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빚진 시간

16 버건디 원피스

 

“전원 총동원해. 위치 파악해.”

 

 

지민은 숨소리조차 낮추며 명령을 내렸다.

지민은 거실과 복도를 멍하니 돌다가 주방에서 멈춰 섰다.

식탁 위에 정갈히 접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이기적인 나라서 미안해.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

 

 

그는 쪽지를 손에 쥐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난 너에게 대체 어떤 존재였던 거야?... 소희야...'

 

 

 

 

그때 해진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지민아, 화양 본사 빌딩… 방금 그 안으로 들어간 여자가 소희일 가능성이 크대.”

 

 

"뭐?"

 

 

"우리가 전에 준비해둔 신분으로 이미 화양으로 들어갔나봐."

 

 

"... 차 시동 걸어, 바로 출발한다."

 

 

 

 

 

 


 

 

 

 

 

또각 또각 -

검은 선글라스에 몸에 딱 달라붙는 섹시한 버건디색 원피스.

고급진 퍼를 걸친 여성이 풍성한 웨이브 머리를 날리며 화양 로비에 들어섰다.

 

 

 

 

소희였다.

 

 

로비 소파에서 기다리던 노창기가 고개를 들고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화양 회장의 최측근 중 하나인 남자, 노창기.

 

 

“직접 오셨다니, ‘화연’ 씨를 실물로 뵙게 되네요? 하하 참”

 

 

소희는 선글라스를 살짝 밀어 올리고 말했다.

 

 

“돈이 많이 되면, 직접 오는 게 맞으니까? ㅎㅎ”

 

 

"홍콩에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근데 이렇게 계속 세워두실 거에요? 나 하이힐인데ㅎ"

 

 

"어이쿠~ 제가 매너가 이렇게 없습니다ㅎㅎ 어서 들어가시죠"

 

 

 

 

 

 

 

 

노창기는 화양 지하의 화려한 바 안으로 소희를 안내했다.

소희는 옆이 트인 치마를 걷곤, 다리가 훤희 보이도록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노창기는 소희의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ㅋ...크흠, 호.. 혹시 마시고 싶은 술 있으실까요?"

 

 

"맥캘란 18년산으로,"

 

 

"김비서, 맥캘란 18년산 한 잔 내와"

 

 

"넵 이사님!"

 

 

 

 

 

 

웨이터가 잠시 사라지자, 노창기는 입을 뗐다.

 

 

"그래서, 저희가 말씀드린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될까요?"

 

 

"음... 글쎄요? 나는 클라이언트 얼굴 안 보고는 거래 안 하는데..."

 

 

"그게 무슨..."

 

 

"당신이 메인이 아니잖아."

 

 

"...?"

 

 

"화양 회장 지시 아녜요? 난.. 그 사람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저희 회장님, 통은 크셔도 굉장히 까다로우신 분입니다.. 허허 만나기 쉬운 분이 아니에요"

 

 

".... 그래서 못 본다?"

 

 

"특히, 얼굴도 모르는 외부인이라면 안 믿으시겠죠? 더더욱?"

 

 

"무례하시네, 생각보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 군요?"

 

 

"거래할 생각이 없으신가~? 난감하네ㅎ"

 

 

"선글라서 벗어. 그래야 회장님께 제안이라도 드릴 수 있다."

 

 

소희는 노창기를 계속 바라보다, 이내 선글라스로 손이 향했다.

그리고 -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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