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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단편에는 욕설이 포함 되어 있습니다. 불편하시다면 뒤로 가주세요.
본 단편은 작가 시점으로 연재가 됩니다.
(짧은 톡빙은 원래 연재 했던 것 처럼 윤지 (님) 시점으로 흘러갑니다.)


“ 민윤지. 진짜로 집에 안 가고 여기서 자려고? ”
“ 예. 난방, 냉방 다 되고, 옷도 두툼한 거 있는데 뭔 걱정이시람. ”
“ 윤지야, 아무리 그 윤기랑 싸웠어도 이건 아니지 않냐. ”
“ 그 새.. 아니 그 오빠가 ···, 아 몰라요. 여기서 하루 지낼래요. ”
윤기의 얼굴을 보기 겁났던 윤지는, 사격 훈련장에서 하루를 숙박하기로 했다. 그것도 홀로. 17세인 여학생에겐 너무나 위험한 짓이었으며, 학교 사격 훈련장 안에는 꼭 한 명은 코치가 있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 윤지를 가르치시는 코치 님도 집에 가셔야 하는데, 윤지가 조러고 뻐팅기니 어찌할 수가 있겠는가. 윤지가 이 훈련장 안에서만 꽤나 오랜 생활을 하고 있는 터라, 걱정은 없겠지만 걱정이 됐다. 혹여 두고 가면, 큰일이 벌어졌을 때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 할 정도의 방음벽과, 두터운 철문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윤지를 돌려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든 코치 님이다.
“ 민윤지, 여기 코치 없이는 들어올 수 없는 곳이야. 알잖아, 너도. ”

“ 알죠, 잘 알죠. 근데 그게 왜요? 저 얼굴 보기 싫다니까요? ”
“ 그냥 네가 미안하다! 하고 끝내. 뭘 그리 질질 끄냐, 또 ···. ”
“ 코치 님은 뭐 쉽게 사과를 할 수 있나봐요? 짜증나서 진짜. 그냥 가요. ”
“ 야 밀지 말고, 민윤지. 어디서 코치 님을 밀어? ”
어지간히 힘이 셌는지, 코치 님의 등을 쭉쭉 밀어서 훈련장 앞 문까지 밀어버리는 윤지다. 코치 님은 네가 안 가면 자기도 안 갈 거라며, 그 자리에서 애처럼 땅바닥에 앉으셨고, 윤지를 환장할 노릇이었다. “ 오빠랑 만나면 또 어색해서 답답해 죽는다니까요? 저 죽는 꼴 보고 싶으세요, 코치 님? ” 윤지 또한 답답했다. 더 질질 끌긴 싫지만, 그렇다고 얼굴 보긴 또 싫은. 코치 님과 윤지는 서로 마른 세수를 하며 한숨을 내뱉을 뿐이다.
“ 윤기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
“ ? 코치 님 미쳤어요? 걔한테 전화를 한다뇨! ”
“ 그래야 억지로라도 네가 가지. 나도 집에 좀 가자. ”

“ 그러게. 코치 님 피곤하실라. 집에 좀 가자, 민윤지. ”
저 멀리서 익숙한 실루엣과 입에는 사탕을 물면서 윤지를 데려온 윤기가 보였다. 윤지는 오빠가 어떻게 알고 왔냐며, 고맙다는 말은커녕 더 으르렁거리며 윤기에게 신경질을 냈다. 짜증 나게 왜 왔냐고. 윤기는 그녀의 말에 그저 엄마가 데리고 오라고 X랄 해서 그렇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코치 님은 그런 남매의 냉전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 했고. 조금 잠잠해졌을 때 즈음, 코치 님은 자기는 이만 가보겠다며 일어나서 차를 타시고 먼저 출발하셨고, 윤기와 윤지만이 그 자리에서 머물러 있었다.
“ ··· 나 집 안 갈,거야. 그냥 가. ”
“ 엄마가 걱정 하신다고. 귀 못 알아 먹었냐? ”
“ 그냥 친구 집에서 잔다고 하던가. 왜이리 생 X랄이야? ”
“ 너 위험하니까 이러는 거잖아. 고집 작작 피우고 그냥 와. ”
“ ··· X발 놈. 누군 안 가고 싶어서, 안 가고 있나. ”

“ 너 뭐라고 했냐. X발 놈? ”
윤기의 한 방에 “ 아, 아닌.. 데. ” 우물쭈물 거리며 훈련장 안에 있는 짐을 고스란히 챙기고 훈련장 문을 닫고서 훈훈하지만, 냉기가 껴있는 그 둘의 길이었다. 냉전이 거의 다 끝나가는 모습 같았지만, 그렇기엔 서로를 헐뜯고 있었다. 윤기가 오늘 학교 어땠냐 물으면, 윤지는 왜 네가 내 생활에 간섭이냐며 겉으론 툭툭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남매인 만큼 서로를 잘 알 것이다. 저희 둘 다 사과를 하고 싶어도 자존심 때문에 안 한다는 걸.
🖤
집에 도착하자마자, 각자의 방으로 문을 세게 닫으며 들어가는 그들이다. 그러면서 또 남매답게 일심동체로 “ 바람이 닫은 거야. ” 하면서 다시 문을 살짝궁 닫는다. 그러고서 윤지는 지치지도 않았는지, 가방을 열어 수학 문제집을 꺼내 책상 위에 쿠당탕 올려뒀다. 윤기 또한, 윤지처럼 책상 위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30분에 흘렀나. 가장 조용하고, 가장 파도가 잠잠한 때인 각자의 공부 시간에서, 또 마주치게 될 일이 생겼다. 윤지는 펜이, 윤기는 테이프가 필요했다. 뭐 여기까진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서로 필요한 물건이, 서로의 방 안에 있다는 것. 윤기가 필요로 하는 테이프는 윤지 방에, 윤지가 필요로 하는 펜은 윤기 방에 있던 것이다. 다짜고짜 들어가서 뭐라 할 수도 없고.. 멘붕이 온 윤지였고, 그녀의 방 안에서 한숨소리가 들리자마자, X톡! 소리를 내며 이런 톡이 왔다.

달칵 -. 두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윤지와 윤기의 방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 벽에서 은밀한 건 아니지만, 그 누구보다 은밀하게 서로가 필요한 물건을 주고받으며 거래를 종료했다. 숨이 막히는 정도의 순간이었다. 그러고 다시 공부를 시작하나 했는데, 윤기와 윤지 둘 다 폰을 만지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남매답게 어쩜 습관도 같은지, 손톱도 뜯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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