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빚진 시간

12 기다림의 시간

*BGM을 틀고 감상하시면, 더 재미있게 감상이 가능합니다.


 

 

 

"흐윽... 어떻게 해.... 흐으윽...."

 

"... 소희야 일단 진정하고, 넌 저 차 타고 집에 가있어"

 

"네....? 흐윽... 저도 응...응급실 같이..."

 

"한소희!! 니 본분 잊었어? 너 들키면 안 되는 존재야"

 

"....."

 

"가 있어, 내가 지민이 케어할테니까 걱정하지말고"

 

해진은 소희의 어깨를 다독였다.

 

".... 그럼 부탁드릴께요.."

 

 

 

 


 

 

 

 

해진의 도움으로 지민은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어깨를 빗겨 맞긴 했지만, 총상은 여전히 깊었다.

 

 

다행히 생명엔 지장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지만—

 

며칠은 입원하며 경과를 봐야 한다는 소식을 듣곤,

소희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

.

.

 

 

 

3일째 밤.

소희는 저택의 복도 끝 창가에 앉아 있었다.

 

휴대폰을 수십 번 쥐었다 놓았고,

지민의 병문안을 가고 싶다는 말도 수십 번 삼켰다.

 

그러다 참지 못하고, 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 화양 쪽 움직임이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너 지금 노출되면, 지민이도 위험해져.”

 

 

"괜... 찮은거죠? 많이... 안 아파하는 지... 그것만... 알려주세요."

 

"지민이 괜찮으니까, 걱정마. 별일 있으면 너한테 먼저 알릴테니까"

 

"....감사해요."

 

해진의 말은 옳았다.

연성 내부 사람들, 모두가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 한쪽이 자꾸만 자꾸만 너무 아파왔다.

 

 

'왜 꼭 지금… 곁에 있어야 하는 순간에.....'

 

 

그날 밤, 소희는 지민이 없는 방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그리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 빨리 나아서 돌아와.

나, 이제… 당신 없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

.

.

.

돌아오면 가만 안 둬.”

 

 

 

 


 

 

 

 

 

기다리고 기다리던 퇴원날.

해진의 차량이 저택 앞에 도착했다.

 

 

소희는 마중도 못 나가고, 현관 옆 기둥 뒤에 숨어 있었다.

긴장과 초조함, 그리고 지민을 보고싶은 마음이 뒤섞였다.

 

 

밖을 보니, 지민이 걸어오고 있었다.

팔과 어깨 쪽에 붕대를 감곤, 전과 다르게 창백한 얼굴.

 

 

그걸 보는 순간,

소희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지민은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기둥 뒤에 얼핏 보이는 소희를 봤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소희 앞으로 다가갔다.

 

 

 

"한소희."

 

“…”

 

"일로 와."

 

"..."

 

 

"... 안 올 거야? 나... 너 기다렸는데,"

 

 

소희는 눈물이 가득한 눈으로 지민을 올려다보며 한 발 다가섰다.

지민은 조용히 손을 들어, 이내 흐르려는 눈물을 닦아주며 얼굴을 쓰다듬었다.

 

"... 왜 울어"

 

 

"....끄윽 .... 흐읍...."

 

"울지마"

 

“.... 흐윽.... 안아도 돼요?”

 

지민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만 천천히 끄덕였다.

 

 

 

그 말 한 줄에,

소희는 망설임 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그의 살아 있는 따뜻한 온기를 확인하듯.

 

 

 

".....흐윽......진짜....... 미워어..."

 

그 말에 지민은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운 사람 안아주는 거 쉽지 않은데,"

 

"흐읍... 지금 장난이.... 흐으.. 나와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야.

널 지키는 게, 내가 원했던 일이니까.”

 

소희는 그의 품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떨어지기 직전의 눈빛.

 

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해요.”

 

 

 

 

 

지민의 눈이 커졌다.

소희는 다시 폭- 안겼다.

 

 

 

 

 

지민은 소희의 기습 고백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소희를, 더 단단히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