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벌한 신혼부부 생활

05 따스한 할머니

 

“다 왔다. 여기야.”

 

 

남준은 낡은 철제 대문을 밀며 말했다. 마당엔 오래된 우물이 있고, 삐걱대는 대문 소리가 싫지 만은 않았다.

 

 

“여기가… 진짜 할머니 댁이야?”

 

 

“어. 완전 외진 데라 누가 찾아오기도 힘들어. 네비에도 잘 안 찍혀.”

 

 

지혜는 뭔가 따뜻하면서도 낯설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안쪽에서 문이 덜컥 열리며 한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작고 구부정한 몸, 흰머리. 그리고 생각보다 단단한 눈매.

 

 

 

 

 

“아니—이 밤중에 누구여?!”

 

 

 

 

 

남준이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할머니~ 나야! 남준이!”

 

 

 

 

“남준이?? 이 놈이 왜 이 밤중에 연락도 없이... 이게 뭐야!!”

 

 

 

 

할머니가 다가오며 삿대질을 했다.

 


“남준아! 너는 왜 연락을 안 하는 겨! 이 밤중에 연락도 안 하고 오면 어쩌자는 거여!!”

 


남준이 급히 웃으며 지혜 옆으로 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확 감쌌다.

 

 

“하… 할머니 왜 그래~ 내 색시잖아~ 기억 안 나?”

 


지혜는 흠칫했지만 얌전히 웃어보였다.

 


할머니가 눈을 게슴츠레 뜨시면서 물었다.

“색시라구…? 내가 언제 그런 걸 또 봤대…”

 


“에이~ 나랑 같이 왔던 거 잊었어? 할머니 요즘 자꾸 까먹는다니까~”

 


“…내가 그랬나… 요즘 좀 깜빡하긴 하지… 근데…”

 


할머니는 지혜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에 해사한 웃음을 띄웠다.

 


“왜 이리... 이쁜겨? 아이고 우리 손주며느리~ 어서와~~!”

 


그러고는 지혜의 손을 꼭 잡았다.

 

 

“손이 야들야들하니 고생도 안 해봤네~ 어이구 잘 왔다야~”

 


지혜는 당황하다가도 그 손끝의 따뜻함에 살짝 떨떠름하 웃었다.

 


“…감사합니다, 할머니..!”

 


“어서들 들어가. 내가 차 한 잔 내줄게~”

 



 

 

 

 

할머니는 낡은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따뜻한 보리차를 따라줬다.

“이 방 써. 거기 이불 넉넉히 깔아뒀으니. 좋은 이불은 아녀도 금방 피곤 풀릴 겨.”

 


남준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고마워, 할머니.”

 

 

“에휴~ 우리 준이가 여자를 데려올 줄이야~ 눈물나네 아주~

그려 얼른들 쉬고~”


 

지혜는 부끄럽게 웃었다. 남준은 민망한 얼굴로 고개를 긁었다.

 



 




 



 


할머니가 내어주신 방 안엔 커튼도 없고, 벽지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하지만 시골 냄새와 함께 따뜻한 온돌이 깔려 있었다.

 


남준이 이불을 펴다가 말했다.

 

 

“...갑자기 이상한 데로 끌고 와서 미안.”

 

 

“아니야. 이런 데 오니까 오히려 마음이 좀... 편해...!”

 

 

“..정말..?”

 


“웅, 진짜 신혼 같기도 하고... ㅎㅎ”

 


“아... 아하하 그렇지..”

 


"일단 이부자리라도 펼까?"

 


"ㄱ..그래!"

 


둘은 한 이불 속에 나란히 누웠다. 방 안엔 뻐꾸기 시계 소리만 들렸다.

지혜가 낮게 말했다.

 


 

“남준아.”

 


“…응?”

 


“내가 진짜 기억을 다 찾으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까?”

 


"그런 생각은 왜 하게 된거야?"

 


"그냥.. 지금도 이렇게 행복한데,

기억 찾으면 어떻게 될까... 해서..!"

 


"ㅎㅎ.. 걱정하지마, 지혜야"

 


".... 이거 내 감인데, 갑자기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만 같애"

 


"...."

 


"기분 탓인가,... 기억이 없어서 그런가"

 


남준은 지혜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마. 내가 쭉 곁에 있을테니깐"

 

 

남준은 말하면서, 속이 아린 느낌이 들었다.

본인의 마음이 정확히 어떤 것일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지혜는 어디선가 나는 고소한 냄새에 눈을 떴다.

 


“음…”

 


그녀는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은 부엌 쪽에서 들려오는 조그마한 소리들.

 


"아침부터 할머님이 뭐 하시나...?"

지혜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아궁이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가 보였다.

지혜는 말없이 다가가다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ㅎ...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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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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