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는 오빠가 정했다.
시끄럽지 않은 카페.
창밖엔 비가 흩뿌리고 있었고,
사람들은 저마다 고요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약속보다 10분쯤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핸드폰을 손에 쥐고, 화면을 켰다가 끄기를 반복했다.
굳이 볼 것도 없었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어색했다.
물컵에 손끝을 대고,
테이블 모서리를 따라 손톱으로 선을 그으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오빠가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연준 오빠가 걸어 들어왔다.
순간, 나는 시선을 피했다.
평범한 인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막상 마주치자 말보다 먼저 숨이 막혔다.
“왔네?”
친오빠가 내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나는 애써 웃었다.
“응. 오빠는 요즘 어때?”
연준 오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대화가 몇 초간 끊겼다.
“오랜만.”
그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 눈빛은,
기억보다 조금 더 조용했고
예전보다 조금 더 어른스러웠다.
짧은 침묵 사이로
마음속 무언가가 천천히 흔들리는 느낌이 들었다.
“잘 지냈어?”
그가 물었다.
말투는 그대로였지만,
목소리가 조금 낮아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또 정적.
오빠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야, 너네 진짜 어색하냐?”
나는 작게 웃었다.
연준 오빠도 같이 웃었지만,
이상하게
그 웃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었다.
“생각보다 많이 컸네.”
그가 말했다.
나는 잠깐 멈칫했다가 물컵을 들었다.
평범한 말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시간 때문인지
가슴 깊은 곳이 찔리는 것 같았다.
오빠는 여전히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연준 오빠는,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대답할 때마다 나를 보았다.
짧게,
아주 짧게
눈을 마주치는 그 순간들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어릴 땐 몰랐다.
이렇게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
이렇게 많은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