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총동원해. 위치 파악해.”
지민은 숨소리조차 낮추며 명령을 내렸다.
지민은 거실과 복도를 멍하니 돌다가 주방에서 멈춰 섰다.
식탁 위에 정갈히 접힌 쪽지가 놓여 있었다.
『이기적인 나라서 미안해.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
그는 쪽지를 손에 쥐곤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난 너에게 대체 어떤 존재였던 거야?... 소희야...'
그때 해진에게서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지민아, 화양 본사 빌딩… 방금 그 안으로 들어간 여자가 소희일 가능성이 크대.”
"뭐?"
"우리가 전에 준비해둔 신분으로 이미 화양으로 들어갔나봐."
"... 차 시동 걸어, 바로 출발한다."
또각 또각 -
검은 선글라스에 몸에 딱 달라붙는 섹시한 버건디색 원피스.
고급진 퍼를 걸친 여성이 풍성한 웨이브 머리를 날리며 화양 로비에 들어섰다.
소희였다.
로비 소파에서 기다리던 노창기가 고개를 들고 소리 없이 미소를 지었다.
화양 회장의 최측근 중 하나인 남자, 노창기.
“직접 오셨다니, ‘화연’ 씨를 실물로 뵙게 되네요? 하하 참”
소희는 선글라스를 살짝 밀어 올리고 말했다.
“돈이 많이 되면, 직접 오는 게 맞으니까? ㅎㅎ”
"홍콩에서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 근데 이렇게 계속 세워두실 거에요? 나 하이힐인데ㅎ"
"어이쿠~ 제가 매너가 이렇게 없습니다ㅎㅎ 어서 들어가시죠"
노창기는 화양 지하의 화려한 바 안으로 소희를 안내했다.
소희는 옆이 트인 치마를 걷곤, 다리가 훤희 보이도록 다리를 꼬았다.
그러자 노창기는 소희의 다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ㅋ...크흠, 호.. 혹시 마시고 싶은 술 있으실까요?"
"맥캘란 18년산으로,"
"김비서, 맥캘란 18년산 한 잔 내와"
"넵 이사님!"
웨이터가 잠시 사라지자, 노창기는 입을 뗐다.
"그래서, 저희가 말씀드린 조건으로 거래가 성사될까요?"
"음... 글쎄요? 나는 클라이언트 얼굴 안 보고는 거래 안 하는데..."
"그게 무슨..."
"당신이 메인이 아니잖아."
"...?"
"화양 회장 지시 아녜요? 난.. 그 사람이랑 얘기하고 싶은데?"
"저희 회장님, 통은 크셔도 굉장히 까다로우신 분입니다.. 허허 만나기 쉬운 분이 아니에요"
".... 그래서 못 본다?"
"특히, 얼굴도 모르는 외부인이라면 안 믿으시겠죠? 더더욱?"
"무례하시네, 생각보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시는 군요?"
"거래할 생각이 없으신가~? 난감하네ㅎ"
"선글라서 벗어. 그래야 회장님께 제안이라도 드릴 수 있다."
소희는 노창기를 계속 바라보다, 이내 선글라스로 손이 향했다.
그리고 - 천천히 선글라스를 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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