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빚진 시간

14 짹짹 새소리

‘짹짹—’

새벽의 정원.

 

풀잎 끝에 맺힌 이슬이 햇살에 투명하게 빛났다.

창밖으로 고요한 공기가 스며들었고,

소희는 이불을 덮은 채 조용히 눈을 떴다.

옆에는 지민이 있었다.

 

그의 팔이 자신의 허리를 느슨히 감싸고 있었고,

따뜻한 숨결이 등에 닿았다.

 

소희는 지민을 보고자 돌아 누워서는 가만히,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다

천천히 그의 머리카락을 쓸었다.

 

“……이상하지.

사랑하게 될 줄 몰랐는데.”

 

지민은 눈을 감은 채로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도.

이렇게 너랑 같은 이불을 덮게 될 줄은.”

 

"뭐... 뭐야 언제 일어났어요?!!"

 

"아까~ 전부터 ㅎㅎ"

 

"진짜아... 자는 척하고... 여우야 아주"

 

소희는 작게 웃으며, 그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진짜 꿈같다....”

 

지민은 눈을 뜨고 소희를 바라보다가,

장난스러운 말투로 귀에 속삭였다.

 

“배 안고파?”

 

 

"아 간지러워어....."

 

"배 안고프냐고오"

 

"고프면?"

 

"음.............. 그러면"

 

지민은 소희의 목덜미에 가볍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소희는 지민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밥 먹어야죠"

 

 

오전, 저택의 주방

소희는 앞치마를 두르고 토스트를 굽고 있었다.

지민은 한 손으로 턱을 괴고 그 모습을 바라봤다.

 

“내가 이래도 되는 사람인가… 싶다.”

그 말에 소희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말했다.

 

“완전 되는 사람이죠?”

 

지민은 잠시 대답 없이 그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 넌 나한테 너무 아까워"

 

"?"

 

"내 목숨까지 지켜준 사람한테 별 소리를 다 듣네 참"

 

“… 너무 좋아서.”

 

 

“저도요. 너무 좋아서, 당신이 더 아까워요 나한테는"

 

".... 소희 좋아"

 

"ㅋㅋㅋ 알겠으니까, 이리와 앉아요. 토스트 먹자~"

 

 

 


 

 

 

그날 오후,

 

“지민아”

 

해진이 조용히 방문을 열었다.

지민은 소희가 보지 않도록 주방을 빠져나와 복도에서 그를 맞았다.

 

“…화양 쪽 움직였다.”

 

“...? 뭐?”

 

“정확하진 않아.

하지만 네 옆에 누가 있다는 건 눈치챈 것 같아.”

 

“…….”'

 

“더 문제는—

우리 쪽 내부에서 정보가 샌 흔적이 있어.

이상하게 끈적하고 집요해.”

 

지민은 조용히 입술을 누르며 말했다.

“…시간이 없네.”

 

“이젠 네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그 애, 여기 계속 두는 건 위험해.

지금부터는 지킨다기보다… 감춰야 돼.

 

니가 그 애가 다치지 않길 바란다면.”

 

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해진의 말이 맞다는 걸 너무 잘 알기에.

 

 

 

 

 


 

 

 

 

 

 

그날 밤

소희는 책상에 앉아 있었지만, 손이 자꾸만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결국 일어나, 조용히 지민의 서재 문을 열었다.

지민이 잠깐 정리하던 문서를 기억했다.

 

서랍 깊숙한 곳.

그녀는 그 문서를 꺼내들었다.

 

 

[화양 조직 내부 구조]

 

 

하단에는 익숙한 필체로 적힌 이름이 있었다.

 

 

 

‘신강우’

 

 

 

손끝이 떨렸다.

 

“……이 사람…”

 

머릿속 어딘가에서, 오래전 어머니의 울음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고개를 흔들던 날들.

항상 마지막에 나왔던 이름.

 

‘강우 그 자식… 또 우리 돈 빼돌렸어.

그 놈한테 돈이 묶였다고…’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지민이 서 있었다.

 

“…봤네.”

 

소희는 놀라 움찔했지만, 손에서 문서를 놓지 않았다.

 

 

“…이 사람,

내 부모님… 죽게 만든 사람이에요?”

 

지민은 입을 열지 않았다.

 

 

 

 

침묵이 공중에 맴돌았다.

 

 

 

 

소희는 숨을 들이켰다.

“…왜 지금까지 말 안 했어요.”

 

“말하면—

네가 다시 그 감정으로 돌아갈까 봐.”

 

“근데 그 감정이,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만든 거잖아요.”

 

“그래도…

나는 네가 그 감정에서 벗어났으면 해.”

 

소희는 문서를 들고 조용히 말했다.

 

“근데 아직 그 감정에서 못 벗어났어요.

아니,

 

안 벗어나요.”

 

그 말에 지민의 눈빛이 흔들렸다.

 

"소희야, 복수는 내가...."

 

 

 

“화양에 잠입하겠다는 결심은 변한 거 없어요.

잠입해서... 제 목표를 이뤄야,

 

그래야

살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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