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우주는

F. 그날의 우주는




“ .. 진짜 가버렸어 “

” 아침부터 누가 자꾸 가버렸다는거야 ? “

” 대체 어디로 .. “



어디긴 어디겠어. 내가 절대 찾아갈 수 없는 그곳이겠지. 지구에서 몇 광년씩이나 떨어져있는, 실존하는지도 확인불가한 ..

그렇다. 최범규는 완전히 내게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최범규가 사라지니 모든 것은 그 아이를 알기 전, 즉 기일 전의 기억들로 돌아왔다. 아니 정확히는 그 이후의 기억들에서 가위로 쳐낸 듯 그 아이의 기억만 잘려나가있었다.

마치 인위적으로 누군가가 영상의 화면을 전환시켜놓은 듯 했다.


더욱이 이상한 것은 내 기억에서만은 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째서 내 기억은 지워지지 않은 걸까

아니 어쩌면 일부러 지우지 않은걸까.



“ .. 차라리 지울거면 나도 지워버리지 ”



나에게 복수라도 하고 싶었던건가 .. 내가 자기를 쉽게 잊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던거냐고

분명 일상으로 돌아온 시간들이었지만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최범규가 사라졌던 그날에 멈춰 아무것도 흐르지 않았다.



일주일 후,



” 주야. 비행기가 언제라고 했지 ? “

” 다음주 월요일. 이제 슬슬 준비해야지 “



그 아이에게 끝내 말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난 대학교를 휴학하고 워홀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족 외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연준이가 약속을 여러 번 잡았지만 계속해서 거부했다. 이제 금방 떠나야 하는데 새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그 아이에게만은 알려주고 싶었는데 ..



” … “

” .. 너 요즘 무슨 일 있어 ? “

” .. 아냐. 아무 일도 없어 “

“ .. 그럼 다행인데 ”



진짜 아무 일도 없어서 이런 거다. 그 아이가 다시 마법처럼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질 않으니까.

그 전처럼 믿기지도 않게 나타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난 워홀을 갈 준비를 했고 내 맘과 다르게 준비는 너무 착착 잘되어만 갔다.

하나라도 어긋나 날 조금만 더 여기에 묶어두고 싶은데 ..그 어긋남이 널 기다릴 명분을 만들어줬음 했다.


그렇게 비행기를 타는 날이 되었다.



“ 안 챙긴 거 없지 ? 환전이랑 다 했을거고 ”

“ 그럼 당연하지. ”

“ 여긴 걱정하지 말고 맘껏 배우고 와. ”

“ .. 응. ”

“ .. 주야. ”

“ 응 ? ”


스윽,

꼬옥,


“ 혹시라도 .. 정말 혹시라도 ”

“ … ”

” 범규가 이리로 돌아오면 연락할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있어. “

“ ..!! 엄마 .. ”

” 그 아이가 누군진 모르지만 .. “

” … “

“ 네가 그 아이를 보고 싶어하는 걸 “

“ .. 맞아. 보고싶어 ”

“ 그러니까 엄마가 너 대신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

” .. 응. “



스윽,



” 잘 다녀오렴. 딸 “

” .. 응. “



그렇게 난 엄마에게 조금의 그리움을 맡기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부디 내 그리움이 네게 닿기를





















••


















안녕하세요. 도와드릴까요?

" 하나 .. "



내가 어디로 워홀을 갔냐고 ? 알프스의 나라 스위스로 왔다. 나라를 고르는 데에 있어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아니 사실은 아빠가 이전부터 여행해보고 싶다고

빌고 또 빌었던 곳이라 얼마나 대단한 곳인지 와 보고 싶었다.

스위스에 오자마자 난 시내에 위치한 한 카페에 취직할 수 있었고 사장님이 한국분이라 더욱 쉽게 취직할 수 있었다.



“ 여주. 여기 설거지 좀 부탁해요 ”

“ 네~ ”



이전에 그래도 집에서 해왔던 것들이 있어서 일을 하는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너무 쉬워서 일을 배우는 느낌이 안 난다고 할까 ..

이렇게 일을 마치고 나면 오후 5시쯤이 되어버리고 이미 해는 꽤 많이 저물어있다. 스위스는 7시면 모두 집에 들어가 쉬는 문화라 나도 시장으로 가 장만 보고 바로 집으로 향한다.



” 하 .. 역시 물가가 너무 비싸 “



매번 장을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스위스는 물가가 비싸다. 과일값도 그렇고 고깃값도 .. 그래도 이곳에 살려면 이곳의 물가를 따라야지.

홀로 이렇게 장을 보고 집에 가서 저녁을 해먹고 나면 그때 이후로는 할게 없다. 취미로 동네 작은 헌책방에서 빌린 책들을 읽는데 너무 옛날 책들이라 상태가 ..

