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죄악과 주선의 경계

7대 죄악과 주선의 경계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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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수진이가 꿈을 꾼 지 일주일이 지났을 즈음 성녀의 신분으로 변해있던 수진은 마지막 어머니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성녀로써 해야 할 임무가 꽤나 많았기에. 마치 추운 겨울 어미를 잃은 아기 곰처럼 마음 한 구석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수진이가 인간의 세상으로 내려올 때 그렇게 아득바득 이를 갈고 발버둥을 치며 지켰던 옷가게와 허름하다 못해 곧 무너질 것 같은 집은 지붕 위에 백일홍 하나가 피어났다. 마치 수진이를 멀리 서라도 지켜보는 것처럼.

수진이가 성녀의 세상에서 머물렀을 때 수진이 어머니의 삶에 대해 신의 재판을 진행하던 연준은 문득 그녀에게서 수진의 모습을 발견했다. 온갖 잡일은 다 해서 무성한 상처 투성이를 힐끗 바라보던 연준은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신의 곁에서 재판을 진행했다.

"당신의 삶은 어떠하셨습니까."

"예쁜 우리 딸을 만나 좋았지요."

"당신의 하루는 어떠셨습니까."

"우리 수진이를 하루 종일 봐서 기뻤지요."

연준이의 이어지는 질문에도 오직 수진이 하나만을 생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이던 그녀를 가까이서 바라보던 연준은 품 안에서 신의 음식 하나를 건네주었다. 연준이의 선택은 그녀의 환생이었다. 오직 자신의 딸 하나만을 바라보며 인생을 살아왔던 그녀의 진심이 신에게도 전해졌으니까.

"저는 먹지 않겠습니다."

연준이가 건네준 음식을 거부하는 순간에도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고, 환생을 해주는 음식이라는 말에도 그녀는 고개를 내저으며 괜찮다고 말했다. 그리고, 연준은 문득 그녀의 거부 의견이 듣고 싶어 거리를 조금 두어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의 입에선 신도 감동할만한 말이 내뱉어졌다.

"환생해서 무엇합니까, 우리 수진이는 성녀의 몸으로 하나뿐인 어미를 잃고 이제 겨우 마음속 깊은 곳에 백일홍 하나를 간직하고 사는데 제가 돌아간다면 그 백일홍이 지지 않습니까, 수진이의 마음속에 단 한 송이의 백일홍으로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행복합니다. 이 넓은 하늘에서 수진이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그녀의 말에 연준이나 신이나 모두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어린 딸의 마음속에 있던 백일홍이 지는 걸 보기 싫어 환생을 거부하는 인간은 아마 수진의 어머니가 처음일 테니까.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띠며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행동에 연준은 결국 그녀를 천국의 길로 인도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수진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냐는 말에 그녀는 생전 확인했던 수진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예뻤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괜히 마음 한쪽이 찡해지던 연준은 그녀의 손에 흰색 랜턴을 쥐어주었고, 구름이 다리를 잇는 다리 위에 그녀와 같이 서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 길의 끝에는 끝없는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며 수진의 어머니를 보내주던 연준의 뒤로 뒤늦게 태현이가 다가왔다. 그녀가 떠났고 참았던 눈물을 소리 없이 흘리던 연준이를 말없이 안아 다독여주던 태현이가 입을 열었다.

"미카엘,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이것이 천사들의 임무라는 걸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매번 하루에도 수천번씩 이 신의 재판 길에 발걸음을 옮기는데도 오늘만큼 가슴이 아팠던 적은 아마 연준이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을 것이다. 강인한 멘탈로 그동안의 인간들을 다리로 인도했는데도 나아지지 않던 연준의 마음은 한없이 부서지고 무너져 내렸다. 천사는 생각보다 아픈 존재였다. 사람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도 덤덤하게 신의 재판을 열었지만 그 속으로는 아마 심장이 몇 번이고 문드러지고 허물어졌을 것이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던 신 역시도 연준이의 멘탈을 더욱 강하게 키워주지 못했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라며 말을 하는 신의 말에 연준은 멘탈 테스트를 하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내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