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죄악과 주선의 경계

7대 죄악과 주선의 경계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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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어리고 약한 존재였던 수진에게 연준과 휴닝 카이는 어쩌면 특별한 존재였을 수도 있었다. 한낱 인간을 품에 안고 귀한 십자가까지 건네준 거 보면 수진은 이들은 정말 신이 내린 존재라고 생각했을 수도…. 연준과 휴닝 카이가 사라진 지 몇십 분이 지나고 수진의 어머니는 연준이와 휴닝 카이를 힐끗 보기라도 한 건지 수진의 손을 잡고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그 사람들은 천사다, 보통 천사들의 호의는 받는 게 맞아 아가."

천사, 그렇게 말로만 듣던 천사가 자신의 눈앞에서 얘기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던 수진은 얇은 옷 위에 카디건 하나를 걸치고 급히 옷가게 밖으로 뛰어나갔지만 보이는 건 하나같이 비슷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수진은 시무룩해진 상태로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와 어머니의 간호를 보기 시작했고, 수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어머니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금 십자가에서 그들이 천사라는 걸 느꼈단다, 황금 십자가는 미카엘 천사님 외에는 들고 다닐 수 없는 십자가란다. 하느님이 최초로 탄생시킨 미카엘 님에게만 주어지는 귀한 십자가야, 나중에 네가 위험에 처할 때 미카엘 님을 다시 볼 수 있겠구나."

이제 막 갓 스물이 된 어린 소녀가 어머니의 말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어리기만 했던 수진에게 천사라는 존재는 아직 낯선 단어였다. 그저 매일 밤 기도만 올리는 그들을 눈 앞에서 봤는데 그걸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어. 수진은 그저 어머니 말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자기가 들고 있는 십자가가 중요한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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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겨울바람 끝에 남겨진 발자국 위로 꽃이 하나 피었다. 그 꽃의 이름은 알 수 없었으나 붉은 꽃잎이 꼭 바닥에 낮게 깔린 흰색의 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수진은 하루가 지날수록 악화되는 어머니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했고, 결국 옷가게 문까지 닫고 조금은 허름한 집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올라갔다. 삐걱이는 낡은 침대 위에 천천히 몸을 눕힌 수진의 어머니는 수진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천사와 신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아."

"알고 있어요, 저 정도면 정말 기도 많이 드리고 간절하다는 거 더 잘 알잖아 엄마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수진의 까만 머리칼을 매만지기만 하던 수진의 어머니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그런 어머니를 조심히 품에 안아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는 수진이었다. 수진은 자신의 어머니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신은 가혹하게도 수진의 어머니를 기어이 하늘로 데려갈 것이며 그 모든 슬픔은 다 수진의 몫이었기에 수진은 기도만이 살길이라며 매번 간절히 황금 십자가에 기도를 올리곤 했다.

추운 날씨에 보일러도 안 돌아가는 상태에서 하얗게 번지는 한숨은 작은 방 안을 맴돌다 허공에 무의미하게 사라졌으며 매번 흘리는 눈물은 얼어붙어 수진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하얀 한숨과 얼어붙은 눈물이라, 수진은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에 황금 십자가를 넣고 다녔고 문득 생각을 하니 십자가를 건네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지하게 되었다.

"... 어머니, 저한테 십자가를 줬던 그분들의 이름을 안 물어봤어요.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아가, 천사들의 이름은 함부로 알고 있는 게 아니란다 천사들은 신과 같은 존재야 신의 이름을 함부로 알려고 한다면 그것은 곧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래도...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내가 죽고 나면 아마 난 신들을 만날 수 있겠지, 내가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도 난 수진이 너를 선택할 것 같구나."

괜히 어머니의 말에 가슴이 뭉클해진 수진은 애써 눈물을 꾹 참아내며 어머니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워 품에 안긴 상태로 잠이 들었다. 한 시간, 그리고 두 시간. 수진이가 황금 십자가를 품에 안고 잠이 들었을 때 수진의 꿈속 앞에는 흰색 빛으로 물이 든 하늘 궁전이 눈 앞에 보였다. 꿈속에서의 수진은 한없이 어린 7살 남짓의 어린 소녀였고,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황금 십자가가 들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