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의 법칙

Ep. 뮤즈가 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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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뮤즈가 되는 순간








나름 평탄하게 오전 수업을 들었다. 김여주가 입을 어

떻게 털었는지 모르겠지만 이글거리는 눈으로 수업 시

간이나 쉬는 시간에 날 쳐다보는 그들에 약간의 진땀

을 흘렸지만 딱히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어제 일로 김여주는 그 5명이랑 밥 먹으러 갔을 테니

까… 배도 안 고픈데 음악실으로 가서 피아노 연습을

 하자는 생각으로 음악실으로 향했다. 설마 잠기지는

 않았겠지? 에이 설마~ 음악실 문이 잠겼을까 우물쭈

물거리다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는 텅 빈 음악실 위에

 피아노 하나만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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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기 누군데 음악실에 막 들어 .. 이수아? "





" 왜 하필 여기서 이렇게 마주치는 거지? "





" 여긴 무슨 일 때문에 온 건데? "





" 피아노 연습 때문에 .. 아니, 너야말로 왜
여기있어? 김여주랑 밥 안 먹고? "






피아노 건반을 둘러보고 있으면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

한 목소리에 설마 하며 뒤를 돌면 최범규가 삐딱하게

 날 보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대꾸를 해주고

 있으면 어느새 내 옆에 서서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최범규의 옆모습을 보았다. 최범규도 잘생겼네?

 김여주 부럽다~ 혼잣말을 하고 있으면 한숨을 푹 내

쉬고 나를 힐끔 쳐다보는 최범규와 눈이 마주쳐 순간

 불퉁하게 뭘 보냐고 물었다.



" 속이 안 좋아서 밥은 안 먹었고, 여기 있는 이유는
답답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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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말에 대답해준거야? 착하네 ~ "





" 웃기네. 너는 안하던 피아노 연습을 갑자기
왜 하는데? "




" 안하던게 아니라 못 했었던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 멋있잖아. "





내 마지막 말이 좀 웃겼는지 헛웃음을 짓는 최범규를

 보니 나도 모르게 그가 편해졌다. 근데 최범규 너 여기

 자주 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곡 잘 안 써지면 여

기 자주 와. 야, 그렇다고 해서 너무 자주 오진 말고. 이

제부터 내가 쓸거거든. 내 말에 뭐가 그렇게 웃긴지 이

제는 아예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재수없어. 뭐가 그렇게 답답해서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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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이 잘 안 써져서. 아, 근데 내가 왜 너한테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




" 난 하라고 강요는 안 했다? 네가 말한거지. "




알아. 나의 말에 대답을 하고 다시 눈을 감은 채 있는

 최범규를 보니 소설 속 내용이 떠올랐다. 소설 속의 김

여주와 최범규의 관계를 정리하자면 김여주가 최범규

의 뮤즈였다. 최범규가 곡을 못 쓰던 시점에 김여주의

 바이올린 소리에 정처 없이 빠져들어 그녀를 생각하

며 곡을 아주 면 뽑듯이 뽑아냈다는 에피소드가 존재

했는데. 음, 그럼 이제 김여주한테 찾아가야 하는 거 아

닌가? 지금이면 교실에 있을 텐데.




" 저기 최범규야. 김여주 안 찾아가? 지금 교실에
있을 시간인데. "



" 저기 최범규야는 뭐야. 그리고 김여주를 내가 왜
찾아가야 하는데. "




" 김여주가 네 뮤즈니까. "




" 뭐래, 아니야. 그렇게 김여주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




어? 아니다. 내가 아는 소설 내용이… 소설 속 최범규는

 김여주의 껌딱지로 김여주가 어딜 가든 따라다니면서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감정을 키워나갔는

데? 어째서 뮤즈도 아니고 김여주를 좋아하지도 않는

 거지? 무언가 소설 속 내용이 꼬이고 있다. 




" 그럼 이제 내 얘기는 됬으니까 피아노 연주나 해.
나는 저기 누워서 잠 좀 잘 테니까. "




" 어?  응 .. 잘자 최범규 "




최범규를 쳐다보며 소설 속 내용을 다시 짚어보는데

 소설과 현재의 상황이 달라도 너무나 달라서 생각하

는 걸 그만뒀다. 왜? 복잡한 건 질색이니까. 이딴 거 그

만 생각하고 빨리 연습이나 하자. 피아노에 앉아 연주

를 하기 시작했다.



음악실에 울리는 수아의 피아노 소리는 세상에 존재하

는 그 어떤 소리보다 아름다웠다. 그래서였을까 최범

규는 수아의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마자 감았던 눈을

 뜨고 파아노를 연주하는 수아의 모습과 소리에 넋을

 놓고 봤다. 이윽고, 점심시간이 끝나고 5교시가 시작

된다는 예비 종이 울리자 수아는 연주하던 것을 멈추

고자신을 쳐다보던 범규에게 인사를 하고 옥상을 빠져

나갔다. 


수아의 발소리가 사라지는 순간 범규는 파아노를 연주

하던 수아를 되뇌며 급하게 자신의 품 안에서 노트를

 꺼냈다. 잠시 범규의 손이 춤을 추듯 무언가를 끄적이

며 노트를 가득 채웠다. 얼마 되지 않아 손에 잡은 연필

을 내려놓은 범규의 시선 끝에는 노트를 가득 채운 음

표들이 있었다. 순간 왠지 모를 기분에 범규는 온몸에

 전율이 돋았다. 


수아가 범규의 뮤즈가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