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어제 일로 인해 더 어색해져버렸다. 그럼 어제부터 사귀는건가..? 아니 이런 걸 나나 얘나 해봤어야 알지..!
그때, 최수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 저기.. ”
“ 응..? ”
“ 초코우유.. 마실래? ”
“ .. 좋아. ”
그렇게 최수빈과 일어나 매점으로 향하려던 그때,
드르륵,
“ ..!! ”

” … “
타이밍 그지같이 마주치고 말았다. 얼굴엔 또 왜 밴드를 붙히고 있는지.. 누구랑 싸운건가 분명 보면 하고 싶은 말들이 되게 많았는데 이상하게 아무런 말들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너에게 걱정하는 마음이 드는 내가 한심할 뿐
그때,
꼬옥,
“ ..?!! ”
“ 얼른 가자. 나 배고파 “
순간 최수빈이 나의 손을 덥썩 잡아버렸고 그대로 날 끌고 교실 밖으로 나왔다. 뭐야.. 사람 설레게
그렇게 우린 함께 매점으로 향했다.
” 오? 왠일로 수도권이 있다? “
” 그러게..?! 미쳤다 “
스윽,
” 수도권 폼 미쳤다.. 사랑스러워 아주 “
” 푸흐.. 진짜 초코우유에 진심이네 “
” 당연하지! “
“ 기분 좋아졌어? ”
“ .. 응. 아까는 고마웠어 “

“ 그렇게 말해주니 뿌듯하네 또 ”
“ 최수빈이 먼저 손도 잡고.. 오래 살고 볼 일이야 ”
“ 치.. 내가 말했지? 내가 너보단 연애 잘할 거라고 “
“ 엥? 왜 얘기가 그렇게 돼? “
” 솔직히 너 나한테 그동안 많이 설렜잖아 “
” 허..? 야 나도 너 설레게 할 수 있거든?! “
” 웃기시네~ 니가 어떻게? “
솔직히 어떻게 해야 설레는지 잘 모른다. 아니 뭐 누구를 작정하고 꼬셔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뭐 대충 눈웃음 그런거 보여주면 설레지 않나?
스윽,
“ 어때? ㅎㅎ ”
“ .. 진짜 ”
“ 설렜어?! ”
“ 진지하게 눈웃음은 아닌 것 같다. 여주야 ”
“ 치.. 너 진짜 재수 없어 최수빈 ”
“ 아아~ 장난이야, 장난 ”
“ 그럼 설렜어? ”

“ 어? ”
“ .. 꺼져. 꺼지라고 이 최수빈놈아 ”
“ 아아 진짜 미안해 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최수빈 덕에 어색함이 많이 풀린 것 같아 좋았다. 그나저나 걔는 진짜 어떡하지.. 아니야. 곧 있으면 짝도 바꾸잖아.
그렇게 최수빈과 함께 교실로 돌아가며 장난도 치고 했다. 그래. 나한테는 이 삶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아
그때,
스윽,

” 어이고 사이가 아주 심하게 좋아보인다? “
“ 최연준? “
” 둘이 그래서 사귀는거야? “
” 어? “
” 어? “
순간 친해졌던 분위기가 다시 어색해질 것 같았다. 아씨 쟤는 왜 하필 그런 얘기를 꺼내서..!
그때,
” .. 아직 그런 사이는 아니지 “
” … “
” 그래도 이제 완전히 내 쪽으로 기울었으니까 “
” … “

” 곧 있으면 그런 사이가 되겠지? ”
” ..!! “
두근,
두근,
진짜 미친 것 같다. 이제는 그냥 쳐다만 봐도 이렇게 떨리네.. 나 진짜 최수빈 엄청 좋아하나봐

“ 근데 너네가 만나면 나 혼자 외로워서 어쩌지..? ”
“ ..? 너 헤어졌어? ”
“ .. 응. 어제 ”
굉장히 놀랐다. 최연준이 헤어졌다고..? 최연준의 여자친구는 최연준과 꽤 오래 친구사이였다. 최연준이 그 여자애 되게 오래 좋아했다고 들었는데
“ 뭐야.. 헤어진 얘 치고는 너무 아무렇지 않은거 아니야? ”
“ 그래..! ”
“ .. 이별 하는 것 자체도 슬픈데 거기에 울기까지 하면 진짜 슬퍼지니까 ”
“ 아니 갑자기 왜? ”
“ 어제 집까지 와서 말하더라고,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고 ”
“ ..!! ”
“ .. 내가 그 상황에서 아무말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게 진짜 비참하더라 “
“ … ”
“ 붙잡지도 못하고 화를 내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헤어졌어 “
” .. 괜찮은 거 맞아? “
” 괜찮은 척 해야지. 그래야.. “
” … “

