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이름은 강주임! 물론 주임이라는 이름보다는 Lilli{릴리}라는 프랑스식 이름이 더 친숙하다.
어릴때부터 몸이 약했기 때문에 8살이 되던 무렵 결국 프랑스로 치료를 위해 떠나게 되고 10년 후, 지금. 한국에 도착했다.
'' 하... 그리운 내 홈타운. ''
이제 집을 가면 10년전 그때처럼 내 방 창문을 넘나드는 작고 귀여운 내 강아지와 토끼가 날 반겨주겠지?
내 강아지와 토끼가 궁금하다고?
매우 특별한 애들인데, 그 둘은...
수인이다.

'' Bienvenue en Corée. {한국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한국에서 듣지 못할 익숙한 불어가 들렸다. 나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날 환영해주는 사람을 찾았다.
''프랑스어가 많이 좋아졌죠? {불어가 많이 었네?} ''
나는 웃으면서 불어로 나를 반겨준 내 쌍둥이 동생 태현이에게로 걸어갔다. 10년만에 보는 내 동생이었지만 매일 통화로 봐서 그런지 어색한 느낌은 없었다.
태현이는 쓰고있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내게 미소를 지어보냈다.

'' J'ai appris à l'utiliser pour parler à ma sœur. {누나랑 대화할때 쓰려고 배웠지} ''
'' 기특하네 ''
'' 어때 내 발음? ''
'' 10점만점에 100점. 현지인 뺨칠 정도로 정확했어 ''
나는 태현이에게 쌍따봉을 날렸다. 태현이는 피식 웃으며 내 케리어를 끌고 앞장섰다.
'' 차타러 가자 ''
" 뭐야? 너 면허있어? "
'' 그럴리가 ''
내 물음에 태현이는 그저 방긋 미소만 지어보냈다. 나는 빠르게 태현이의 옆으로 달려갔다. 태현이와 나란히 걸어보니 엇비스했던 눈높이가 높아진게 느껴졌다.
" 키컸네? "
" 뭐, 마지막에 봤을때보다 조금? "
" 아, 오늘 학교가는날 아니였어? "
내 물음에 태현이는 씨익 웃으며 내게 자신이 쓰고있던 그 썬그라스를 씌어주었다.
" 겨울방학이거든요? "
공항 자동문이 열리자 추위가 훅 들어왔다. 껴입는다고 껴입었는데 생각보다 더 추웠다. 내가 몸을 부르르 떨자 태현이는 자신이 두르고 있던 목도리를 내 목에 감아주었다.
" 으으, 추워 "
" 그러게 내가 꺼입으라고 했잖아 "
" 이게 껴입은거야! "
태현이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자신이 입고 있던 패딩까지 내게 입혀주었다. 옷소매도 길고 내겐 너무 커서 어쩡쩡해보였다.
" 야, 너 춥잖아. 너가 입어 "
내가 벗으려고 하자 태현이는 지퍼까지 올려주며 말했다.
'' 아 벗지마 ''
'' 너는? 너 춥잖아 ''

" 누나가 감기걸리는 것보다 내가 걸리는게 나아. "
" 기특한 짜식. "
나는 태현이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태현이는 내가 머리를 만지기 좋게 살짝 허리를 숙였다. 내가 손을 때자 태현이는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내 손을 잡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태현이의 손이 차가운 것을 보니 태현이도 많이 추운가보다.
...
" 도착했다. "
나는 홀린듯 말하며 길을 걷기 시작했다. 태현이는 처음에 당황한듯 나를 붙잡으려했지만 이내 내 뒤를 천천히 따라와 주었다.
한 집, 두 집, 세 집. 그리고 그리운 나의 집.
나는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서와 우리딸 "
문을 열자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여긴 정말이지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정원 한 가운데에서 팔을 벌리고 나를 마지해주시는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 엄마!!! "
엄마의 체온이 내 몸에 닿았다. 그리웠던 엄마 품이었다. 그렇게 엄마와 제회를 하던 중 오븐 장갑과 앞치마를 두르고 있던 내 아빠가 보였다.
아빠는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접시를 내려두고 천천히 나와 엄마에게로 다가왔다.
" 잘 다녀왔어? "
" 응! "
그렇게 한참을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물론 10년 중간중간에 만나 프랑스를 여행하기도 했고 영상통화를 자주했지만 그래도 할말이 참 많았다.
'' 그래, 그럼 짐풀고 편하게 몸좀 녹이고 있으렴 ''
나는 고개를 끄덕인뒤 아빠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추고 집으로 들어갔다.
'' 짐은 방에 있어 ''
언제 들어갔는지 태현이가 2층으로 가는 계단을 내려오며 마주친 내게 말했다.
'' 고마워 ''
나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태현이가 매준 목도리를 풀었다. 그러자 태현이는 내 손을 잡아 내 행동을 멈추게 한 다음 다시 풀린 목도리를 이쁘게 묶어주었다.
'' 집인데? ''

