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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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우리집 현관에 도착하니 정국이가 무언가를 손에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으음.. 귀여운 자식... 나도 그 인사에 보답이라도 하듯 밝은 미소를 띄우며 정국에게로 다가갔다.


" 늦은 시간에 오느라 수고했어. 무슨일이야? "


" 헤헤. 이거 누나 주려고......... "


수줍게 말을 하며 제 손에 있던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헐.. 이거 내가 갖고싶던 개비싼 향수 아니야???? 미친.... 욕이 튀어나올뻔 한 내 입을 두손으로 가렸다. 이 늦은 시간에 귀찮아도 달려오길 잘했네. 


" 헐... 이거 누나 주는 거야? 비싼 거 아니야? 고마워.. 잘 쓸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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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


역시 부잣집 아들내미는 달랐다. 퍼스트 남친 하나는 참 잘 둔 것 같다. 쪽! 
싱글벙글 웃으면서 정국이의 볼에 가볍게 키스했다. 정국이가 볼을 붉히며 베시시 웃었다. 미친.. 개잘생겼어


" 정국아 늦었는데 얼른 집 들어가. 부모님이 걱정........어? "


잘가라고 배웅을 하려던 찰나, 저 멀리서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설마.. 설마...
...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김석진이었다. 씨발. 어떡하지?..
저 재수없는 두 눈깔이 날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거 보면 절대 모른 척 지나갈 것 같지는 않았다. 아 진짜 큰일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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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거기서 뭐해? "



미친. 저 새끼 지금 나랑 싸우자는 건가? 당당하게 정국이 옆에서 날 부르는 석진의 모습은.. 꽤나 재수가 없었다. 서로 퍼스트는 건들면 안되는 거 아닌가?
당당히 철판을 깔고 오는 내 세컨 남친... 정말 최악이다.



" ... 누나 누구야? "


" 아... 회사동료. 일 때문에 잠깐 불렀어. "


는 무슨 씨발. 진짜 딱 죽고싶었다. 내 남친 두명이 모여있는 광경은 내 손에 땀이 나게 만들었다. 최대한 티는 안냈다. 김석진한테 긴장한 모습은 보여주기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니까.


다행히 석진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정국이의 표정이 약간 일그러졌지만 그건 내 알빠가 아니었다. 정국이를 빨리 돌려보내는 게 먼저였으니까.



" 정국아. 향수 너무 고마워!! 얼른 집 들어가. "


" .. 응 알겠어. 일 빨리 끝내고!! 잘자. 사랑해 "



으응. 대충 얼버무리고 뒤돌아가는 정국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국이의 모습이 점점 멀어지자 내 긴장도 점점 풀리는 것 같았다. 여전히 석진은 그 자리에서 팔짱을 끼고 정국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나는 그를 째려보며 말했다.


" 뭐하는 짓이야? 서로 퍼스트는 건들면 안되는 거 아니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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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가만히 있어줬잖아. "



... 개자식. 틀린말은 아니었다. 근데 왜? 왜 여길 오는데?? 머리채를 휘어잡고 말하고 싶은 걸 꾸욱 참았다. 여유있어보이는 김석진이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나도 침착한 척 하고 싶었다.



" 그게 문제야? 여길 왜 오냐고. "



" ..... "



아무말이 없었다. 대답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우리집 도어락을 열고 우리집 안으로 들어갔다. 저번에 술에 취해서 우리집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당당하게 내 집으로 들어가는 꼴이.. 정말 싫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까 그냥 카페에서 쫑을 냈어야했는데.. 이놈의 호기심이 문제다.

나도 석진을 따라 우리집으로 따라 들어왔다.



" 야 어딜 들어가? 누구 마음대로? "


" 손에 그건 뭐야? 향수? "



이 새끼가 자꾸 내 말 씹네... 참자 참아. 김석진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실실 웃고 있었다. 짜증이 슬슬 올라오는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의 질문을 무시했다.
그는 우리집 곳곳을 구경하고 있었다.



" 아까 그 애새끼가 니 퍼스트야? 돈 많나보다. 그 향수 비싼건데 "



" 응 맞아. 그건 둘째치고. 우리집 안 까지는 왜 오는데? "



" ..... 그냥. "



" 그럼 자고 가. "


그냥 여유 부리고 싶었다. 진심은 아니었다. 내 말을 들은 석진은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긍정의 의미였다. 씨발... 그냥 아까 헤어질 걸.........

살면서 이렇게 후회 한 적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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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간 좀 펴라. 나도 니 남자친구인데. "



나도 모르게 인상 쓰고 있었나보다. 대답 대신 옅게 웃었다. 괜시리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괜히 자고 가라고 했나. 자꾸 내가 뱉은 말을 후회하는 게 웃겼다. 
애초에 후회할 일을 만드는 게 아닌데...


띠리링, 벨소리가 울렸다. 이번엔 내 휴대전화가 아닌 김석진의 휴대전화에서 울린 소리였다. 그는 그의 휴대전화 화면과 나를 번갈아 보더니 스피커폰으로 전화를 받았다. 나도 대충 눈치가 있는 사람인지라 발신인은 그의 퍼스트인 걸 알았다.


그가 먼저 말을 했다.


" 응. 채희야 왜? "


" 오빠! 지금 나올 수 있어? "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발랄했다. 이미지가 상상이 되는 목소리라고 해야하나.. 오빠라고 하는 거 보니까 연하네. 너나 나나.... 취향은 참 똑같다고 생각했다.


... 아. 좋은 생각이 났다. 아까 그 일에 대한 복수 방법이.



" 지금...? "


그가 그의 퍼스트의 질문에 망설였다. 휴대전화에 머물러 있던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지금이었다. 아까 그 일에 대한 복수.



" ......... "



" ......... "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석진은 당황하는 듯 했으나 내 입술을 받아드렸다.
휴대전화에선 오빠? 라는 말이 들려오자 석진은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나의 1승이었다. 만족의 미소를 옅게 띄웠다.

입술이 떨어지고, 약간의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을 깨고 먼저 입술을 뗀 건 석진이었다.



" 퍼스트는 건들지 말자며. "



" 응. 그래서 퍼스트 말고 널 건들였잖아 석진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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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난 알고 있었다. 저 표정과 눈빛의 뜻을. 석진을 만난지 5개월정도 됐으려나?
5개월이라는 시간동안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대충 눈빛 정도는 해석 가능할 정도였다. 난 그의 뜻을 받아드리기로 했다. 손에 들고 있던 정국이가 준 향수는 대충 바닥에 내려두고 그에게 입을 맞추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나를 침실로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