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정석

[연] 슬리데린 그 녀석 中

W. 말랑이래요




무슨.. 이런 애가 다 있지? 우리 초면 아닌가? 거절을 해야하지만 섣불리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내 앞에 있는 최연준은 여전히 내 대답을 기다리는지 그냥 지나갈 기미가 안 보였다.

"저기, 그 우승은 축하한데.. 굳이 나랑?"

"난 너 아는데. 김여주"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우리가 친하냐고! 나는 머리를 긁적이기도 하고 괜히 소매 안에 있는 지팡이를 만지작 거리기도 했다. 정신 산만한 내 행동에 어이없을 법도 한데 최연준은 여전히 담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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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친해지고 싶었거든. 오해는 하지마"

"..오해가 아니라-"

야 최연준! 안 오냐. 뒤에서 최연준 친구들이 소리쳤다. 난 자연스레 입을 다물었다. 그래 해명할게 뭐가 있어 굳이 초면에 당황스러운 티를 낼 건 없잖아. 뒤를 한 번 돌아본 최연준이 아쉬운 티를 내며 나를 바라봤다.

"싫으면 어쩔 수 없지. 이따 연회장에서 보자"

"어.. 그래 잘 가"

우리의 첫 만남은 그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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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시끌벅적한 연회장에서 밥을 먹거나 독서를 하거나 자습을 하거나 떠드는 애들이였다.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데 그 중에서 나를 알고 있었다니 진짜 신기하네..

덕분에 오늘 수업은 다 말아먹었다. 분명히 몇 마디 안 나눴던 것 같은데 .. 자꾸 생각이 난다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였다. 포크를 까딱이며 멍하니 음식만 쳐다보고 있자 옆에 있던 최범규가 내 팔을 툭툭 건들였다.

"..아, 어 왜 왜"

"너 슬리데린이랑 싸웠냐?"

"아니 그런 적 없는데.. 왜"

"쟤가 자꾸 너 째려보길래"

쟤라니? 범규의 눈짓에 뒤를 돌아봤다. 누가 날 째려보나.. 내가 뭘 잘못했나? 애초에 슬리데린이랑 부딪힐 일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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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연준이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최연준이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얼떨결에 나도 손을 흔들었다.

하하, 그래 안녕이다 임마. 작게 흔드는 내 손을 보던 범규가 깜짝 놀라며 귓속말을 했다.

"미쳤냐 김여주! 나 쟤 무섭단 말이야"

"야 나라고 안 무서울 줄 알아?.. 몰라 그냥 인사 하는거야"

"쟤 부른 거 아니지? 이쪽으로 걸어 오는데?.."

"뭐? 나 안 불렀는데"

아뿔싸. 범규가 힐끔 거리더니 깜짝 놀라며 나한테서 떨어졌다. 정말 이쪽으로 걸어오는 최연준에 나는 또 다시 당황했다. 그리핀도르 학생들만 가득한 곳에 슬리데린 인싸(?)가 걸어오니 다들 당황한 건 마찬가지였나보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에 진절머리가 났다. 아니 이쪽으로 왜 걸어 오는거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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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야 범규야, 이따 기숙사에서 게임 할거지?"

"아, 네 선배 당연하죠!"

"그럼 이따 보자. 밥 먹는거야? 맛있게 먹어-"

아 오늘도 우리 카이 선배는 빛이 난다 빛이 나.. 그리핀도르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카이 선배는 언제나 착하고 예쁘고 빛 났다. 내가 좋아하는 선ㅂ..

가 아니라 최연준은 어디갔지?

계속 두리번 두리번 거렸지만 최연준은 안 보였다. 이 쪽으로 걸어온 게 아니였었나.. 뭐 그런가보지. 이번에는 나도 포크를 들고 최범규가 먹고 있던 소세지를 뺏어 먹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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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휴닝 선배한테 데이트 신청 할 거냐?"

"갑자기 왜"

"왜긴. 일주일 뒤에도 퀴디치 경기 있잖아"

"...아 그러네"

"그리핀도르가 승리하면 바깥에 나가서 영화나 보고 와"

"..."

영화.. 영화라.. 바깥에 나가서 영화..

'야. 나랑 영화보러 갈래?'

또 다시 그 애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오 씨, 왜 자꾸 생각 나는거야. 이건 뭐 짝사랑 하는 것도 아니고.

야 김여주! 말이 없는내가 이상했는지 범규가 나를 불렀다. 생각 없이 걷다보니 그리핀도르 기숙사에 도착한 것이였다. 범규가 소매 안에서 지팡이를 꺼내더니 자연스럽게 문을 향해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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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풋- 드레이코니ㅅ.."

(용의 머리)

기숙사 문이 열리다 말았다. 뭐야? 왜 암호를 말하다 말아.

멈칫 거리는 범규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야 왜그래?

범규가 멋쩍은 얼굴로 뒤를 가리켰다. 왜 뭐가 있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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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대로 찾아와서 미안한데,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조금은 편한 차림으로 나타난 최연준은 조금 순해보였다. 슬리데린 기숙사는 지하에 있기 때문에 굳이 7층인 여기까지 찾아온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무슨 중요한 할 말이 있는거겠지

그래. 범규야 너 먼저 들어가. 연준이가 그제서야 만족 하다는 듯이 웃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 웃음에 나도 따라 웃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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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디치 대회, 보러 올거야?"

"응 가야지 그리핀도르 응원하러"

"...와, 대놓고 선 긋네 슬리데린 선수 앞에서"

"난 그리핀도르니까 그럴 수 밖에 없지"

"내가 그리핀도르였으면 나 엄청 응원 했겠네?"

연준이가 나를 이끌고 온 곳은 강이 훤히 보이는 벤치였다. 중요한 얘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 고작 한다는 말은 퀴디치 대회에 보러 올 거냐는 말이였다.

"..뭐, 그랬지 않았을까? 같은 팀이니까"

"우리 이제 친구니까. 나도 응원해주라"

"어?"

나도 모르게 바보같은 소리를 냈다. 그래, 응원이야 못 할건 아니니까. 고개를 작게 끄덕이니 최연준이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소리 죽여 웃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선 최연준이 자기가 입고 있던 후드티를 훌렁 벗었다. 깜짝 놀라 눈을 질끈 감았지만 곧이어 날 툭툭 치는 손길에 살포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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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우니까 이거라도 입어."

"...어? 아니 안 줘도 되는데"

"그래도 입어. 너 감기 걸리면 내가 신경 쓰일 것 같아서"

"고마워..옷은 빨아서 돌려줄게"

아 씨 쪽팔려, 후드티 안에 기본 티를 입고 있었는지 다행히 내가 생각했던 대참사는 안 일어났다. 교복 위에 연준이가 준 후드티를 입으니 알게 모르게 그 아이의 향기가 났다.

내가 알던 슬리데린과는 다르게 연준이는 따뜻하고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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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데린이라고 다 나쁘고 욕심 많은 건 아니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