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죄악과 주선의 경계

7대 죄악과 주선의 경계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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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의 목이 조여지고 파멸의 순간이 다가오자 악마들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서둘러 수진의 목숨줄을 압박해왔다. 성녀인 수진의 위기로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건 연준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타들어가는 날개 끝을 잡으며 미친 듯이 고통스러워하던 연준의 앞으로 수빈이가 나섰다. 처음으로 미카엘의 칼을 잡고선 그대로 악마의 심장에 칼을 꽂아 넣은 수빈이었지만 결국 하늘은 악마의 손을 들어주었다. 피바람이 불던 이곳은 7개의 주선 중 3개의 선이 비로소 내면의 추악함을 보여주었다.

순결 인내 친절. 이 모든 것이 뒤집힌 미카엘의 천사 군단은 손을 쓸 수도 없이 지옥의 경계 끝으로 밀려났고, 그중에는 수빈이도 있었다. 미카엘을 지키기 위해 지옥의 끝에서 타락한 수빈의 혼은 악에게 먹혀 소멸되었고, 빈 껍데기만 남은 육신은 그대로 추락해 끝없는 지옥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수빈의 죽음으로 처음으로 연준이의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 천사의 죽음으로 인간세상에는 투명하던 비들이 진득하게 녹아 흰색의 비를 흩뿌렸고, 수빈이 하나를 죽인 걸로 만족한 건지 악마들은 인간세상을 떠나 눈 앞에서 사라졌다.

"최수빈!!"

갈라진 땅과 끝없는 어둠이 공존하던 차디찬 바닥에서 연준은 애타게 수빈이를 불렀다. 힘없이 초점 없는 눈동자로 허공을 응시하던 수빈의 모습에 이성을 잃은 연준은 수빈이를 구하기 위해 지옥의 땅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고, 그런 연준이를 뒤에서 안아 제지하는 태현을 보면서도 발버둥을 치며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절망의 끝을 맛 본 연준은 육신만 남은 수빈의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갈라진 땅이 닫히고 허무함만이 남은 전투에서 같은 동료를 잃는다는 건 항상 있는 일이었지만 연준은 이 상황을 납득하지 못했다. 악에 미쳐 스스로 천사의 길을 포기한 천사 군단들의 일부 천사들과 절망감과 죄책감에 시달려 자신의 명분을 잊어버린 연준은 그 자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수빈이가 소멸하고 며칠 뒤, 천사들은 수빈의 혼을 달래기 위해 기도실에 모여 하늘에게 기도를 올렸다. 수빈이가 죽고 난 이후 며칠 동안 흰색 비를 뿌리며 회색의 바닥을 하얗게 적셔갔고, 수빈의 죽음을 하늘 역시 안타까워하는 듯했다. 기도실에 모인 천사들과 다르게 연준은 며칠 동안이나 침대에 틀어박혀 울기만 했고, 그런 연준이가 걱정돼 태현이가 미음이라도 챙겨 오면 연준은 그 미음조차도 거부하고 옆으로 돌아누워 태현을 외면했다.

"... 형."

"안 먹어, 가져가."

"연준이 형."

태현의 부름에도 힘없이 누워만 있는 연준이 때문에 천사 군단의 모든 체계가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미카엘이 없는 시간 동안 제멋대로 살아가던 천사 군단들의 대부분은 주선을 어기고 인간들의 도움을 거부했으며 선행 역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간신히 목숨을 구한 수진은 몇 번이고 연준이 방을 왔다 갔다 하며 연준을 위로해 주었지만 차마 그 위로는 연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수빈의 혼이 소멸되고 미약하게나마 살았던 수빈이 내면 안에 존재하는 작은 혼령은 기어이 지옥의 땅을 비집고 나와 연준이 주변을 맴돌았다. 그 혼은 연준에게 보이지 않았지만 그 혼 하나만으로 수빈이가 연준이 곁에 있다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차린 건 범규와 휴닝 카이였다.

"... 연준이 형이 보면 좋은데."

"휴닝 카이, 뭐해?"

휴닝 카이의 손에 앉아 작은 선의 나비로 변한 수빈의 혼은 연준이가 혼자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건지 연준이 방만 맴돌았다. 청접몽이라 불리던 이 나비는 수빈이가 생전 아꼈던 파란 나비의 모습을 띠고 있었고, 파란 나비만 보면 연준이 생각이 났다는 수빈의 말을 기억하고 있던 태현은 애써 나비를 보며 웃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