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비를 들이지 말아주십시오''
''그게 계약의 조건인가?''
''.......예''
''그럼 그대는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지?''
''제가 폐하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내 사람이? 난 그런 계약이 없어도 그녀를 가질 수 있어''

''후우.......''
웅이는 두 눈을 지긋이 감고 한숨을 쉰 다음 눈을 뜨고 영민이를 바라보았다
''온전한 폐하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넌 원래 내 사람이었어''
영민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서를 웅이에게 건내며 말했다
''읽어봐''
웅이는 영민이를 올려다보며 문서를 넘겼다.
그 문서에는 많은 여성들의 사진과 정보가 있었다.
''이게 뭡니까?''
''황비 후보''
웅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영민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보고 처리하라고요?''
''아니, 너 쓰라고 준건데?''
웅이는 그 자리에서 종이를 찢었다
''장난해? 처음부터 황비를 들일 생각 없었지?''
영민이가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푸하핳 당연한거 아니야? 내가 그녀를 두고 딴 여자를 부인으로 둔다고? 말도 안되지''
그런 영민이를 보고 웅이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만일 여주가 남자를 데리고 온다면?''
웅이의 말을 듣자마자 영민이의 표정이 굳어지고
단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죽여야지 가차없이''
그의 차가운 말투와 표정에 웅이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웅크라들었다. 그런 웅이를 보고 영민이는 피식 웃은 후 두 눈을 서서히 감으며 말했다.
''걱정마. 넌 안 죽이니깐. 그녀가 알지 못하게 최대한 조용히 고통스럽게 죽일거야........
눈부터 뽑아야하나? 그 두눈에 더이상 그 아이를 담지 못하게. 아니면 두 손을? 그 아이를 만진 더러운 손이니깐 아니면.......''
''전하!''
웅이가 영민이의 말꼬리를 자르고 영민이는 눈을 뜨며 다시 무해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만할게''
''근데....... 그거 진심이셨습니까?''
''응''
그의 망설임없는 대답에 웅이는 또 한번 소름이 돋았다. 그가 알던 영민이는 이렇게 잔인한 사람이 아니였다. 어려서부터 남들에게 따스한 햇살이 되어준 영민이의 모습을 보고자란 웅이는 그런 영민이가 한없이 낯설기만 했다.
'무엇이...... 폐하를 그렇게 만들었나요?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게 진짜.......사랑이야?'
수많은 질문들이 웅이의 머리 속을 가득 채웠지만
웅이는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했다
'아마 이 질문들은 영원히 물음표로 남겠지'
웅이는 영민이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주를 잘 부탁합니다"
"고마워"
그의 눈동자는 흔들림없이 웅이를 바라보았고
웅이는 영민이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아니 적어도 그가 아는 영민이는 이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제가 폐하를 믿어도 되겠습니까......?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