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친의 정석

4 단원. 짝피구의 법칙

“ 자 오늘은 다들 친해질 겸 짝피구를 할거다! ”

“ 네?! ”

“ .. 미친 ”


내가 보기엔 그냥 종목 정하시기 귀찮아서 방금 생각해내신 것 같은데 아니 그 많고 많은 종목 중에 하필 짝피구를?

아니지.. 이건 범규랑 더 친해질 아주 좋은 기회잖아! 

체육쌤 당신은 혹시 천재..?


“ 자 다들 남자,여자 한 명씩 짝 정해라 ”

“ 네~ “


난 처음으로 최수빈이 아닌 다른 남자애와 짝피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뭐 범규가 이미 짝이 있으면 난 또 최수빈이랑 해야겠지만..


그때,


” 범규야! 나랑 같이 하자! “

” 아니야 범규야 내가 진짜 잘 던져 “

“ 아.. ”


이미 수많은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쌓여져있는 범규다. 그래.. 저 잘생긴 얼굴을 누가 모르겠어.. 지나가던 개도 뒤돌아서 감상할 비주얼인데

그냥 그 여자애는 최수빈이 더 좋았던거지.

그렇게 실망한 채 돌아 최수빈에게 가려는데,


“ 저기..! ”


탁,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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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랑 짝 하지 않을래? “

“ ㅇ..어? ”

“ 내가 짝을 못 구하고 있어서.. 아 벌써 찾았나? “

“ 아니..! 그건 아닌데.. “

” 그럼 나랑 하자. 응? “

” ㄱ..그래! “


아니 이게 웬 횡재인가..? 근데 얘는 왜 야구부 여자애도 놔두고 나랑 하겠다는거야..? 나 이거 김칫국 마셔도 되는거지? 그렇지?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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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뭐하고 있어, 가자 ”

“ 어? 아 나.. ”


최수빈은 당연히 나랑 짝을 할 줄 알았는지 내 손을 잡고 가려했다. 아니 나 오늘은 너 말고 할 짝이 있다고..!


탁,


“ ..!! ”

“ 수빈아 여주 나랑 이미 짝 하기로 했는데 “


순간 범규가 최수빈이 잡는 내 손목을 다시 잡아 멈춰세우고 말했다. 오씨.. 박력있어


“ 진짜야? ”

“ 아니 너 어차피 열심히 안 뛰잖아.. “

“ 그래서 나보고 다른 여자애랑 짝을 하라고? ”

“ 그니까.. 그게 ”


최수빈에게 친하지 않은 사람, 그것도 모르는 여자애랑 짝피구를 하라는 것은 참 가혹한 일이다. 

나 또한 그 성격에 매우 공감하기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다. 아씨 진짜 내가 쟤 때문에 못 살아..!


그때, 범규가 먼저 입을 열었다.


“ 이미 나랑 하기로 결정했어. “

“ ..!! ”

“ 그러니까 이번엔 수빈이 너도 다른 사람이랑 짝 해야겠다 ”

“ … “

” 어쩔 수 없이. ”


최수빈도, 범규도 서로를 매우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물론 내가 한 피구한다. 그래도 저정도로 나를 두고 싸운다고?


” .. 그래. 이번엔 너네 둘이 해 “

” 진짜..? 너 다른 사람이랑 짝 할거야? “

” 뭐 안 한다고 하면 니가 해줄거야? “

” 아니.. 그건 “

” .. 거 봐 “


그렇게 나와 범규가 한 짝이 되었고 최수빈과는 팀도 떨어지게 되었다. 어차피 최수빈네는 금방 떨어질텐데 뭐


” 자.. 준비하시고.. 시작! “


최수빈은 나랑 자리를 바꿨던 그 여자아이와 짝이었다. 그래 이참에 너도 연애 좀 해라


잠시 후,


“ 자 지금 남은 게 한 짝씩이지? ”

“ 쟤 뭐야..? ”


참 기이한 일이었다. 1:1로 남은 상황에서 상대편은 최수빈네가 살아있었고 우리 팀은 우리가 살아있었다. 아니 18년 동안 최수빈이 스포츠 경기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쟤 왜 각성했어..?

범규도 생각보다 운동을 잘했고 던지기도 잘하고 피하기도 잘했다. 아니 넌 진짜 부족한게 뭐니.. 부족한 게 존재하기는 해?


슉,


“ ..!! ”

“ 괜찮아? 안 맞았지? ”

“ 아.. 어. 수빈이가 운동을 잘 한다 “

” .. 나도 처음 봐. 저러는 거 “


최수빈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범규 얼굴 쪽으로 던졌다. 저게 진짜 얼굴 상하면 지가 책임질거야?!

그러나 그마저도 완벽하게 슉슉 피해버리는 범규였다.


그때,

휙,


“ ..!! ”

“ 여주야..! ”


탁,


“ 괜찮아? ”

“ 아.. 어 ”


최수빈이 힘껏 던진 공이 이번엔 내 쪽으로 왔고 실수인지 고의인지 내 얼굴 쪽으로 강하게 들어왔다. 다행히 범규가 잡아 맞지는 않았지만

범규는 최수빈을 향해 던지려는 척 하다 뒤에 있는 여자애의 발등을 맞췄고 그렇게 우리 팀의 승리로 끝났다.


“ 이겼다! “

“ ㅎ 다행이네 “

“ 손목은 괜찮아? 아까.. ”


아까 내게 날라오던 공을 잡을 때 손목이 확 꺾여져 있는 것을 보았다. 


