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_ 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 석진아, 채희랑 노는게 재밌어? 아니면 나랑 노는게 재밌어? "
" ....... 뭐? "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내게 사랑과 이쁨만 주던 석진이가 바람을 피우다니?
처음엔 의심뿐이었다. 하지만 점차 그 의심은 확신이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바람 소식을 알게 된 나는... 별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 내가 세컨이라며? 좀 기대 했는데.. 자존심 상한다. "

".. 언제부터 알았어? "
방금까지만 해도 환하게 웃고 있던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눈치 챌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나봐? 그의 구겨진 얼굴은 꽤나 볼만했다. 나는 은은하게 미소를 띄운 채 말을 했다.
" 그냥 얼마 안됐어. "
" 아쉽다. 조금 더 가지고 놀려고 했는데. "
누가 누굴 가지고 놀아. 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처음엔 헤어질 각오로 이 카페로 그를 불렀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다. 이대로 연애를 해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 재밌겠는데?
" .. 뭐야. 나랑 헤어질 거야? 난 헤어지기 싫은데. "
내 말을 들은 석진은 미간을 좁혔다. 그가 원하던 대답이 아니었을까? 솔직히 헤어져도 아무 상관은 없었다. 단지.. 호기심이었다. 세컨드라니 흥미롭잖아?

" ... 두번째도 괜찮으면 와. 남은 사랑 줄게. "
" 응, 괜찮아. 어짜피 나도 너한테 남은 사랑 줄 거니까. "
내 말 뜻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석진이 잠시 고개를 기울이나 싶더니, 무언가를 깨달은 듯 한쪽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그도 눈치 챘나보다. 내게 있어서 석진도 나의 세컨드인 것을.
" .. 아 나도 세컨이었어? 그건 몰랐네. "
" 응 그니까 상관없어. 주고 남은 사랑도 괜찮으니까 헤어지진 말자. "
남 주긴 싫고 내가 가지긴 싫어서. 딱 그뿐이었다. 저 더러운 성격을 가지긴 싫었지만 저 잘난 얼굴을 남 주긴 싫었다. 아마 석진도 나와 같은 생각일 거라고믿었다. 그는 만족한 듯 고개를 끄떡 거렸다.
띠리링- 그때였다. 나의 휴대전화에 전화가 왔다. 발신인은 나의 퍼스트였다.
정국이♡ 라는 발신인을 보고 미소를 활짝 피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응. 지금? 알겠어. 바로 갈게 "
통화내용은 간단했다. 집 앞으로 나오라는 정국이의 말이었다. 늦은 시간에 부르는 게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남자친구인데 나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가방을 들었다. 카페를 나가려던 내 발걸음을 잡은 건 석진의 말이었다.
" 다정하게 말하는 거 보니까 퍼스트인가봐? "
" 응 맞으니까 이제 좀 꺼져라. "
석진에게 볼일은 다 끝났다. 서로가 세컨드임을 알렸는데 오늘은 더 이상 뭐가 더 필요한 게 없었으니까. 그를 뒤로한채 카페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뒤에서 사랑해. 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그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카페를 나왔다.
한편 남겨진 석진은 생각이 좀 달랐다. 순수하게 제말을 잘 따르던 여주였는데 한순간에 자신이 세컨이라니? 처음봤다. 여주의 당돌함을. 그런 모습은 석진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서로가 세컨인걸 아는 연애? 꽤나 재밌지않나.
그런데 과연 지금 석진이 드는 기분을 단순 호기심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속에서 무언가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이내 짜증난다는 듯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서 겉옷을 챙겨입고 카페를 빠져나오며 중얼거렸다.

" .. 오기 생기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