'' ...아 몰라. 누나가 밖에 또 나갈거 같으니까 그냥 좀 하고 있어. 이러고 나갈때 목도리 안하고 갈거잖아 ''
'' 혹시 모르죠~ ''
'' 전 알거든요~ ''
'' 치이... ''
결국 나는 순순히 태현이가 묶어진 목도리를 풀지 않았다. 분하지만 태현이의 말이 틀린적은 거의 없으니까.
'' 올라가봐. 난 학원다녀올게 ''
나는 태현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고 태현이 역시 대충 내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급히 나가는 것을 보니 아마 늦었나보다.
'' 나때문인가? ''
태현이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계단을 올라갔다.
" 아, 여긴 변한게 없네. "
나는 방 불을 키고 이곳저곳을 바라보았다. 따뜻한 온기와 따스한 분위기가 마치 오랫동안 사람이 살고 있었던 것같아 그동안 부모님이 날 얼마나 많이 생각해주고 계셨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추억을 되세기면서 짐을 정리하던 그때 창문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정리하던 것을 멈추고 창밖을 바라보니 처음보는 사람이 밖에 있었다.

" 주인누나!! "
손을 붕붕 흔드는 그는 정말이지 어렸을때 모습 그대로였다.
" 주인이라 부르지 말라고 했지! "
'' 내 주인님 맞는걸? ''
'' 최연준!!! ''
내 외침에 연준이는 키득키득 웃더니 두 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말했다.
" 내려와. "
'' 내려가? ''
'' 응, ''
'' 정말? 진짜? ''

'' 아 빨리 내려와. 보고싶으니까 ''
나는 피식 바람새는 소리를 내며 창문을 닫고 황급히 아래로 내려갔다. 너무 오랜만에 만나는 내 작은 강아지가 나를 어색해할까봐, 내가 내 강아지를 어색해할까봐 걱정이었다.
그렇게 걱정을 가지고 한걸음 한걸음 달려가니 어느새 현관문 앞이었고 내가 문을 열기 직전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 나가요!! "
나는 문을 벌컥열었다. 갑자기 열린 문에 놀랐는지, 아니면 내 모습에 놀랐는지 문 앞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내 작은 토끼 수빈이가 있었다.

" ㅇ, 어...? 주임아? "
" 수빈아! "
나는 반가움에 나도 모르게 수빈이 품에 폭 안겼다. 수빈이는 그대로 굳었는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 잘 지냈어? ''
'' ...... ''
'' 음... 어...헣 ''
민망해진 나는 천천히 수빈이의 목을 감싼 팔을 풀려고 힘을 뺐다.
'' 반가워서... 그만, ''
'' 빼지마 ''
그러자 수빈이는 내 팔을 자신의 목쪽으로 다시 밀었고 나를 꽉 안았다.
'' 빼지마, 응? ''
'' ㅇ, 어어... 알겠어 ''
내가 그의 목에 다시 팔을 두르자 수빈이가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수빈이는 그와 내가 숨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있지 않았다면, 수빈이의 얼굴이 내 귀쪽에 있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을 아주 작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 있지 주인, 너무 보고싶었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