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신혼부부 생활

03 수상한 전화

남준은 아침에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지혜가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어, 일어났어? 자고 있길래 안 깨웠는데,”

 

“괜히 무리하지 마. 네 몸도 아직 다 안 나았잖아.”

 

 

“뭔가.. 아침마다 커피를 내려줬던 기억이 나서..!”

 

남준은 지혜의 말을 듣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거짓말을 해야할 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침마다.. 커피를 내렸던 기억? 남지혜는 이전에 누구랑 같이 살았던 건가...'

 

“ㄱ...그치?? 맞아 지혜 너가 아침마다 커피 내려.. 줬었어 ㅎㅎ”

 

 

“맞지? 기억은 안 나두.. 몸이 기억하나보다.. 헤헤”

 

“.... 네가 내려주는 커피 좋았지. 앉아, 내가 아침밥 차릴께.”

 

남준은 착잡한 마음을 뒤로 하고, 지혜를 위한 아침 밥상을 차렸다.

 

 


 

 

그날 오후, 남준은 경찰서에서 석진과 지민을 만났다.

 

“형, 화연 쪽에서 또 압박 들어왔다고. 해외 도피 사망으로 종결하재;;”

 

“미쳤냐? 남지혜는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데.”

 

“형, 솔직히 말해봐. 너… 그 쪽한테 감정 생겼어?”

 

 

“... 내가 설마 그러겠냐?!”

 

“… 그럼 계획은 뭐야? 뭐하는데 그 여잘 형네 집으로 들이냐고!”

 

“지금부터가 시작이야.”

 

지민이 노트북을 남준에게 내밀었다.

“형, 이거 봐. 화연 재무팀 내부 거래 내역이야. 500억 중 일부가… 개인 계좌로 넘어갔어.”

 

“뭐라고? 그럼… 진짜 범인은…”

 

“다른 쪽인듯. 남지혜는… 함정에 빠진 것 같아.”

 

“지민아, 일단 이 자료 복사본 챙겨둬. 우선... 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 더 조사가 필요해”

 

"근데 형, 진짜 그 여자랑 계속 살꺼야? 여자친구도 없던 게 무슨 여자랑 산다ㄱ..읍!!!"

 

 

"조용히 안해...?!?!?! 이거 극비라고...!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네는 도와주기나 해라"

 

 


 

 

짧은 조사를 마치고 남준은 즉시 집으로 향했다. 사실 집에 아직 아픈 지혜를 혼자 두고 온 게 마음이 쓰였던 것이다.

 

삑삑삑삑 - 또리링~

 

"어! 왔어요??"

 

"...오 지혜, 아픈데 왜 나와있어? 좀 쉬고 있지"

 

“빨리.. 기억 찾고 싶어서..! 집 좀 둘러보고 있었어, 기억할 만한 단서가 있나해서..."

 

 

"ㄷ...단서?? 어어 그럴 필요 없어.. ^^ㅎㅎ 아직 안정기니까 좀 쉬어야지"

 

“그럴까? 아, 근데 아까 뭔가 기억이 날까말까했는데....”

 

“기억?! 무슨 기억, 뭐.. 떠오른 게 있어?”

 

 

“모르겠어…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 아파서...”

 

“괜찮아. 혹시, 나 없을 때 기억나는 게 있으면 수첩에 적어두는 거 어때?"

 

"오.. ㅎㅎ 그렇게 해볼께!! 하나씩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서 기쁘다...ㅎㅎ"

 

그날 밤, 남준은 소파에 앉아 TV를 켰다. 지혜가 다가왔다.

 

“같이 볼까? 나 심심한데,”

 

“어....?? ㄱ, 그래, 여기 앉아.”

 

남준은 바짝 붙어 앉은 지혜가 너무너무 신경이 쓰였다. 진짜 부부도 아닌데, 부부 행세를 하는 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혜와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연기가 실제 상황으로 착각되기도 했다.

 

 

“근데… 나, 당신 옆에 있으면… 이상하게 되게 안심된다? 별 기억도 없는데....”

 

“그래? 내가 든든한가보네...? ...ㅎㅎ”

 

“……고마워.. 빨리 기억 찾을께, 자기도 불편하겠다.”

 

지혜는 조심스럽게 남준의 어깨 쪽에 고개를 숙였다. 남준은 흠칫 놀라버렸고, 지혜는 이상하게 남준을 올려다봤다.

 

"뭐야, 왜 이렇게 놀라..? 원래 잘... 안 그랬나아...."

 

"ㅇ..어 아냐아냐, 너무 좋아서, 좋아서 놀랐어!!! ㅋㅋㅋ 일루와"

 

남준은 조용히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지금처럼만.. 지금처럼만 우리 같이 있자.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웅”

 

'지혜씨... 미안해요. 기억이 다 돌아오면... 그때는 다 말할께요'

 

띠링- 띠링-

그 순간, 남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지혜야, 나 잠깐 전화 좀 받고 올께,"

 

"그래, 다녀와"

 

남준은 잠시 테라스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화면에 찍힌 건 모르는 전화번호였다.

"여보세요?"

 

“.... 김남준 형사님. 이제 그만두시죠.”

 

 

“....? 당신 누구야.”

 

“알 필요 없어요. 그냥… 이 사건에서 손 떼세요, 이제.”

 

“말 돌리지 말고 말해. 누구냐고 당신!!!”

 

“진실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뚝- 남준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이를 악물었다.

 

 

“누구야... 누가... 남지혜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있는 건가?”

.

.

.

.

.

손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