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맛

01. 시작이 안 좋아











시끌벅적했던 교실 안이 한순간에 조용해졌다

곧바로 앞문으로 선도부 담당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선생님은 대뜸 내 이름을 크게 외치셨다


“ 서태희 쉬는시간에 교무실로 와 ”


화가 잔뜩 난 듯한 선생님은
앞문을 쾅 닫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 하이고 하이고 태희야 또 무슨 사고를 쳤니~ “

“ 아 좀 닥쳐 짜증나니까 ”


이 아이의 이름은 한경은
나와 초등학생 때부터 붙어다녔던 소꿉친구이다

얼굴은 예쁘장한데 깝죽거리는게 최대 단점인 것 같다

거울을 꺼내들고 간식 먹느라
지워진 입술을 바쁘게 칠했다

이왕 파우치 꺼낸 김에 무너진 화장까지 고치다가
쉬는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에
한숨을 깊게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야 이따가 카톡하면 아지트로 오셈 ”

“ 넹~ ”


여기서 아지트란
1층 여자 화장실을 말한다

꽤나 구석진 곳에 위치해서인지
하루에 2명이 올까 말까 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화장실이라서
친구들 사이에서는 담배 피기 좋은 화장실로
이미 유명하다









교무실 문을 열고 선도부 선생님을 찾았다


“ 쌤 왜 부르셨어요? “

” 일단 앉아 “


선생님이 의자 하나를 끌고와서는
내 엉덩이 뒤에 갖다두었다

의자에 풀썩 앉아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누적된 벌점이 많아서 5점만 더 받으면
선도위원회가 열린다는 내용이었다


“ 아니 쌤 근데 왜 다른 애들은 안 잡고 저만 잡는 거에요?
저 말고도 화장하고 치마 줄이는 애들 많잖아요 ”

“ 야 너도 니가 심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 “


결국엔 잔소리 기가 막히게 들었다

진짜 1년치 잔소리 다 들은 듯


“ 아 알겠으니까 잔소리 좀 그만해요 진짜..
귀에 피 나겠네 ;; ”

“ 자업자득이다~ 잔소리 듣기 싫으면
벌점 받을 짓을 하지 마라 태희야 “


쓴소리 잔뜩 듣고 얼굴을 찌푸린 채
교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성큼성큼 반으로 돌아가려는데
어떤 신입생 남자애 한 명과 몸이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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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엇.. 죄송합니다.. ”

허리 숙여 사과하는 후배를 한껏 째려보았다
가뜩이나 짜증나 죽겠는데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 야 정인아 신경쓰지마 저 선배 원래 싸가지.. “

” 와.. 진짜 예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