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량 주의. 급전개 주의.
뭔가 이상할 수있음
여긴 모아고등학교. 3학년 2반이다.
소름돋을 정도로 조용한 자습시간을 깨트린
방송이 울려퍼졌다.
"화재 대피 훈련 실시하겠습니다.
전교의 학생과 교사들은 운동장으로•••"
'뭔 화재 대피 훈련이야...시험 준비하기도 바쁜데..'
선생님은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그러곤 다시 공부에 집중하였다.
힐끗 운동장을보니 3학년들은 시험준비하느라 보이지 않았고
1,2학년 들은 운동장에 있었다.
'좋겠네..너네도 나중에는 고생 좀 하겠지...'
좀 꼰대 같았나, 사실인데 뭐가 문제겠어
한 20분 지났나. 지금쯤이면 훈련 끝일텐데 왜 안 올라온담.
그 생각이 끝나기도전에 매퀘한 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1,2학년들은 소리치며 뭐라고 막 말해댔다.
'뭐라는거야...'
난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 목소리에 집중했다.
그러자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들.
'...불이났다고? 무슨 소리를...'
그러자 귀를 때리는 화재경보음 소리가
미친듯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니 선생님은 어디가셨는지 보리지 않았고
반아이들은 당황했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설마...진짜 불 난거야..?'
난 황급히 일어나 타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미친듯이 달렸다.
내 눈 앞에 보이는 모습은
과학 전담실에 불이 나고있었다.
그것도 어마무시하게 큰 불이
과학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미친..."
난 생각할 겨를도없이 3-1반부터 알리기 시작했다.
"불이야!! 과학실에 불났어!!"
아이들은 날 바라보다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내 말에 모두가 당황한듯했다.
난 침착하게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주머니에 항상
넣어다니던 손수건에 물을 묻혀 입과 코를 가린뒤
아이들이 다 대피했는지 뛰어다니며 구석구석 살폈다.
그러다 맞은편에서 누군가 달려오눈 실루엣을 보았다.
'쟤 뭐야...누구지...?'
난 그애의 얼굴을 보려고 노력하다보니 어느새 그자리에
멈춰서서 그애를 보고있었다.
'...최..범규..?'
그도 손수건으로 코와입을 가리고 있었다.
'...저거 내가준 손수건인데..?!'
범규와 나는 오랜 친구이다. 자그마치 14년지기.
정말친한 친구인데...얘가 여기 있을줄은...
손수건으로 입을 막아서 웅웅 거려,
남들은 잘 들리진 않겠지만
난 똑똑히 들었다.
너 왜 여기있냐고. 왜 대피 안 했냐며 물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인데...
범규와 나를 제외하곤 모두 대피한것같다.
범규가 오는 방향에서 살펴보았는데
아이들이 없었댄다. 그럼 모두 대피했겠지
그러고 우리도 나갈려고 계단으로 갔다.
오른쪽은 계단이 없고, 왼쪽으로 가야했다.
하지만 화재의 원인이 된 과학실이 있는 쪽인데...
어떻하지 하다가 결국 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러고 가려는 순간, 굉음이 들리며 우리가 갈려고 했던
계단이 무너져 내려버렸다.
'...망했다'
가스는 점점 우리의 숨을 조여왔고
언제 데였을지 모르는 손등에는 화상이 입혀져있었다.
'...왜 안오지...'
창문으론 와야할 소방차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죽는건가...숨이 막혀왔다.
범규를 무심코 보았을땐 아까는 보이자 않았던 상처가 보였다.
얜 또 언제 다친거야...
불에 데인듯한 화상, 어딘가에 긁혀서 찢어진
교복 바지 사이로 보이는 타박상.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숨통을 트이기 위해 어딜 가야할까 고민 하던 순간 화장실이 떠올랐다.
난 무작정 범규의 손목을 잡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다행이 숨통이 조금 트였다.
이것도 얼마 안 가겠지만..ㅎ
짧은 정적을 깬건 나였다.
"너 왜 대피 안했어?"
"...애들 살피느라. 대피 못해서 갇히면 어떡해."
"....우리가 죽게생겼어.."
"차라리 내가 죽는게 나아."
"넌 무슨 그런말을...!"
"너도 그런 생각하고 애들먼저 대피 시킨거 아냐?"
맞다. 그래서 할말이 없었다.
약 1시간이 지난것같은데도 구조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숨은 처음보다 쉬기 어려워졌고
짧게 여러번 쉬게 되었다.
진짜 마지막인가 싶었을때 범규가 날 빤히 바라보았다.
"..왜"
"좋아했어. 아니, 지금도 좋아해."
"...뭐....?"
"지금 아니면 못 전할까봐 미리 전해두려고"
"장난치지마..ㅎ 넌 무슨 그런 장난을..."
난 애써 웃으며 그의 고백을 부정했다.
"진짜야. 너 처음 본 순간 쭉 좋아했어.
성인되고 고백하려고 했는데 안되겠더라."
"왜 지금이 마지막인것처럼 얘기를 해..!"
"마지막이 될것 같아서..ㅎ"
"무슨말이야...아니지...? 응?
말 좀 해봐...범규야...고백하고 죽으면 어떻해애!!
조금만 버텨줘...응? 제발..."
"내 첫사랑 여주야...나랑 친구해줘서 고마웠어ㅎ
나 없이도 살 수있지? 나 없어도....잘 살아야해..
사랑해, 여주야."
그의 팔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그 말을 남기고 떠났다.
내 곁을. 항상 곁에 있어준다면서.
약속했으면서...왜 먼저 갔는데...응? 꿈이라고 해줘, 제발
신이 있다면 내 말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
난 죽어도 되니까, 얘는 좀 살려달라고.
얘 없으면 난 못사는데. 공기처럼 항상 내 곁에 있어줬는데.
그럴꺼면 날 죽이라고...왜 얘를 먼저죽이는데...왜...!
어느새 내 눈가는 눈물로 젖어있었다.
이럴꺼면 나도 가지..얘 불쌍해서 못보내..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날카로운 유리 조각을 보았다.
난 그 유리 조각을 집어 화상을 심하게 입어 감각도 없어진 곳을
할퀴었다. 붉을 액체가 떨어졌고, 내 정신은 희미해져갔다.
사랑하는 친구 범규야, 우리 하늘에서 만나자.
사랑해
.
.
.
.
.
1시간 뒤
치직 쾅! 위이이잉-
"화징실에서 여학생 한 명과 남학생 한 명 발견되었습니다."
치지직.
"살아있나?"
"..맥박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알겠네 조심히, 잘 들고 오도록..이상."
치직
'김여주' '최범규'
이 학생들의 이름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