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빚진 시간

17 그대가 모르게

소희는 노창기를 계속 바라보다,

이내 선글라스로 손이 향했고

 

 

 

—천천히, 렌즈를 벗었다.

 

 

 

 

로비 조명이 눈을 스쳤다.

검은 눈동자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노창기는 잠깐 말을 잃었다.

 

 

 

 

“……생각보다 어리시네”

 

 

 

 

“어리면 돈이 안 굴러가기라도 하나?”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회장님이 꽤나 까다로우시거든. 검증 통과했으니, VIP층으로 모시겠습니다.”

 


소희는 퍼를 고쳐 입고는 노창기를 따라 내선 엘레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힐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퍼졌다.

 



 




 



 


그 시각,

지민은 화양 빌딩 맞은편 골목에 차를 세웠다.

 


핸들을 놓은 손이 잠시 떨렸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귓끝에 초소형 인이어를 걸고는, 해진에게 말을 걸었다.

 


“지민아, 들려?”

 


 

“들려, 상황 바로 보고해”

 


“소희... ‘화연’으로 들어간 게 맞아.

노창기 동행으로 VIP 내선 엘레베이터 타고 올라갈 것 같아.”

 


“보안 레벨은?”

 


“상층부는 준최고인 것 같고... 경비 교대 7분 뒤, 그 사이 틈인데… 길지 않아.”

 


“충분해. 계속 중간중간 상황 보고 해줘."

 


"... 조심해라 지민아."

 


 

"ㅎ.. 보고나 잘해. 고마워 형"

 


지민은 조수석의 경비 요원 옷과 검은 경비 카드를 집어 들어들고는 화양 로비로 향했다.

 



 


 



 



 


화양 1층 로비.

사람들 발소리 위로 보안 게이트 ‘삑—’ 소리가 흘렀다.


지민은 고개를 조금 숙이고 준비된 카드를 통해 게이트를 통과했다.

걸음은 여느 경비 요원들과 다르지 않았다.

 



 


그때,

 



 


경비 하나가 지민의 앞으로 다가섰다.

 


“잠깐. 못 보던 얼굴이었는데… 어디 소속이냐.”

 


 

“야간 보강조, 3층 내선 쪽입니다.”

 


“명찰 보여줘.”

 


".. 위에서 급하게 부르셔서 보여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규정 몰라? 너 지금 굉ㅈ...”

 


탁.

 


지민의 손이 그의 손목을 꺾었다.

 


쿵!

 


 

어깨를 비틀어 벽에 대고, 손날이 목을 졸랐다.

숨이 ‘컥’ 하고 막히는 소리.

 


“규정 알지.”

 


지민은 낮게 속삭였다.

 


 

“근데 난 지금, 너무.... 급하거든.”

 


경비가 축— 하고 늘어진 채 벽 쪽으로 쓰러졌다.

지민은 모자를 고쳐 쓰고 내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그 시각, 내선 엘리베이터.

노창기와 소희는 이미 올라타 있었다.

 


"띵- 7층입니다."

 


문이 ‘딩’ 하고 열렸고,

지민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엘레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

 


 

'....?'

 


 

소희는 지민을 알아보고는 흠칫 놀랐다.

선글라스를 쓰지 않았다면, 아는 사람이랑 마주쳤단 사실을 들킬 뻔 했다.

 


'박지...민...? 뭐야....?'

 


노창기는 반사적으로 지민을 훑어봤다.

내선 엘레베이터를 낯선 얼굴을 정말 오랜만에 봤기 때문이다.

 


“… 흠 너, 어디 소속이냐?”

 


 

“안녕하십니까, 이사님. 상층부 보안팀 신입입니다.

보안 팀장님께서 급하게 VIP실 옆 본부로 오라 하셔서 향하는 길입니다.”

 


“... 신입이 내선을 타?”

 


"... 팀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 덕에 오늘 처음 본부로 향하느라 타게 되었습니다.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ㅋㅋㅋ 아니다. 얼마나 잘하면 본부로 불려가나?

본부 자체를 아는 놈도 잘 없으니.. 같이 타고 가지"

 


"감사합니다, 이사님"

 


소희는 앞을 본 채 말이 없었다.

 


 

'어쩌자고 여기까지 온 거야, 박지민…

정말… 널, 어쩌면 좋아......'

 


엘리베이터 벽면 숫자가 천천히 올라갔다.

12… 18… 23…

 


갑자기,

 


끼익—

 


엘리베이터가 미세하게 멈췄다.

소희와 노창기가 동시에 쓰러질 뻔했다.

노창기는 혼자 균형을 잡았지만, 소희는 높은 힐 때문에 넘어질 뻔 했지만..

 

 

 

 

 

툭-

 

 

 

 

지민이 몰래 소희의 손을 잡아주었다.

소희는 노창기에게 들킬까, 이내 바로 섰다.

 

 

 

 

'.... 이런데서 나 도와주지 말란말야.....'

 


“ㅁ... 뭐야?”

노창기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선글라스 너머 시선이 짧게 소희의 옆얼굴을 스쳤다가

바닥으로 내려갔다.

 


해진의 목소리가 지민의 이어커프에 스쳤다.

“내선 라인 2초 스톱. 다시 간다.”

 


"이사님, VIP 이동으로 잠시 멈춘 듯 합니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창기가 투덜거렸다.

“쯧... 이래서 오래된 내선은... ”

 



 


그때,

지민이 노창기가 모르게 소희 옆으로 한 걸음 다가섰다.

 


거리는 한 뼘.

 


소희의 손등 옆, 그림자가 겹쳤다.

그는 말없이 소희의 손을 잡았고,


무언가를 조용히 쥐어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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