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의 이름은

그날 밤, 혼자서

집에 돌아온 건 저녁 늦은 시간이었다.

오빠는 내게 별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말이 없었다.

평소처럼 조용했고, 별일 없는 하루처럼 굴었다.

 

문을 닫고 침대 위에 가방을 올려둔 순간,

아까의 그 눈빛이 다시 떠올랐다.

 

 

 

 

 

 

 

“넌 많이 바뀌었더라.”

그 말투.

낮게 깔린 목소리.

그리고,

나를 보던 눈.

 

나는 침대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났다.

손끝에 힘이 들어갔고,

가슴 한쪽이 묘하게 뻐근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옛날 친구 다시 본 것뿐이라고 넘기려 했는데

이상하게,

몸이 그렇게 움직여주지 않았다.

 

거울 앞에 섰다.

오늘 나를 봤던 그 눈으로,

지금의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릴 때랑 뭐가 달라졌을까.

그냥 키만 좀 컸을까. 말수가 줄었을까.

아니면,

진짜 어른이 된 걸까.

 

연준 오빠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된 장면을 꺼내서

나를 웃게 했다.

근데 이상했다.

나는 그게…

그냥 반가운 게 아니었다.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가 금방 다시 떴다.

머릿속이 복잡했고,

그날 오후 대화들이 조용히 맴돌았다.

내가 무슨 얼굴을 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 어색했을까. 너무 티가 났을까.

그 사람이 뭘 느꼈을까.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메시지 하나.

 

[연준 오빠]

[집 잘 들어갔지? 오늘 반가웠어.]

짧은 문장이었다.

 

나는 천천히 답장을 썼다.

[응. 나도 반가웠어.]

보내고 나서, 핸드폰을 뒤집어 눕혀두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이번엔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