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정석

[숩] 개처럼 살게

W. 말랑이래요




photo


"자기야 이것도 살까? 맛있는 것 같은ㄷ,"


"내려놔"


"응"



이래서 같이 장 보러 오기 싫었는데. 항상 시식코너에서 한 입 먹고나면 이것도 사자 저것도 사자 난리나는 수빈이였다. 결혼 2년 차, 몰래 장 보러 나가려는 나를 붙잡고 낑낑대며 같이 가자는 수빈이를 이번에도 못 말렸다.



"너 이럴려고 같이 장 보러 다니는 거지.."


"아니거든.. 너 혼자 힘들까봐 따라다니는 거지"


"거짓말쟁이.."




가득 담긴 카트만 봐도 그랬다. 온갖 인스턴트에 아이스크림 가득. 

아니 내가 장 보러 왔지 간식 사려고 왔냐고- 

뭐라 하려던 참에 우리 옆으로 지나가는 강아지가 보였다.



"헙.. 수빈아 저 강아지 봐바..진짜 만져보고 싶다. 여보 우리도 강아지 키우면 안될까?"



내 말에 수빈이가 내키지 않는지 망설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저기 지나가는 강아지가 너어어어무 귀여웠다. 우와..우와!..



"음...자기야"


"응?"



photo


"저기..내가 좀 더 개처럼 살게.."


"...?"



풉-  그 말을 듣자마자 배를 붙잡고 깔깔 거리며 웃었다. 내 눈치를 보던 수빈이가 왜 웃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지만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너 뭔데 진지하냐고"


"아니! 나는 자기가 강아지 키우면 안되냐길래!"


"으이그 바보야 그렇게 쉽게 키우겠냐? 너 하나 키우는 것도 어려워 죽겠는데"


"그니까-!"



아니 잠깐만, 뭐?


이번에도 웃음을 꾹 참고 카트를 끌으니 뒤에서 발끈하며 뒤따라오는 수빈이였다. 옆에서 쫑알 쫑알 나를 남편이 아닌 아들로 보고 있었냐 어쩌고 저쩌고 말 하면서도 기어코 무거운 카트를 뺏어 자기가 끄는 걸 보면 사랑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남편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


photo

ㅋㅋㅋ남편 졸귀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