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괴의 연인
정령은 원래 착해

쿠션베개
2025.12.11조회수 3
일진 무리들의 탐탁치 않은 시선도 받게 되었다.
특히 일진들 대가리인 은우린의 견제도 심해졌고
말이다.
"박하 너 되게 양심없다? 네가 뭐라고 연준이한테
친한척 하고 지랄이야."
또 시작이군. 평소에도 나를 깎아내리고
비아냥대던 아이라 그러려니 했지만 이번엔
뭔가 더 예민하게 굴었다.
'얘 연준이 좋아하나보다.'
그거말고는 이렇게 또 못살게 굴 이유가 없으니까.
이럴땐 반응하지 않고 저자세로 나가는게 제일이다.
"미안."
"야. 미안하면 평소처럼 혼자 다녀 눈에 띄지말고."
무슨 이런 협박이 다있단 말인가. 서러워 죽겠네..
우린의 심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배정된
방과후 화단 청소를 나한테 떠맡긴 것이다.
그것도 일부러 엉망으로 더럽혀 놓고서.
"오늘 내가 몸이 안좋으니까 니가 해."
나는 그걸 거절할수 없었다. 거절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잘 안다.
"휴우.."
결국 착잡한 마음이 되어 낡은 빗자루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이거 좀 이상하다.
노란색 빗자루가 난데없이 윙윙거리며
진동하는게 아닌가! 잡고 있던 빗자루를 내팽개치자
번쩍 빛이 뿜어나왔다.
"으앗!"
하얀 연기 사이에서 웬 귀여운 인상의 아이가
나타났다. 먼지를 툭툭 털어낸 그는 나랑 눈이
마주치자 큰소리로 말을 건넸다.
"절 풀어준게 그쪽인가요?"
그러더니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냅다 손을 잡았다.
"저 빗자루에 갇힌게 벌써 20년 째거든요.
지겨워 죽을 지경이었는데... 감사합니다!!"
나는 얼떨떨하게 손이 잡힌 채로 눈만 깜빡거렸다.
이게 또 무슨 말도 안되는 일이지?
"저기, 그러니까 당신은 누구세요?"
"휴닝카이라고 해요. 정령이구요.
편하게 카이라고 부르세요. 반말도 하시고!"
이젠 하다하다 정령까지 나오냐고.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이 정령이라는 아이가
아주 해맑은 덕에 기분은 조금 누그러들었다.
"근데 내가 풀어줬다는게 무슨 말이야?"
"저는 신통한 기운을 가진 인간의 손길이 닿아야
저주가 풀리거든요."
내가 무당 핏줄에 귀신을 볼 줄 알아서 그런가.
이럴때는 도움이 되는구만.
"어, 혹시 제가 해드릴 일이 있을까요."
"딱히 없어."
"예?? 그럼 안되는데? 정령은 도움을 받으면
반드시 갚아야.."
난감하군. 지금 당장 도움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서 말이다.
'잠깐만.'
나는 이마를 잠깐 짚었다 떼었다. 정령이 그런 일도
해줄수 있으려나?
"누굴 혼쭐내는 것도 할수 있나?"
"당연하죠 제 전문인데요.
믿고 맡겨주세요."
눈을 초롱초롱히 빛내는 카이를 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너 진짜 착하구나?"
"음? 정령은 원래 다 착해요!"
뭐.. 이런 짓을 하는게 좀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든든한 친구가 생겼으니 미친 셈치고 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