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시기에 출산한 산모 중에서도 유일하게 딸 쌍둥이를 낳은 세나가 퇴원하는 걸 여러 간호사들이 배웅했다. 태형은 한 손에 한명씩 아이를 안고 조심조심 카시트에 태웠다. 태인이 태윤이가 쓰던걸 안버리고 놔두길 잘한 듯 했다.
“ 이제 집가면 진정한 육아전쟁 시작이다! 조리원에서의 좋은 시간은 다 지나갔어. “
“ 너는 그냥 쉬어, 육아랑 살림은 내가 다 할테니까. “

“ 벌써부터 우리 할 일이 많아, 태인이 입던 거 밖에 없으니까 한명 더 입히려면 아기옷도 더 사야하고.. 아기들 이름 지어서 출생신고도 해야하고. “
“ 이름 생각해 둔 거 있어? “
“ 있겠어? 10달 동안 하늘이 구름이로 불렀는데. “
“ 태 자 돌림으로 해? “
“ 그게 낫지않나? 태.. 랑이. “
“ 태랑이, 태랑이.. 어, 이름 예쁜데? “
“ 쌍둥이 태몽 호랑이 두마리였잖아, 첫째는 태랑이? “
“ 좋은데? 하늘이 이름은 이제 태랑이. “
세나와 태형은 못봤지만 태랑이도 마음에 드는지 뒤에서 꼬물거렸다.
“ 둘째는.. 태율이! “
“ 첫째는 김태랑, 둘째는 김태율. “
태형은 며칠 뒤 출생신고를 하고 오겠다며 집을 나갔다. 집에는 하루종일 신생아 육아에 시달리는 세나와 태둥이가 있었다.
“ 엄마, 괜찮아요? “
태인이가 옆에서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보호대를 한 세나의 손목을 조물거렸다.
“ 역시 우리 태인이 밖에 없네, 그런데 신생아들은 어쩔 수 없어. “
“ 치이- 이럴 줄 알았으면 동생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말걸.. “
“ 아니야, 엄마는 행복해. 태인이가 여동생 생기면 좋겠다고 했는데 둘이나 생겼잖아. 그래서 엄마는 기뻐. “
“ 정말? 그럼 나 방금 한 말 취소할래! “
세나와 태인이는 마주보고 활짝 웃었다. 그 시각 태윤이는..
“ 뭐야.. 나는 남동생이랑 같이 자동차놀이 하고싶었는데.. 왜 다 여동생만 있어? “
혼자 자동차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며 입을 삐죽대는 태윤이다.

“ 응아아아앙-! “
밤낮으로 툭하면 응애거리며 우는 신생아 태둥이 때문에 태형과 세나는 잠을 푹 잘 수 없었다. 둘은 번갈아가며 잠에서 깨서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해가 뜨고, 태인이 태윤이의 등교준비를 도와줘야했다. 태인이는 철이 든건지 뭐든 혼자 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어리광을 부리는 태윤이는 뭐든 아빠가 해달라고 찡찡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야단을 칠 수는 없는 법이다. 얘네도 이제 겨우 8살이니까.
“ 아빠, 아빠-! “
“ 태윤아, 그거 엄마가 도와줄게. “
“ 아니야, 싫어! 아빠가 해줘- “
학교 가기 전 먹일 계란후라이를 굽고있던 태형은 참다참다 폭발해 세나에게 요리를 맡긴 뒤 방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잘 안되서 떼를 쓰는 태윤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 아빠, 이거 해줘-! “
“ 김태윤, 아빠가 떼 쓰지 말라고 했지. “

“ 으으응.. 아빠.. “
오랜만에 보는 태형의 화난 모습에 겁먹은 태윤이가 울먹였다. 세나는 부엌에서 달려와 그런 태형을 말렸다.
“ 좋게 타이르면 되지, 왜 무섭게 애한테 화를 내? “
“ 하… “
태형은 끓는점에 도달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태윤이에게 다가가 아이가 벗어던진 양말을 다시 신겨주었다. 그러고는 태윤이를 일으켜 볼에 뽀뽀를 해주고 나가서 밥을 먹으라며 등을 살짝 밀었다. 태윤이가 온몸으로 삐진 티를 내며 부엌으로 가 밥을 먹자 세나는 태형을 째려보며 속삭였다.
“ 봐, 오빠 때문에 태윤이 삐졌잖아. 어떡할거야? “
“ .. 됐어. 애들 학교 태워주고 올게. “
그렇게 아이들을 학교까지 데려다주고 온 뒤 집으로 돌아온 태형은 세나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와 태랑이 태율이를 보며 해맑게 웃었다.
“ 그새 잊은 건 아니지? “
“ 뭘? “
“ 설마 아무 일 없었던 것 마냥 넘어가려고 했어? 아침에 말이야, 태윤이 혼냈던거! “
“ 그게 뭐 화낸거야, 그냥 떼쓰지말라고 훈육한거지. “
“ 화 낸거 맞잖아, 애가 잔뜩 겁먹고있다가 오빠가 양말 신겨주니까 삐졌던데 뭐. 오빠 차에서도 아무말 안하고 가만히 있었지? “
“ 뭐라 말 할게 있나, 그냥 학교 잘갔다와라 이랬지. “
“ 어휴, 답답해죽겠어. 그러다 아빠랑 아들 사이 멀어지는 거 한순간이야. 지금이야 태윤이가 어려서 그렇지. 사춘기 되어봐라, 바로 오빠랑 빠이빠이야. “
“ 그래서, 나보고 뭐 어떻게 하라고? “
“ 태윤이 학교 갔다오면 밖에 나가서 맛있는것도 사먹이고 얘기하다가, 둘 사이 회복되면 집에 들어와. 태윤이가 삐진 상태 그대로 오면 오빠만 집에 못들어오는 줄 알아, 알았어? “
“ 그때까지 너 혼자 쌍둥이랑 태인이 보겠다고? 안돼, 오늘말고 다음에 세나 말대로 그렇게 할게. “
“ 태인이 태율이 태랑이만 오빠 딸이야? 태윤이도, 오빠 첫째 아들이야. 오빠는.. 태윤이한테 진짜 잘해줘. 그래도 맏이인데, 태인이보다 뭐든 늦다고 태윤이 상처받게 재촉하지말고. “
“ 내가 언제, 재촉했다고… “
“ 태윤이, 태인이보다 걷는것도 늦게 걷고 말도 늦게 했다며. 태윤이는 오빠한테 아픈 손가락 아냐..? “
“ .. 맞지, 항상 뭐든 태인이보다 느려서.. 많이 답답했었지. “

“ 그러니까 오빠가 옆에서 더 격려해주고 응원해줘야지. 아침에도 뭔가 잘 안되니까 오빠만 찾잖아, 태윤이가 가장 사랑하는게 아빠니까. “
“ .. 태인이는 집으로 데려다주고, 태윤이랑 바람 쐬고 올게. “
“ .. 잘 생각했어, 화이팅..!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