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말랑이래요

["그리핀도르- 현재 그리핀도르가 월등히 앞서고 있습니다! 이대로면 우승은 그리핀도르가-!.."]

"야 대박!!!와!!! 야 김여주 이번엔 우리가 진짜로 이기겠다"
"..어어"
["그리핀도르!!! 이번 퀴디치 경기의 우승은 그리핀도르입니다!"]
결국 우리 선수가 이겼다. 내 옆에 앉아 응원석에서 내려보고 있던 범규는 벌떡 일어나 나를 끌어 안으며 방방 뛰었다. 하지만 하나도 안 기뻤다. 연준이가 졌잖아!
빗자루를 내려놓고 땅을 밟는 선수들 중에 빠르게 연준이를 찾았다. 초록색 목도리를 거칠게 잡아 빼며 머리를 신경질 적으로 헝클이는 연준이였다. 그럴만도 하다, 이번 그리핀도르 팀의 캐리는 휴닝카이 선배가 했기 때문에 거슬릴만도.
***

"여주야! 오늘 경기 어땠어?"
"선배야 뭐 항상 멋있죠- 오늘 캐리 쩔었어요 선배"
"고마워, 아 혹시 이따 마을 내려갈 때, 같이 영화 보러 가는 거 어ㄸ.."
김여주!!!!!
어우 썅, 깜짝아. 저 멀리서 크게 소리치는 사람 때문에 휴닝 선배의 말도 끝까지 못 듣고 뒤로 자빠질 뻔했다. 뭐야? 뒤를 돌아보니 씩씩 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오는 연준이였다.

"여주야 우리 오늘 같이 공부 하기로 했잖아"
"어?..우리가?"
"선배 죄송해요 여주는 저랑 선약이 있어서"
가자 얼른. 짧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 한 연준이가 내 팔을 잡고 뒤돌아 걸어갔다. 아니 얘가 왜 이래-. 한참을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던 연준이가 호수가 훤히 보이는 벤치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연준아"
"아, 오늘 졌어... 짜증나"
비밀 연애이기 때문에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연준이의 이름을 부르니 나를 꼭 끌어 안은 채 어깨에 머리를 부벼대며 칭얼 거리는 연준이였다.
"그 전까지는 항상 이겼으면서? 욕심도 많아"
"그래도 너랑 사귀고 나서 하는 첫 경기인데. 이기면 바로 데이트 가려고 했단 말이야"
우승자 팀은 그 날 하루, 마을에 내려가 자유 시간을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그렇게 달콤할수가 없다. 그리핀도르가 승리 하자마자 홀라당 마을로 달려간 범규를 생각하면 그랬다.
결국 나랑 데이트 못 가서 짜증 난다는 거지?
"다음번에 너가 이기면"
진하게 키스 해줄게.
내 말에 고개를 번쩍 든 연준이가 존나 흔들리는 동공으로 나를 바라봤다. 겨우 웃음을 참고 연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럼 무조건 이기지"
"으이그!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 하다가 진다고"
"...근데 여주야"
키스는 지금도 할 수 있는 거 아냐?
내 볼을 어루만지며 말 하는 연준이의 눈빛이 돌변했다.
이상하게 연준이 앞에만 서면 긴장이 됐다. 이제는 남자친구인데도 긴장이 된다. 어떡하지, 눈을 감아 말아?
하지만 우리는 화들짝 놀라 떨어지고 말았다.

"김여주! 너 왜 연락도 안 받ㅇ.."
..최연준?
범규가 반갑게 뛰어오다 내 옆에 있는 연준이를 보고 멈칫했다. 안 그래도 연준이를 무서워 했기 때문에도 있지만 우리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이 의아했을 수도 있었다.
"어어, 마을 잘 다녀왔어?"
"응.. 아니 그나저나 왜 둘이 같이 있대.."
"그.. 그게.. 음, 일단 기숙사 들어가 있어. 나 연준이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아 좆됐다. 어렸을 때부터 제일 친했던 범규라 서로 비밀은 없기로 했는데 그걸 까먹고 연준이랑 사귄다는 얘기는 안 했다. 당연히 범규는 사실을 알면 서운할게 분명했다.
마을에 가야만 살 수 있는 간식거리들을 품에 안은 채 어딘가 고장난 로봇마냥 기숙사로 향하는 범규가 신경 쓰였다.

