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교 1등이
양아치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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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우연이었다. 바로 다음 모의고사도 망친 나는 깊은 빡침을 느끼며 학원에서 빠져나왔다.
모의고사는 워낙 기대를 많이 했던지라 실망도 큰 듯 싶었다. 아, 집들어가기 싫다..
그날따라 어두운 골목길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는 무서워서 지나가지 못한 길이었지만, 큰 길로 돌아갈 바에는 빠르게 집에가서 혼나고 휴식을 갖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였을까? 무작정 골목길로 들어갔다.
"어우, 담배냄새.."
으스스한 밤 12시 골목길은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쾌쾌한 담배냄새 때문에 눈살이 자동으로 찌푸려졌다.
아니지 잠시만.. 이거 혹시 위험한 상황인건가..? 이 시간에, 더구나 이 스산한 골목길에서 담배 냄새가 난다? 이건 절대 좋은 뜻은 아니다. 하지만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걸어왔고 할 수 없이 눈 딱 감고 지나가기로 했다.

"어..?"
그 순간, 놀라운 광경이 보였다. 나는 믿을 수 없어 눈을 비비고 다시 쳐다보았지만 상황은 똑같았다. 하하, 그새 시력이 나빠졌나? 아니아니, 이건 말도 안된다. 담배를 피고 있는 저 사람, 그래.. 저 사람.
'동학고' 노란명찰. 1학년이다. 정직하게 단 명찰과 대조되게 타이는 풀어헤집어진 채 있었고 얼굴에 난 상처는 인상을 험악하게 해주었다. 담배연기와 함께 묘한 기류가 흘렀다.
"전정국..?"
이럴 수가, 저 양아치가 전정국이라니.. 학교에서는 모범생에 인기까지 많은 그 전정국이 양아치라니.. 정말 그 자리에서 기절할 뻔 했으나 가까스로 정신을 되찾았다.
나는 빠른걸음으로 그자리를 최대한 빨리 뜨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뭐야"

"아.."
"거기 너, 잠깐 서 봐"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는데_ 들켰구나..
큰일났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골목 일진은 처음이라, 몸이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자신의 정체를 알아버렸으니 죽이기라도 할까? 그게 아니라면 평생 빵셔틀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역시 골목으로 다니는 게 아니었어..
순간적으로 나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 내 정체를 들키지만 말자. 여길 잘 빠져나가면 내가 누군지 모를테니까..
나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뒤에서 자꾸 나를 부르는 것 같은데,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