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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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나쁜 거라 더 끌리는 거야







정국이를 만나러 가는 발걸음은 그리 가볍지 않았다. 분명 5개월동안 바람을 피워왔는데 오늘따라 기분이 더 찝찝했다. 너무 큰 죄를 짓고 있었으니까. 나 언제부터 이런 나쁜년이었지? 과거 생각을 떠올릴려 했을 즈음엔, 정국이의 집 앞에 서있었다.

띵동, 경쾌한 초인종 소리에 곧바로 문이 열렸다. 정국이가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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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보고싶었어. 얼른 들어와! "


" 나도 많이 보고싶었어. "



해맑게 날 보며 투명한 웃음을 지어주는 정국이를 보자 지금까지 했던 걱정들이 싹 없어지는 것 같았다. 내가 더 사랑하는 건 정국이니까. 정국이의 볼에 입을 한번 맞추고 정국이의 집으로 들어왔다.

겉옷과 가방을 내려놓고 쇼파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부잣집 아들내미 쇼파는 우리집 침대보다 더 푹신 한 것 같아... 눈을 꼬옥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정국이가 맛있는 음식들을 거실에 차려놓았다.


" 여주야! 밥 먹고 자야지. "


" 으응.. 정국아 은근슬쩍 말 까지 말고. "


" 쳇. 들켰네.... 암만봐도 누나는 애긴데. "



김석진이 했으면 오장육부가 틀어졌을 것 같은 말을 정국이가 하니까 저걸로 아빠미소가 나온다.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 우리 정국이....... 난 포슬포슬 웃으며 정국이가 차려놓은 밥상 앞에 앉아서 숟가락을 들었다. 

정국이는 오물오물 밥을 먹는 날 보고 웃음을 지으며 티비를 틀었다. 티비에서는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어요! 라는 주제의 예능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미친 ㅅㅂ 놀래서 입에 있던 밥알이 튀어 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그때 정국이가 인상을 쓴 채 입을 열었다.



" 난 세상에서 바람 피는 게 제일 싫어. 사람 마음 가지고 노는 거 잖아.. "


" 그러니까. 바람 피는 놈들은 진짜 쓰레기인 것 같아. "


셀프디스를 해버렸다. 왠지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순수한 애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것 같아서.. 밥맛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나... 언제부터 이런 나쁜년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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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 전이었다. 석진과 나의 첫만남은 그리 특별하지 않았다. 정국이랑 데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가던 도중 생긴 일이었다. 정국이가 사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 저기.. 너무 예쁘셔서 그런데 번호 주실 수 있을까요? "



미친. 존나 잘생겼다. 냉큼 번호를 주려던 찰나, 내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목걸이를 선물해준 정국이가 생각났다. 아 나 남자친구 있구나.. 그런데도 내 입술은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 저 남자를 놓쳤다간 후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난 웃으면서 대답했다.


" 네, 여기요! "


" 감사합니다 ㅎㅎ 나중에 꼭 연락 드릴게요! "



내 인생 최고이자 최악의 실수를 저질러버렸다. 이 행동이 나중에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았다. 그런데 뭐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나는 석진과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큰 비밀을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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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왜그래? 밥 별로 맛 없어? "



" 응? 아니야. 딴 생각 좀 하느라. "



정국이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요즘따라 잡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모든 잡생각들은 김석진과 연관 되어있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냥 내 마음이 복잡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시켰다. 절대 김석진을 신경 쓰는 게 아니라고.


투욱. 김석진을 생각하다가 실수로 정국이의 바지에 물을 엎질러버렸다. 앗 차가! 라는 정국이의 말에 급하게 옆에 있던 휴지로 물을 엎지를 허벅지 부근을 닦아내었다. 아 하필 위치가........ 분위기가 조금... 야해졌다.


" ... 미안 다른 생각 하느라. 진짜 미안해. "


" .... 괜찮아요. 어차피 바지는 벗을 거 였어. "



아.. 우리 정국이 많이 컸구나. 정국이와 3초정도의 진득한 눈맞춤이 이어지자 정국이가 먼저 내 턱을 잡아 올려 키스를 이어갔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넓은 침대가 있는 정국이의 방이었다. 오랫동안 붙어있던 입술을 떼어내고 말했다.


"  정국아. 내일 월요일인데.. "


" 뭐 어때요. 다른 생각말고 나만 봐줘요. 생각보다 밤은 짧단 말이야. "


저 말 이후로 아침까지 어떠한 대화도 없었다. 우리의 밤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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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리링!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시간은 아침 5시 50분. 아 맞다 출근해야 하는데..... 졸린 눈을 비비며 곤히 자고 있는 정국이를 뒤로 한채 화장실로 나왔다. 거실엔 어제 먹던 밥상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얼마나 급했으면....

양치를 하며 휴대폰을 확인 했다. ... 미친 부재중 전화 5통에 문자 10개? 미친게 분명했다. 어떤 미친놈이 밤에 문자를..........

발신인의 이름을 보고 양치를 하던 손이 저절로 멈추었다.





[ 석진이  ]

어디야? 

시간 늦었는데.

전화도 안 받네?

아직도 그 애새끼 집이야? ㅡㅡ

야아아아ㅏ 여주야아ㅏ아아 보고싶당

술 안 마심 오해 ㄴㄴ

씁.. 자고 오는 건가??

힝... 너무행

남친한테 연락도 없이 외박하는 거야?

혼난다. 너






음.....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