“ 살짝 삐끗한 것 같기는 한데 괜찮아 ”

“ 에이.. 그래도 보건실 한 번 가봐 ”

“ .. 같이 가자 ”

“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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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기 심심하기도 하고.. 뭐 “

“ 그게 뭐야 ㅋㅋㅋㅋ 그래 같이 가자. ”


생각보다 더 귀여운 이유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나저나 최수빈은 괜찮나.. 걔도 아까 발 다친 것 같던데

그렇게 난 범규와 이야기를 하며 같이 보건실로 향했다.


똑똑,


“ 네~ ”


드르륵,


“ 어~ 범규구나? ”

” 쌤 저 손목을 삔 것 같아요 “

“ 아이고 오늘따라 다친 애들이 많네? ”

“ 피구 하다가 손목을 너무 많이 꺾었나봐요 ”

“ 아까 걔도 피구하다가 다쳤뎄는데 ”

“ ..!! “

” 걔만큼은 아니라 다행이다. 걔는 완전 발이 확 꺾였더라고 “

” … “


저 말에서의 걔는 분명 최수빈일 것이다. 내 촉이 그러하다. 아니 얘는 그럼 누구 부축을 받고 보건실까지 온거야? 설마 혼자?


그때,


“ 옆에는 범규 여자친구인가? ”

“ 네? 아..아니요! ”

“ 푸흐.. 그럼 썸녀 뭐 그런거야? ”

“ ㅇ..예?! ”


둘 다 아직 아닌데 격하게 하고 싶습니다. 아니 근데 이렇게 당사자 앞에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제가 뭐라고 답해야하나요..!


“ 쌤 여주 그만 놀려요~ ”

“ 반응이 귀엽잖아~ 얼굴도 귀엽고 “

” ㅇ..아니 저는.. 그게 “


당황한 나는 얼굴까지 빨개져 아무말도 못했고 범규랑 보건쌤은 계속해서 나를 향해 웃으셨다. 아 진짜..

그렇게 치료를 마치고 우린 함께 반으로 올라갔고 반에는 이미 와서 앉아있는 최수빈이 보였다. 아니 발목 진짜 괜찮은 거 맞아..?

하교시간이 되었고 최수빈은 또 언제 먼저 간 것인지 청소를 끝내고 돌아오니 가방도 없었다. 아니 얘가 요즘 사춘기인가..? 왜 이래..?!


그때,


” 여주야! “

” 어..? “

“ 이제 어디 가? ”

“ 아 나 어디 안 가는데.. ”

“ 그럼 나랑 떡볶이 먹으러 갈래? “

“ 떡볶이? ”


순간 ‘떡볶이’란 세 글자에 최수빈이 생각났고 난 급하게 창문으로 가 최수빈 뒷통수를 찾았다. 아니 그 다친 발로 대체 어디까지 간거야..!


그때,


” 저기 있다.. ”


저 멀리 절뚝거리며 혼자 운동자 한 가운데를 걸어가고 있는 익숙한 185cm의 뒷통수가 보였고 난 빠르게 가방을 챙겼다.


“ 범규야 내가 그 수빈이 부축 좀 해줘야 될 것 같아 ”

“ 어? 아.. 수빈이 발 다쳤다고 했지? ”

“ 응응! 떡볶이는.. 그 “

” ..? “

” 나랑 주말에 만나서 먹자. 어때? “


급한 마음에 데이트 신청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 내게 더 중요한 건 저 토끼놈을 잡는 일이었기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도 못했다.


” 그럼 우리 데이트 하는거야? “

” 어..? 데이트..? 아 뭐! 그렇지! “

” 좋아. 그럼 “

” ㅎ.. 내일 봐! “

” 그래~ “


그렇게 가방을 챙겨 난 빠르게 운동장으로 뛰어갔고 절뚝거리며 힘겹게 걷고 있는 최수빈놈이 보였다. 아 저 똥고집 진짜..!!


탁,


” 최수빈놈아! 발 다쳐놓고 혼자 가면 어떡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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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하교도 최범규랑 하려는 거 아니었어? “


니가 발만 안 다쳤으면 그랬겠지.. 아이고 진짜


” 아 뭐래..! 범규가 떡볶이 먹자는 것도 미루고 달려왔더니만..!! “

” 진짜..? “

” 그래! 그니까 얼른 어깨나 잡아 “

” .. 치 ㅎ “


스윽,


“ 아이고~ 부축해주기엔 목발이 너무 작은거 아니야? “

” 이씨.. 너 다른 발도 꺾어줘?! “

” 그럼 니가 또 부축해줘야되는데? “

” .. 넌 진짜 악랄한 놈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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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른 집에나 가자! ”


요놈이 아주.. 악랄한 놈이야.. 근데 대체 얘는 범규를 왜 그렇게 경계하는거야? 범규도 그렇고..


” 그나저나 너 왜 자꾸 범규만 보면 으르렁대냐? ”

“ 그야 너를 행복하게 해주는 놈이니까 ”

“ 너 진짜 내 행복이 배가 아파서 이러는 거야? ”

“ 어쩜 키도 작은데 눈치도 없냐 “

“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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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넌 평생 모르고 사는 게 나을지도 “

” 아 진짜 왜?! 왜 그러냐고!! ”


자꾸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는 최수빈이다. 아니 저렇게 말하면 내가 오해할 수 밖에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도 저 말이 내겐 ‘날 좋아한다‘라는 말로 밖에 안 들린다. 진짜 저거 일부러 나 놀리는 거라니까?!


“ 얼른 집에나 가자고~ 나 힘들다 ”

“ 아씨 내가 더 힘들거든?! ”


그렇게 우린 함께 집으로 향했고 부축해준 보상으로 여사님께 딸기를 받았다. 이 맛에 최수빈 부축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