“ 걔가 나에 대한 생각 하나 안 할거 아니야 ”
“ .. 너 ”
최연준은 배려를 했다. 비록 자신에게 못된 짓을 했지만 그저 자신이 진심으로 좋아했기에 끝까지 그 여자애를 배려하는 선택을 했다.
착해 빠진 놈.. 나였으면 평생을 저주하며 살 것 같은데 오랜기간 믿고 좋아했던만큼 그 배신감도 클테니까
최수빈이 저러면.. 어후 난 감당 못한다. 뭐 애초에 최수빈이 다른 누군가를 좋아할만큼의 사람과의 접점도 없는 놈이라
이별엔 여러 종류가 있다.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이별, 가족과의 이별 등 이별의 대상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이별의 온도 또한 달라지게 된다.
친구와 연인의 이별을 동시에 겪은 최연준은 지금 어떤 심정일까.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하지 못하는 어쩌면 지금 내 마음과 같지 않을까
비록 그 이별의 온도는 다르겠지만,
그렇게 최연준을 위로하며 우린 교실로 돌아왔다. 내 옆자리엔 역시나 최범규가 앉아있었고 난 애써 최수빈의 옆으로 가 종이 치기 전까지 내 자리에 앉지 않았다.
그러나,
띠리링,
“ … ”
“ … ”
학교종은 늘 내게 엄격했다. 어쩜 1분도 안 늦고 저렇게 칼 같이 치나 몰라.. 수업 시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역시 최범규 옆에선 공부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때랑은 이유가 확연히 다르지만
누구랑 진짜 한 판 싸운 것인지 코랑 턱에 밴드를 붙이고 있었다. 입술도 터져있고 잘 보니 주먹에도 생채기가 나 있었다.
아니 얘가 대체 최수빈 말고 싸울 사람이 또 누가 있어?
그렇다고 최수빈이 나 몰래 싸우고 왔다기엔 쟨 어제 하루종일 나랑 있었잖아
감기에도 걸린 것인지 계속해서 기침도 했다. 하긴 어제 밖에서 만약 싸웠다면 비 맞으면서 싸웠겠지
“ .. 하 ”
아니 내가 쟤를 왜 걱정하고 있는거야 대체.. 그래. 이건 최수빈한테 잘못하고 있는거야. 걱정하지 말자
하지만 나의 오지랖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넓었다.
” .. 야 “
” … “
” .. 추우면 이거 덮어도 되는데 “
” … “
아니 감히 내 말을 무시해? 지금 내가 엄청난 아량을 베풀고 있다는 거 모르나? 이게 맞아?
이씨 왜 말을 무시하고 난리야
스윽,
“ 이거 덮을..ㄹ ”
쾅,
” 최범규..!! “
내가 엎드려있는 최범규의 팔을 살짝 흔들자 얘가 힘 없이 내 쪽으로 고꾸라졌고 얼굴을 보니 식은 땀이 나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왜 그래 “
” 얘 보건실 가야될 것 같아..! 열이 심해 “
” 진짜.. 우선 나한테 엎어 “
” 응..! “
그렇게 최수빈이 최범규를 업은 채 우린 함께 보건실로 향했다.
드르륵,
“ 선생님..! 얘 열이 심해요! “
잠시 후,
“ 감기에 좀 심하게 걸린 것 같네.. 어이고 “
” 하.. 진짜 심장 떨어져 죽는 줄 알았네 “
” 나도 니가 소리지르길래 놀랐다 “
최수빈에게 매우 고마웠다. 좋아하지도 않는 놈인데 주저없이 바로 업고 뛰다니.. 생각보다 착한 놈이라니까
” .. 고마워. ”
“ 고마우면 이따가 나랑 같이 떡볶이 먹으러 가던가 ”
“ .. 니가 사는거면 갈게 ”
“ 양아치야 혹시? ”
“ 범규 깨어나면 너네가 데려가. 선생님은 회의 가야되겠다 “
” 아.. 네! “
그렇게 선생님은 보건실을 나오셨고 그 안엔 나와 최수빈, 자고 있는 최범규만 남게 되었다.
이 어색한 삼자대면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다.
“ .. 최수빈 ”
“ 왜? ”
“ 나 부탁 할게 하나 있는데.. “
잠시 후,
스윽,
“ 정신 좀 들어? ”
“ ..!! “
” 뭘 놀래. 오히려 놀란 건 나구만 “
” … “
” .. 감기래, 좀 심한 감기 “
” … “
” 얼굴이랑 손등에 상처도 새로 치료해주셨어 “
” … “
자신의 잘못을 알아서인지 아니면 그냥 내가 보기 껄끄러운 것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바닥만 쳐다보는 최범규다. 이러니까 내가 해코지 하는 것 같잖아
“ 원래였으면 왜 다쳤는지 온갖 걱정 다 했을텐데 ”
“ … ”
“ 나도 자존심이 있어서 그건 못 하겠다 “

