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_환생으로 가는 길
“..초아씨…”
“..윤초아씨…”
초아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감겨있던 눈을 번뜩 떴다.
하지만 눈을 떴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주변은 캄캄했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초아는 방금 정신을 차렸음에도 불구하고 서있었으며 몸이 으슬으슬한게 감기라도 걸린 듯 했다.
“정신이 드십니까?”
“…네?”
아무것도 안 보이는 칠흙 같이 캄캄한 곳에서 누군지 모를 목소리가 자신을 부른다는 것은 꽤나 섬뜩한 일이었지만, 초아는 이미 겁을 먹을 데로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대답을 해보았다.
“깨어나셨군요.”
“윤초아씨 본인 맞으십니까?”
“네…”
“근데 누구세요…?”
“여긴 어디에요…?”
한 번 입을 연 초아는 질문을 연달아 하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의 주인은 그 연속된 질문 중 단 하나도 답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새카만 공간은 펜으로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내리는 듯한 사각사각 소리만으로 가득 찼다.“저기요…?”
“누구시냐니까요…?”
초아는 용기를 내어 첫번째 질문을 다시 던져 보았다.
그러자 아, 하는 소리와 함께 사각거리는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목을 가다듬 듯 헛기침을 하는 소리가 났다.
“죄송합니다.”
“잠시 절차를 잊었군요.”
“우선 제 소개를 하도록 하죠.”
“저는 저승사자 421번이라 합니다.”
그리고 정적이 흘렀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독자들도 생각하겠지만 갑자기 누군가 본인을 저승사자라 칭한다면 누가 그걸 믿겠는가?
초아는 풉- 하고 웃고 말았다.
“이야_요즘 꿈도 참 생생하네요.”
“세상에 그럼 제가 죽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약간 비아냥거리는 초아의 말투에도 여전히 음정 하나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름 윤초아.”
“나이 24세.”
“교통사고로 사망.”
“윤초아씨 여기 오시기 전에 뭐하고 계셨죠?”
“장 보러 갔었죠.”
“좀 있으면 남편 올 시간이라 밥 해야 해서.”
“그리고요?”
“그리고…”
“…트럭?”
“그 트럭이 어떻게 했죠?”
“저를…”
“세상에나.”
“…저 죽었어요?”
“이제 실감이 나시나보네요.”
“그럼 그쪽은 진짜 저승사자?”
“그렇죠.”
초아는 한동안 입을 틀어 막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지금쯤이면 남편과 오순도순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본인이 현재 있는 곳이 이승이 아니라니 그저 말문이 막힐 뿐이었다.

“그럼… 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예요…?”
아까의 비아냥거리고 당당했던 초아의 목소리는 어디 갔냐는 듯 흐느끼며 떨리는 목소리가 검은 공간을 울렸다.
역시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또 다시 그 검은 공간은 사각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마침내 펜을 탁_하고 내려놓는 소리와 함께 그 목소리에게서 대답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윤초아씨는 이제부터 한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 길은 너무나도 길고 길어 쉬지 않고는 걸을 수 없죠.”
“그 길을 걷다보면 쉼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6개의 쉼터가 있을텐데 그 쉼터에는 각각 신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입니다.”
“이야기요…?”
의외의 대답에 초아는 흠칫 놀랐다.
영화에서 본 듯이 재판을 받는다든지 바로 천국이나 지옥으로 간다는든지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눈다니.
게다가 신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니 정말 알 수 없는 말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나요?”
“윤초아씨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이번 생을 돌아보아야 다음 생은 더 나은 이가 될 수 있다는
신의 뜻입니다.”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군요.”
“이야기가 끝나면 제가 길 끝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제 제가 셋을 세고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윤초아씨는 그 길에 도착할 것입니다.”
“네?”
“자, 하나.”
“아니 잠시만요.”
“둘.”
“아직 물어볼 게 있단 말이에요.”
“셋.”
“잠ㄲ…”
탁_
“평안한 여행 되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