니가?'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지민과 눈이 마주치다 언제 웃었냐는 듯 정색하는 그를 보고는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깔았다. 지민은 사윤에게로 고개를 돌려 다시금 싱긋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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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다 줄까요? 많이 놀라기도 하셨을 테고.. 혼자 가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지금 새벽이잖아요?"

"아… 그렇긴 하네요…."




 사윤은 홀린 듯 지민의 말에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지민은 골목 바로 밖에 있는 오토바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타요. 데려다 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