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나는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연준 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닌데
마음이 자꾸, 그 자리에서 떠올랐다.
“근데 들었잖아.”
그 말이.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대체 어떤 감정이었는지
그걸 설명해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뭔가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일주일쯤 지나고,
연준 오빠에게서 연락이 왔다.
[시간 돼? 잠깐 볼래?]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나는 그 안에,
‘지금 말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어 있었다.
우리는 공원 벤치에서 만났다.
아무도 없는 시간이었다.
나무 그늘 아래에 앉은 그는
나를 보자, 자리에서 살짝 일어났다.
“앉아.”
말투는 평소랑 비슷했지만
어딘가,
조금 더 망설임이 있었다.
나는 조용히 그의 옆에 앉았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그가 말했다.
“너, 기억나?”
나는 고개를 돌렸다.
“어릴 때,
네가 나 따라다녔던 거.”
나는 웃음이 났다.
“나 안 따라다녔는데.”
“아니, 따라다녔어.”
그가 웃었다.
그 웃음이
괜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사실 그때부터
나도 너 좀 신경 쓰였어.”
나는 웃음을 멈췄다.
“근데 그게 뭔지 잘 몰랐어.
나중에 멀리 가고 나서야 좀 알았고.”
바람이 조금 불었다.
나뭇잎이 흔들렸고,
그 뒤로,
조용한 고백이 따라왔다.
“나 너 좋아해.”
그 말은
아무 장식도 없었지만
지금껏 들었던 어떤 말보다
단단했다.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고개를 들었다.
연준 오빠가 나를 보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아주 가까운 눈빛으로.
“나도.”
그 말을 하고 나서
나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뭔가 오래된 계절 하나가
끝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