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 지나 월요일이 되었고 여느때와 똑같이 더러운 기분으로 일어나 더러운 기분으로 교복을 입고 더러운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최수빈이랑 싸운 일 때문인지 기분이 더 더러운 것 같았다.
그때,
탁,

” 왜 혼자 가냐? “
” ㅁ..뭐야 ”
“ 삐졌다고 시위하는거야? ”
“ .. 몰라. 나 아직도 너 진짜 밉거든? “
” 그럼 이 초코우유도 안 마시려나, 미운 놈이 산건데 ”
스윽,
“ ..!! 그건..?! ”
“ 얘가 뭐랬지? 여주 최애 캐릭터랬나~? ”
최수빈이 사온 것은 다름 아닌 내 최애 캐릭터 짱구와 콜라보한 초코우유였다. 패키징이 아주 귀엽게 뽑혀 꼭 갖고 싶었던 건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없길래 그냥 포기했었다.
“ 어디서 구했어..? “
” 글쎄? 나야 다 방법이 있지 “
” .. 이리 줘 ”
“ 왜? 나 밉다며? ”
“ .. 안 미우니까 달라고.. ”
“ 진짜? 진짜 이제 나 안 미워? ”
괜히 더 내 속을 더 긁는 것 같았지만 짱구의 얼굴을 보니 그마저도 용서가 되었다. 진짜..
“ 아 안 밉다고! ”

“ 하여튼 김여주 완전 속물이야 “
“ .. 쳇 “
“ 자자 특별히 오늘은 2개랍니다~ “
내 기분을 푸는 법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는 최수빈이다. 그렇게 화해를 하고 우린 함께 등교를 했다. 진작 미움 받을 일을 하지를 말았어야지
드르륵,
“ 범규 안녕! ”

” 응? 아 일찍 왔네? “
” 오늘따라 눈이 빨리 떠지더라고~ “
난 바로 내 자리에 앉아 범규와 수다를 떨었고 최수빈도 자신의 자리로 바로 가서 앉았다. 뭐야 이제 좀 깨달은 게 있는 건가?
잠시 후,
“ 아~ 김여주! 같이 가자고~!! “
” 아니 너 혼자 가도 되잖아~!! ”
“ 나 진짜 여기 너무 아프다니까? 응? ”
쉬는 시간에 꿀잠을 자고 있던 날 억지로 깨워 함께 보건실에 가자고 떼를 쓰고 있다. 이 놈을 진짜 어떻게 안 미워할 수 가 있지..?
결국 최수빈의 손에 이끌려 함께 보건실로 향했다.
“ 자 물 안 닿게 조심하고 ”
“ 네~ ”
“ 손가락 종이에 좀 빈 거 가지고 엄살은.. ”
교과서를 넘기다 살짝 종이에 빈 것 갖다가 지금 같이 가자고 그 난리를 피운거다. 이 토끼놈을 진짜
그때,
“ 어? 저번에 범규랑 같이 왔던 그 여자친구네? ”
“ 아 안녕하세요..! “
” 아 맞다. 여자친구는 아니랬지? “
” 네? 아.. “
” 그럼 혹시 이 친구 여자친구야? “
” 네..?! “
아니 보건쌤 원래 이런 캐릭터셨어..? 되게 우아하고 백조같은 분이신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남의 연애에 관심이 지대하시지..?
“ 아니 둘이 너무 잘 어울려서 ”
“ 에이 그런거 아니..ㅇ ”
그때,

“ 맞아요. 저희 진짜 잘 어울리죠? “
” ..?!! ”
“ 그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
이 놈이 진짜 미친건가..?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농담을 치고 난리지? 진심이야..?
난 넉이 나가 반박도 못하고 그대로 함께 보건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최수빈에게 따지듯 물었다.
“ 뭐야 누구 맘대로 내가 니 여자친구냐? “
“ 왜? 선생님이 장난치시니까 장난으로 받아친거지 “
” 뭐? 너 선생님이 아까 엄청 진담으로 생각..ㅎ “
그때,
스윽,
최수빈은 허리를 숙여 자기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고 난 당황해 그대로 피하지도 못하고 굳어버렸다.얘가 진짜 왜 이래..?!
” 왜? 최범규 여자친구는 듣기 좋고 최수빈 여자친구는 싫어? “
” ..!! 아니..! 그건 당연한거 아니야..?! “
” 그게 왜 당연해? “
” ㄴ..너 뭐 나 좋아해?! “

