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큼한 대표님, 아니 뱀파이어 한태산

03 뱀파이어의 비밀

사무실 공기는 얼어붙었다.

누가 히터 코드를 뽑은 것도 아닌데, 숨이 막힐 정도의 냉기였다.

 

 

 

 

 

명재현 대표가 쏘아보는 시선은 날카로운 칼날 같았고,

한태산 대표는 그런 칼날 위에, 익숙한 듯 앉아있는 고양이처럼 느긋했다.

 

 


 

나는?

나는... 복사기도 무서운 평범한 사무직 직원이다;;

둘 사이에 낀 나는 아주 그냥, 전쟁터에서 방패 하나 없이 앉아있는 감자가 되었다.

 

 


“너 왜 자꾸 우리 회사를 건들이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죽는 병이라도 있는 거냐?"

명재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분노가 느껴졌다.

 

 


"한 두번도 아니고... 맨날 그러는데 갑자기 왜 이래?"

 

 


"뭐?"

 

 


"이런 식으로 나오면 곤란해, 명 대표?"

 

 


"이게...!"

 

 


"봐, 지금 내 옆에 비서도... 있는데, 체면 차리셔야지"

 

 



 

 


'네? 저요..?'

내가 있는 줄 알면 제발 싸우지 좀 마라...

 

 


"쟤도 뱀파이어냐?"

 

 


“얘는 그냥 사람이야.”

 

 


‘사람이라고…?’

그 말이 너무 어색했다.

누군가를 "사람"이라고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원래부터 비정상 아닌가?

 

 


"됐고, 아무튼 내일까지? 어? NDB 투자 건 돌려놔라?"

 

 


"내가 왜?"

 

 


"야!!!!!!!!!!"

 

 


"아무리 내가 너랑 친구라고 해도.... 우리 그룹에 이득이 되는 건 취소 못해줄 것 같네"

 

 


"... 원하는 게 뭔데"

 

 


"Project L-13, 그거 멈춰"

 

 


"아씨 그게 내가 멈춘다고 되냐?"

 

 


"페르파는... 영원히 헤시파에게 도움되는 일은 해줄 수가 없어. 그 프로젝트를 끝내지 않으면"

 

 


"니 팔이나 회복하고 말하시지? 아직 회복도 안 됐잖아.”

 

 


재현이 태산의 팔을 흘끗 쳐다봤다.

“넌 지금, 그 체엑 없으면 피도 안 멈추는 상태잖아.”

 

 


'피?'

 

 


나는 그 말을 듣고 본능적으로 대표님의 팔을 쳐다봤다.

셔츠 소매 너머로 비쳐 보이는… 붉은 얼룩

태산은 자신의 팔을 스윽-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재현을 바라봤다.

 

 


"그게 뭐"

 

 


"그게 니네 페르파의 한계야. 아 몰라 우리 아버지 성격 알잖아 너...!!"

 

 


"결국 나아가야 할 건, 모든 뱀파이어가 동물 피를 섭취하는 거야"

 

 


무슨 RPG 게임 설정마냥 흘러가는 대화 속에서 내가 이해한 건 단 하나.

 

 


“...ㅂ...뱀파이어면 사람 피 마시는 거... 아녜요?”

 

 


둘이 동시에 날 바라봤다.

살짝 당황한 눈빛이 역력했다.

 

 


“나는 페르파야.”

태산이 조용히 말했다.

 

 


“페르파는 인간의 피 대신, 동물의 피를 마셔. 그게 인간 속에 섞여 살 수 있는 이유야.”

 

 


“...대신, 상처가 나면 아예 낫질 않지?”

 

 


재현이 대신 이어받았다.

“본래 치유력이 약해. 우리 헤시파와는 아~~주 다르게. 우리 헤시파는 인간의 피를 마시기 때문에 매~우 건강하다고?”

 

 


갑자기 한태산 대표가 내 앞으로 조심스레 한 발 내디뎠다.

붉은 눈이 다시금 반짝였다.

 

 


“이차연.”

 

 


그가 내 이름을 부드럽게 불렀다.

 

 


“너에겐... 치유 능력이 있어.”

 

 


“네?”

 

 


“페르파들은 본능적으로 알아. 치유 능력을 가진 인간에게선 달큰한 향이 나거든.”

 

 


"ㄱ.. 그게 무슨"

 

 


“뭐야, 저 비서가 치유자였어? 어쩐지, 우리 정체를 알고 있더니만..."

재현은 지겹다는 듯, 그를 보고는 혀를 찼다.

 

 


그리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계약하자. 넌 나의 치유자가 되고, 난 너의 보호자가 되는 거지.”

 

 


"계약...이요?"

 

 


"그래, 내가 너 맘에 들었다고 했잖아. 평소 비서 업무와 다를 게 없을 거야. 그저 내가 다쳤을 때, 옆에 있어주면 돼."

 

 

 

 

 


"그럼 제가 얻게 될 이득은요?"

 

 


 

"막대한 보상을 제공할 거다, 실망하지 않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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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

오랜만에 돌아와서 죄송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