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경은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 위해
먼저 화장실 안으로 들어섰다
불을 붙이고 두 모금 정도 피웠을 때
한경은과 이수진, 김보경이 함께 들어왔다
“ 아 양아치년 우리 안 기다려주고 혼자 피우는 거 뭔데~ ”
“ 와우 뭐야 서프라이즈야? ”
깔깔거리며 연기를 내뱉다보니
문득 학교에 오지 않은 친구들이 생각났다
김민지는 아직 자는 중이고
황지혜는 숙취 때문에 생리결석을 쓴다는 소식을 들었다
“ 그나저나 이번에 신입생 중에 잘생긴 애 들어왔던데 “
“ 뭔 개소리이실까 “
” 아..! 나 근데 누군지 알 것 같아
눈 찢어지고 보조개 있는 애 아니야? “
” 빙고 나 걔 이름 알아왔음 “
” 뭔데뭔데 “
” 양정인인가 양정민인가 “
” 뭐야 알아온 거 맞음? ”
역시나 남자레이더 이수진답다
이 세 명은 틈만 나면 남자 얘기를 하기 바쁘다
사실 난 남자 얘기가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다
대화 주제가 남자얘기로 빠져 슬슬 지루해지려는 찰나에
타이밍 좋게 수업 종이 울렸다
화장실 창문을 열어놓고 밖으로 나오니
나를 포함한 이 네 명은 온몸에 탈취제를 뿌리기 바빴다
한가롭게 교실을 이동하다가 이수진의 괴성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 어!! 야!!! 쟤가 걔야 잘생긴 신입생!! ”
“ 아씨 깜짝아.. ”

“ 어? 쟤.. ”
교무실 앞에서 나랑 부딪혔던 걔
이수진과 저 신입생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결국 눈이 마주쳐 버렸다
“ 엇 안녕하세요 선배님 ”
그때처럼 허리 굽혀 인사하는 신입생을 보고는
세 명 다 귀엽다며 웃어댔다
한숨을 푹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니
그 조그만 신입생은 나에게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 선배님 실례가 안 된다면 번호 좀 받아갈 수 있을까요? ”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 내가 왜? “
짧은 대답과 함께 돌아섰다
“ 야 너 왜 거절해!! 개귀여운데 “
” 아 그렇게 귀여우면 니 번호 주던가 ;; “
한경은과 이수진 그리고 김보경은 쌩하게 교실로 향하는
나를 졸졸 쫓아 따라갔고
양정인인가 양정민인가 그 애는
같이 있던 친구들과 미술실로 향했다
내 이름도 모르면서 대뜸 번호부터 물어보는
저 신입생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근데 진짜 왜 번호 안 준거야? “
” 내 스타일 아니야 “
보경이는 조용히 끄덕였고
한경은과 이수진은 나를 이해하지 못 한다는 듯
서로 쑥덕거리기 바빴다
한편 입을 떡 벌린 채 미술실에 멍하니 앉아있는 양정인은
그 상황에서 같이 있던 친구들에게
또라이냐며 욕을 무진장 먹었다
“ 아니 저 선배랑 엮여서 좋을 거 없다니까 ”
“ 지나갈 때 담배 쩐내 지리더라 ”
” 진짜 또라이냐? 거기서 번호를 왜 따 “
겹쳐 들리는 목소리들은 흐릿하기만 했다
우리 학교에 저런 냉미녀가 있다니
번호를 받지 못한 게 아쉽기만 했다
째려볼 때 보인 그 표정이 자꾸만 고양이를 연상케 했다
장담하고 내가 봤던 여자들 중에 제일 예쁜 것 같았다
“ 듣고 있냐고 그 선배랑 최대한 엮이지 말라고 ”
“ 엮이고 싶은데.. 완전 내 이상형이야 ”
내 말에 친구들은 마른 세수를 하기 바빴고
나는 이번 교시 내내 조그만 그 선배가 자꾸만 생각이 나서
수업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