” 응. 좋아해 “
” 어..? “
“ 나 너 좋아하는 거 맞다고 “
순간 진지한 최수빈의 표정에 난 할 말을 잃었다. 아니 진짜로 날 좋아한다고? 대체 언제부터?
남사친과의 거리는 좁아질 수록 점점 그 거리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나와의 거리를 점점 좁혀오는 이 자식의 행동과 말들은 내 머릿 속을 마구 뒤집어 놓는다.
분명 적절한 거리에 서 있다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친구‘라는 이 거리에서 더 멀어질까 애써 이 거리를 유지해오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물질 사이 중력은 거리에 비례하듯 갑자기 가까워진 너와 나의 거리처럼 넌 갑자기 커진 중력으로 날 끌어당기고 있다.
“ 언제부터..? “
” 적어도 최범규보단 먼저 “
“ .. 수빈아 나는 “
” 지금 답 하지마. “
” 뭐? ”
“ 지금은 최범규가 더 가깝잖아. ”
“ … ”
“ 내가 최범규보다 더 가까워지면, 니 맘에 내가 더 가까워지면 그때 말해줘 “
” … “
” 나 이제부터 엄청 티 낼거니까. 너도 너의 말에 대한 책임은 져. “
” … “
그 말을 뒤로 최수빈은 교무실에 들려야 한다며 2층으로 올라갔고 난 순간 달아오른 얼굴을 달래기 위해 운동장으로 나갔다.
갑자기 너무 큰 충격을 받은 것인지 내 정신은 돌아올 생각을 안했다. 분명 절대 끊어지지 않을 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선은 나만 지키던 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최수빈의 말을 들으니 이전의 최수빈의 행동들이 모두 이해가 갔다. 내 연애를 방해했던 일도,아무 이유 없이 내게 초코우유를 사다주었던 이유도
나름의 표현방식이었던 것 같다. 내가 그 거리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
갑자기 너무 복잡해진 머릿 속에서 난 허우적대고 있는 듯했다.
그때,

“ 김여주 여기서 뭐하냥~ ”
“ .. 생각 ”
“ 생각? 니가 생각이라는 걸 했었나? “
” .. 너도 최수빈이랑 똑같애 “
” 푸흐.. 장난이야~ “
” 진짜 지금 너처럼 그냥 장난친 거였으면 좋겠다.. “
” 최수빈이 무슨 말을 했길래? “
” .. 나 좋아한데. 걔가 “
” … “
” 진짜야? 넌 뭐 들은 거 없어? “
” 나야 뭐.. 들은 건 없지만 “
” ..? “
” 티가 나니까 알아서 눈치챘지 ”
“ 하.. “
” 뭐 고민할 거 있어? 넌 지금 완전 최범규한테 빠져있다며 “
” .. 그게 “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아니 그 마음이 맞을 것이다. 내가 지금 좋아하는 것은 최수빈이 아닌 범규다. 근데 왜..
이렇게 쉽게 거절을 하기가 힘든 것일까.. 최수빈 성격상 그냥 거절을 하면 알아서 잘 정리할텐데
혹시 내가 그 둘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는 걸까?
“ 그 두 명 사이에서 흔들려? ”
“ .. 모르겠어 ”
“ 김여주 “
” 왜.. ”
“ 니가 누굴 선택하던 둘 중 한 명은 멀어져. 둘 다 지금과 같은 관계이길 바라는 건 네 욕심이지 ”
” … “
” 하지만 너에게 선택 받은 그 사람이 멀어진 그 사이만큼의 공백을 채워줄거야. 내가 장담해 “
” … “
“ 내가 보기엔 최범규도, 최수빈도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놈들이야 “
“ 그럼 난.. ”
“ 원래 머리가 복잡할 수록 더 천천히 선택해야하는 법이야 “
” … “
” 더 지내보고 둘 중 누가 더 너와 맞는지 선택해 “
” … “
” 거리가 같다하더라도 분명 더 큰 힘으로 널 끌어당기는 놈이 있을거야 “
“ .. 최연준 ”

“ 니가 어떤 선택하던 난 언제나 김여주 편이니까. 외롭게 싸우진 말라고 “
“ .. 너 진짜 감동이야 “
“ 그렇게 감동이면 그냥 나랑 만날래? ”
“ 방금 감동 다 깨졌어. 안되겠다 ”
“ .. 여주 너 그러면 나 진짜 서운해 ”
“ 치.. 알았어 “
” .. 너무 걱정 마~ “
최연준의 조언 덕분에 조금은 머리가 가벼워진 기분이었다. 그래 조금 더 지내다보면..
쉬는 시간이 곧 끝나가기에 난 반으로 올라갔고 조금은 산뜻해진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난 그 문을 열지 말았어야 한다.
드르륵,
“ ..!! ”
“ 김여주.. “
“ 여주야.. ”
” 이게 대체.. “
주변 책상과 의자가 널부러져있었고 범규 위로 최수빈이 주먹을 들고 있었다. 주변 아이들은 다들 놀라 어쩔 줄 몰라했다.
얼굴을 보니 서로 치고 박은 것인지 최수빈과 범규 둘 다 입 옆이 터져있었다.
태양과의 거리가 계속해서 둘 다 가까워지면 언젠가 그 두 행성은 서로 부딪히게 된다. 아주 큰 파열음을 내고 서로에게 상처를 내며
그게 바로 거리의 비례관계들이다. 거리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것들이다.
* 필독!
여러분 혹시 제 글이 재미가 없으신걸까요.. 손팅 열심히 해주세요 🤍🤍 저는 댓글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