” .. 그렇겠지 “
” 사실 최수빈도 여기 있었는데 내가 잠깐 나가 있으라고 했어 “
” … “
” 이제 니 진심 좀 말해봐. 속일 생각은 그만 하고 “
“ … ”
“ 이번에도 속이면 진짜 너랑 난 끝이야. ”
“ .. 알았어 “
그렇게 최범규가 그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해주었다. 내기를 하게 된 계기, 나와 있으며 겪었던 감정들, 그리고 지금의 감정까지 모두 빠짐없이 이야기하였다.
“ 그럼 얼굴이랑 손등은 걔네랑 싸워서 그런거야? ”
“ .. 응 ”
“ .. 하 “
“ … ”
“ 솔직히 너 보면 진짜 하고 싶은 말 많았거든 ”
“ … ”
“ 근데 막상 보니까 너 다쳐온 거, 그거 걱정이 제일 먼저 들더라 ”
“ … ”
“ 나도 진짜 한심하지.. 그니까 “
” ..? “
스윽,
” 우리 이별하자. “
“ … ”
“ 서로 좋아하던 사이에서 이별해. 지금 니가 날 좋아하고 있다고 해도 난 아니야. ”
“ … ”
“ 서로 같은 마음이 아니면 관계 유지는 힘들어 ”
“ … ”
“ 네 마음이 내 마음과 같아지면 그때는.. “
” ..? “
” 우리 안 해본거 있잖아. ‘친구’ 그거 해 “
” ..!! “
지금의 나도 최범규와 완전한 이별은 원하지 않는다. 내 자존심 그거 하나 버리더라도 지금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인연이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인연이 되어보려 한다. 최수빈과는 친구, 좋아하는 사이라는 두 개의 줄을 다 써봤지만
얘는 지금껏 한 줄 밖에 안 써봤으니까
” 최수빈이랑은 친구도 해봤고 이젠 서로 좋아하는 사이도 하고 있으니까 “
” … “
” 근데 너랑은 친구는 못해봤잖아 “
” … “
최범규의 얼굴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뭐야.. 싫은가? 그냥 나랑 아예 생까기를 원했던거야..?
” 뭐 싫으면 말고.. “
” .. 그래. 친구 하자 “
꼬옥,
“ 대신 니 마음 정리되면 그때부터야 ”
“ .. 응 ”
이 선택을 최수빈이 아주 말릴 것을 알았기에 일부러 나가 있으라고 했다. 범규의 마음이 모두 정리가 됐을 때쯤엔 최수빈도 지금보다는 덜 경계할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범규와 함께 보건실을 나왔고 최수빈은 옆에 기대어 서 있었다.
“ 얘기는? 잘 됐어? ”
“ 응. 덕분에 ”
“ .. 내가 진짜 큰 맘 먹고 동의한거야 ”
“ 그럼 알지 ”
“ 난 먼저 교실로 갈게. 둘이 천천히 와 ”
“ 아 그래 “
그렇게 범규는 먼저 교실로 돌아갔고 나와 최수빈은 조금더 이야기하다 천천히 함께 걸어 교실로 향했다.
” 근데 무슨 얘기했어? “
” 뭐.. 그동안 왜 그랬는지 그런거 “
” 왜 그랬데? “
” 그건 비밀 “
” 허.. 둘이 비밀 만들라고 내가 자리 비켜준 줄 알아? “
” 어이고 벌써 이렇게 질투가 심하면 어떡해? ”
그때,
꼬옥,
“ ..!! ”

“ 내가 하면 질투도 매력이야. ”
“ 치.. 그래그래~ ”
너와 이어진 이 두 개의 끈은 제발 끊어지지 않기를
그리고 범규와 다시 이어질 그 끈 또한 다시 끊어지지 않기를
감히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