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바람이 잔잔하게 불었다.
수면 위로 반사된 햇빛이 반짝이며 흔들렸고,
멀리서 아이들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소희는 난간에 기대 서 있었고,
지민은 한 걸음 떨어진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빛만으로도 수백 마디를 주고받는 기분이었다.
먼저 입을 연 건 지민이었다.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
소희는 작게 웃었다.
눈가가 살짝 젖어 있었다.
“저도요.”
잠깐의 침묵.
그리고 동시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 어색한 공기가,
오히려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
지민은 천천히 다가왔다.
소희는 피하지 않았다.
서로의 숨결이 가까워졌다.
한 박자, 두 박자....
그리고,
지민의 손이 소희의 허리를 감았고,
소희는 그의 셔츠를 살짝 움켜쥐었다.
입술이 맞닿았다.
짧지 않았고, 가볍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 쌓인 그리움과 미처 말하지 못한 마음이 한 번에 흘러들어오는 키스였다.
숨이 엉키고,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그때...
툭-
축구공이 그들 발치로 굴러왔다.
그리고 곧이어, 풍선을 든 작은 아이가 헐레벌떡 달려왔다.
“언니! 죄송해요!”
소희와 지민은 동시에 놀라며 떨어졌다.
“큼큼…”
둘 다 괜히 헛기침을 했다.
아이는 공을 주워들고,
소희를 빤히 올려다보더니 활짝 웃었다.
“언니… 진짜 예쁘다!”
그리고 손에 들고 있던 분홍 풍선을 내밀었다.
“이거 선물!”
소희는 순간 멍해졌다.
“…나한테?”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씩 웃었다.
“민지야!!! 어디가!! 여기로 와야지 일루와~~”
멀리서 엄마가 손짓하자 아이는 곧장 달려갔다.
소희는 풍선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민을 쳐다보고 웃었다.
“이거… 저한테 준 거래요.”
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받을 만하지, 예쁘긴 하잖아?”
"무..뭐라구요??///"
두 사람은 나란히 공원 벤치에 앉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풍선이 살짝 흔들렸다.
소희는 풍선을 바라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런던에서는 바람이 차가웠어요.”
지민은 그녀를 바라봤다.
“많이 힘들었어?”
소희는 잠시 망설이다가 웃었다.
“힘들었죠… 근데, 견딜 수 있었어요, 전보다는 훨씬 나으니까..ㅎㅎ”
그녀는 살짝 고개를 숙였다.
“스완 그룹에서 제의가 와서… 한국에 들어왔어요.”
"스완에서?"
"먼저 말하고 싶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지민은 그 말을 다 알았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난… 곧 연성을 물려받을 것 같아.”
소희는 놀라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바쁘겠네요.”
“미친 듯이 바빠 ㅎ”
잠시 정적이 흘렀다.
키스도 했고, 서로의 마음도 분명히 알았는데...
‘우리 다시 만나자’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서로에게 미안해서,
서로를 아껴서,
서로를 다치게 할까 봐...
먼저 일어난 건 소희였다.
“…저, 가볼게요...!!”
지민이 급히 말했다.
“내가 데려다줄ㄲ...”
“아뇨!”
소희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그리고 그대로 뛰듯이 걸어갔다.
지민은 그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조용히 풍선을 바라봤다.
“…돌아왔네, 소희가..”
한 달 뒤, 늦은 밤
스완 그룹 신입 경호팀 회식 자리가 있었다.
테이블 위엔 빈 병이 쌓였고, 소희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소희 씨! 한 병 더?”
“아니… 나… 이제… 흐으음…”
혀가 꼬인 소희를 보자 동기들이 키득거리며 말했다.
“우리 전화 내기 하자!
누가 먼저 받는지!”
"내기?"
"그래!! 요거 인스타에서 많이 하던뎅ㅋㅋㅋ"
소희는 비틀거리며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지민의 번호를 눌렀다.
‘뚜…’
첫 신호에 지민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지민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희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어…? 받네…?”
지민의 목소리가 급히 달라졌다.
“어디야?”
“아니이이… 괜찮하요… 헤헤…”
툭-
전화가 끊겼다.
"야아 !! 내가 1등이지 흐흐흐흫"
"오 대박 누구야..? 왤케 잘받우!!!"
"아, 이 사람? 후음... 친구 헤헤..."
한 편 전화가 끊긴 지민은 바로 표정을 굳혔다.
몇 분 뒤,
그는 이미 차를 몰고 있었다.
곧장 스완 그룹 경호팀으로 연락이 들어갔다.
“지금 신입사원 회식 위치, 바로 알려주세요.”
"네? 그걸 연성에서 왜..."
"아 ㅎ 회장님이 개인적인 건으로 필요하다고 하셔서, 연락드립니다."
"아... 네 ^^;;; 그 OO 포차 입니다."
술집 앞,
소희는 비틀거리며 나오다가 갑자기 누군가의 팔에 잡혔다.
"뫙.~~?"
"한소희"
“…지민 씨~~~~?”
지민이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 들었다.
“야! 저 사람 누구ㅇ..”
동기들이 놀라려는 순간, 지민이 짧게 말했다.
“남자친구입니다 ㅎ 재밌게들 놀고 가십쇼, 제가 결제하고 갑니다!”
그 말에 모두가 조용해졌다.
지민의 집,
소희는 소파에 앉아 비틀거리며 웃었다.
“왜 이렇게… 잘생겼지…”
지민은 약간 눈썹을 찌푸렸다.
“ㄱ, 그만 만져.”
소희는 그의 셔츠를 붙잡고 또 웃었다.
"싫은데에 ~~~"
"나 그럼 안 참아?"
“.... 그러던가 그럼.”
그 한마디에 지민의 숨이 멎었다.
순간적으로, 그는 소희를 안아 들었다.
“꺅!”
침실 문이 닫히고 조명이 꺼졌다.
.... 그 밤은 말없이 깊어졌다.
다음 날 아침,
짹짹-
새소리가 창문을 두드렸다.
지민이 먼저 눈을 떴다.
옆에서 잠든 소희를 바라보다가
살짝 이마에 입을 맞췄다.
“…잘 잤어?”
그때 소희가 눈을 떴다.
“…우리… 어제 어떻게 된 거예요?”
지민은 잠시 웃었다.
“빚진 사이?”
퍽!
소희가 그의 팔을 때렸다.
“아야!!”
지민은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 진짜 아프다니까!”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나한테 진 빚은 다 갚았어.”
소희가 고개를 들었다.
“…치이”
지민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 우리,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볼래?”
순간, 소희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처음부터요?”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과거 말고, 지금부터.”
소희는 그를 꽉 안았다.
“좋아요.”
창문 너머 햇빛이 따스하게 비쳤다.
서로를 놓지 않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침대 위에 길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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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 -
다음에는 후기로 찾아올께욘 !!!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꾸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