그래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 사실 글이라기보단 편지에 가깝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 아이에게 매일 밤 편지를 쓰고 있다.



“ 으윽.. 이건 지워버릴까 ”



가끔 술을 마시고 취한 상태로 쓰기도 했다보니 취중진담 아닌 진상들이 막 적혀있다. 하지만 뭐 어때 .. 어차피 얘는 읽지도 않는 걸

그렇게 난 또 노트북을 열어 메모장에 편지를 썼고 오늘은 좀 담담하게 썼다.

엄마에게도 그 아이에 대한 연락은 오질 않고 더 멀어지는 듯해서 이제는 솔직히 포기한 쪽에 가깝다.



“ .. 하 옥상이나 올라가자 ”



편지를 모두 쓴 후, 난 평소처럼 옥상에 올라갔다. 한국의 도시와 달리 이곳은 별이 참 잘 보였다. 어떻게 저렇게 환하고 맑게 빛나고 있는 걸까

저 중에 하나가 어쩌면 네가 살고 있을 그 별일까 ?



스윽,



“ .. 보고 싶다 ”



담담해져도 보고싶은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슬픔만 가라앉았을 뿐 그리움은 자꾸 수면 위에서 날 괴롭히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때 조금만 더 참았더라면 .. 그 한 마디만 내뱉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멀어지진 않았을 것 같은데



꼬옥,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때처럼 손을 맞잡고 기도했다. 이번엔 아빠가 아닌 ..



(( 부디 다시 그 아이가 제게 올 수 있게 해주세요 ))



스윽,



” .. 역시 신은 거짓말이었어. “



이뤄질리 없다는 걸 알지만 이건 너무 조용한거 아니야 ..? 그렇게 난 체념한 채 아래로 내려갔고 일찍이 잠을 청했다. 



다음날,



“ .. 왜 자꾸 기대하는거야 “


매일 아침 기대하며 눈을 뜨는 나도 참 웃기다. 그렇게 가버리라고 해놓고 이제는 매일 아침마다 혹여 돌아오진 않았을까 하는 기대에 눈을 뜨고

그 생각 하나로 일을 하고 있다니 말이다.



” 오늘은 알바도 쉬는 날인데 .. “



마침 알바도 쉬는 날이기에 더욱 큰 공허감이 느껴졌다. 오늘따라 더 크게 느껴지는 우울감에 난 애써 밖으로 나갔다. 그래 이럴 수록 몸을 움직여야지.



“ .. 기껏 자전거까지 타고 왔더니만 .. “



마을에 하나 있는 영화관에 왔다. 사실 이곳도 내가 사는
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10분은 넘게 달려야 올 수 있는 곳이다. 일부러 촌구석에 있는 방을 샀지만 .. 너무 촌구석을 산 것 같다.

애석하게도 오늘은 마침 휴무일이라고 한다. 카페라도 가야하나 ..

결국 난 이곳에서 유명한 산맥이 있는 곳까지 향했고 꽤나 오랜 시간 이동을 했다.



“ .. 몰라 그냥 끌리는 대로 하자. ”



그렇게 산맥에 도착해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올라갔고 한국에서 운동을 더럽게도 안 했었던터라 꽤 힘들었다. 아니 좀 많이 힘들었다 ..


스윽,



” .. 예쁘긴 하네 “



그래도 정상에 올라오니 경치가 아주 아름다웠다. 한국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광활함과 푸르름이라고 해야할까나 그냥 아주 예쁜 경치였다.

최범규도 이걸 봤다면 분명 아이같이 좋아했을텐데 ..



” .. 진짜 딱 한번만 거짓말처럼 나타나줬으면 좋겠다 “



그때,

사르륵,



“ .. 예뻐라 “



내 뒤에서 비눗방울들이 불어왔고 태양빛에 비쳐 무지개빛을 띄는 것이 매우 아름다웠다.

비눗방울의 모습에 매료되어 난 해가 저무는 줄도 모르고 한참동안 산턱에 앉아 날아가는 모습을 구경했다. 그 흔한 것도 이렇게 예쁘게 만들다니

잠시 후 비눗방울이 끊겼고 난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그래 이제 내려가야지 ..

그렇게 뒤를 돌았는데,



“ .. 이제 가는거야 ? ”

“..?!!”

” 진짜 오랜만에 만났는데 .. 벌써 가는거야 ? “



스윽,

주르륵,



” 거짓말 .. “

“ 넌 늘 나만 보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 ”

“ 진짜 .. 진짜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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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나 정말로 다시 왔어 ”

“ … “




거짓말처럼 나의 우주가 돌아왔다. 그것은 우주가 사라지고 2년 그리고 3개월 뒤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