"..쟤는 나만 보면 피하더라"
"범규가 낯을 많이 가려서 그래"
사실 너 존나 무서워 해서 그래 하하.
***

"와...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 이야-... 김여주 존나..."
절교야. 팔짱을 끼고 홱 등을 돌려버리는 범규 때문에 미치겠다. 그 덕에 존나 달래주며 되도 않는 억지 웃음을 짓고 있었다.
"에이 범규야- 나 지금 너한테 처음으로 말 해주는 거다? 어?"
"나는 내 첫사랑, 내 짝사랑, 내 전여친 전전 여친 전전전 여친까지도 다 말 해줬는데 너는 이제와서 말 하냐?"
나한테 안 들켰으면 평생 말 안 할려고 했지?! 버럭 소리를 지르는 최범규를 당장이라도 꿀밤 맥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하하하, 왜 삐지고 그래 최범규 스블스끄야.
"그나저나 우리 선배들이 알면 난리나. 슬리데린이랑 그리핀도르? 야 넌 어떻게 사귀어도 우리 라이벌을 사귀냐"
"..야아 사귀지 말란다고 어떻게 안 사귀냐? 그거 완전 유치해"
"하이고..사랑에 빠지셨구먼"
"어쨌든 너 비밀이다? 나 너한테만 말 한거야 연준이랑 사귀는 거"
"됐어 들키던지 말던지"
아오- 저 새끼를 그냥! 범규가 쿵쾅쿵쾅 거리며 남자 기숙사로 올라갔다. 한번 삐치면 오래가는 범규이기 때문에 당분간은 고생하겠다 싶었다. 저걸 어떻게 달래지..
범규의 뒷 모습만 보며 입술을 깨물다 갑자기 계단을 오르다 말고 나를 휙 돌아보는 범규 때문에 움찔 거렸다.

"그래도 최연준 걔. 눈에서 꿀 떨어지더라"
"...진짜?"
"이번엔 오래 가라- 난 둘이 사귀는 거 안 말려"
역시나 범규는 내 편이였다.
***
["아쉽게도 후플푸프는 결승전에서 출전을 못 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도 그리핀도르 대 슬리데린인데요!"]
2주가 지나 또다시 퀴디치 경기가 열렸다. 저번 경기부터 치고 나오는 그리핀도르가 이번 경기에 우승 후보였다. 내 옆에 있는 범규는 여전히 얼싸 좋다며 방방 뛰었지만 난 두 손을 꼭 쥔 채 연준이만 바라봤다.
"제발 제발..다치지 말고 제발"
"..야 씨!! 너 지금 최연준 응원하냐?! 빨리 그리핀도르 응원 하라ㄱ"
"야 들키겠어 조용히 해"
이쯤되면 최연준이랑 나랑 사귄다고 동네 방네 소문 내는 거 아닌가 몰라. 급하게 범규의 입을 막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연준이는 존나
너무 멋있었다.
난 이를 악 물고 경기에 임하는 연준이를 제일 좋아했다. 나도 모르게 헤벌레 웃자 옆에서 쯧쯧 거리며 그렇게 좋냐는 범규의 말에도 고개만 끄덕였다
그 때였다.
["...어!! 지, 지금 슬리데린 수색꾼인 최연준 선수가 빗자루에서 떨어졌습니다!!!"]
한순간이였다. 빗자루에서 떨어진 연준이가 땅바닥에 쓰러졌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연준이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최연준!!!!"
바닥에 쓰러져있던 연준이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넘어진 충격에 기침을 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눈물을 쏟아내며 연준이를 일으켜주자 뒤따라 나를 쫓아온 범규도 연준이를 부축해주며 일으켜줬다.
그러자 연준이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봤다. 왜.. 왜웃어 멍청아 지금 사고났는ㄷ..

연준이가 손을 펴자 그 안엔 골든 스니치가 들어있었다.
매우 빨라 잘 보이지도 않는 스니치를 잡았다면 경기가 끝났다. 결국, 슬리데린의 승리였다.
["최연준 선수가 골든 스니치를 잡았습니다!!! 이로써 슬리데린에게 150점, 우승은 슬리데린입니다!"]
이게 무슨.. 슬리데린의 우승이 확정 되자마자 터지는 폭죽과 함성들을 들으며 어버버 거리자 내 손을 잡은 연준이가 여전히 예쁜 미소를 지으며 말 했다.
"여주야"

"내가 무조건 이긴다 그랬지?"
그 말과 동시에 나를 번쩍 안아 올리며 입을 맞추는 연준이였다.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키스를 하고 있는 우리에 더욱 반응이 폭발적이였다. 뒤에서 선배들이 야 김여주 지금 슬리데린이랑!... 어쩌고 저쩌고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걸 어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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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잘했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