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1.
빙의글에 빙의되었다

" 진짜 평화롭다 "
오늘 날씨는 정말 이상하리만큼이나 한적하고 또
평화로웠다. 가만히 노을이 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묘한 감정이 와닿았다.
아 내 소개부터 해야지
나는 18살 고등학교 자퇴생이다.
침대에 누워 창문으로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는 건 내 일상이였다. 꿈을 위해 자퇴를
했지만 정작 뭐부터 해야할지 몰라 그냥 멍하니 지낸
것도 벌써 3개월째이다.
" 뭐라도 하자 "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모자를 대충 눌러쓰고 집밖을
나왔다. 주머니에 손을 꼽고, 폰으로 빙의글을 보며
집 앞 편의점으로 가서 항상 먹던 요거트를 찾았다.
" 어, 뭐야 "
항상 있던 자리에 있던 요거트가 없자 카운터에 있던
알바생에게 없냐고 묻자 오늘은 안 들어왔다고 한다.
푹 한숨을 내쉬며 편의점을 나와 잠시 고민했다.
' 그냥 집 갈까 '
두 정거정만 가면 동네에 있는 큰 마트가 있어서 거기
라도 갈까 하며 고민했다. 두 정거장이 이럴 때만 멀게
늦겨졌다. 그래도 공허할 때는 속을 채워줘야 한다는
생각에 무거운 발걸음을 때고, 마트로 걸음을 옮겼다.
마트에 들어가 우유쪽 코너를 확인하자 역시 요거트가
있었다. 신나게 요거트를 집어들고 계산을 한 후 마트
를 나왔다. 나오자 마자 빨대를 꼽고 요거트를 한 입
크게 들이켰다.
" 아 오길 잘했다 "
한껏 기분이 좋아진 나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마저
보던 빙의글을 켰다. 한참 핸드폰에 빠져 길을 걷고
있는데 옆에서 모르는 사람이 소리를 지렀다.
" 학생 조심해!! "
조심하라는 소리에 핸드폰에서 시선을 때고 앞을 바라
봤다. 길건너에 서있는 사람은 눈이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시력이 안 좋은 나도 알아볼 만큼 켜져있는
눈에 자연스레 고개는 옆으로 돌려졌다. 그리고
옆에는 코앞까지 온 하얀색 덤프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한숨간에 나를 들이박았다.
' 정말 이렇게 죽는다고? 너무 허무한데 '
내 몸이 하늘로 붕 떴을 때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것만
같은 기분이였다. 여태 산 시간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불과 몇 초 사이에 나는 도로위를 나뒹굴고 있었다.
점점 흐려지는 정신을 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미 내 눈은 반쯤 감겨져 있었으니까

' 벚꽃은 드럽게 예쁘네 '
그렇게 나는 따뜻하고 벚꽃이 휘날리는 봄날, 생을
마감했다.
인줄 알았으나
' ㅅㅂ 이건 또 뭐냐고!! '

" 좀 꺼져, 여주 못 지나가잖아. "
눈 뜨니까 쌩판 모르는 사람들이 내 앞에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