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의 맛

04. 명찰











“…..?????? ”


당황스러웠다


“ 저 진짜 선배 놓치면 너무 후회할 것 같아서..
오늘 번호 못 받으면 안 될 것 같아요 “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놀란 마음에 잡힌 손목을 세게 뿌리쳤다

양정인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점점 얼굴이 벌개지는 양정인을 보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연락처를 달라고 했던 그 짧은 한 마디가
그저 가벼운 수작이 아닌
용기를 내 진심으로 내뱉은 어려운 한 마디였다는 것을
알아챘다

툭 치면 울 것 같은 표정의 양정인을 보자니
금방 마음이 약해져서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결국 번호를 넘겨주었다


“ 감사합니다 꼭 연락 드릴게요..! ”


딸기처럼 빨개진 얼굴로 허리 숙여 인사하고는
부리나케 1학년 교실로 뛰어갔다









아지트 안은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담배연기와
친구들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들뜬 듯한 친구들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웅웅거렸다

짧아진 담배꽁초를
변기 안으로 던져버리고는 침을 주욱 뱉었다

웅웅거리는 진동에 져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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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맹세코 저 아이에게 내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분명 번호만 찍고 이름을 설정하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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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었다

놀라서 빨개진 얼굴을 마구 때리며 교실로 향했다

계속해서 친구들이 왜 그러냐며 궁금해했지만
말해주지 않았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김보경이 매점을 가자며 졸라댔지만
밥도 먹었겠다 노곤해진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이수진과 다녀오라고 떠밀었다

친구들이 매점에 다녀오는 사이에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인기척이 들려왔지만 못 들은 체했다


점심시간이 5분 남았다는 것을 알리는 예비종이 울리고
교실 안 학생들은 분주하게 다음 수업을 위해
체육복을 갈아입었다


“ 야 서태희 일어나 다음 교시 체육임 ”


까랑까랑한 이수진 목소리에 게슴츠레 눈을 떴다


“ 아.. 나 체육복 없는데 ”

” 뭔 개소리야 니 의자에 걸려있잖아 “

" ?" "


의자 등받이에는 커다란 체육복이 다소곳하게 걸려있었다

급한대로 체육복을 입고 나니
왼쪽 주머니 안에서는 작은 쪽지 하나가 남겨져 있었다




다음 교시 체육이라고 들었는데
혹시라도 체육복 없으면 이거 입으세요
제가 나중에 옷 받으러 반으로 갈게요




양정인이었다

처음 느껴보는 기분에 가슴 한 쪽이 간질거렸지만
혹여나 누가 쪽지를 볼까 다급하게 주머니에 찔러넣었다


“ 야 나랑 수진 보경 조퇴하니까
체육쌤한테 잘 얘기해줘 “

” ? 어디가는데 “

” 이수진이 티켓 구했대서 콘서트 보러 감 “


역시나 아이돌 빠순이들은 실망시키지 않는다
혼자 수업 들을 생각에 머리에 지끈거렸다








체육관에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땀에 흠뻑 젖은 채 바쁘게 농구공을 튀기고 있는
남자 신입생들이었다

물론 양정인도 있었다

바닥에 공 부딪히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소리를 쫓아 공을 주시했지만
결국 시선 끝에 남는 것은 양정인이었다

움직일 때마다 젖은 머리카락 끝으로 떨어지는 땀방울
바쁘게 움직이느라 핏줄이 한껏 선 팔 다리
목선을 따라 흐르는 땀줄기

모든 것이 4K로 보였다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을 느낀 듯
양정인은 해맑게 손인사를 건넸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나는 내 시선이 양정인에게 가 있는 것이
단순히 신경이 쓰여서라고 생각했다

정말 내 취향이 아닌데 이상하게 눈길이 가는 이유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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