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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전
우리가 8살이 되던 해였지.
"정한아 인사하렴,
평소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란다.
나중에 네가 우리의 대를 잇게 되면
서로 도움을 줄테니
가문의 이름을 걸고 잘 지내야해~
이 하늘이 주신 영광 아니겠더니?"
그땐 뭐가 뭔지도 모르는 나이인 나를
아버지는 전씨 가문을 만나는 자리에
다짜고짜 끌고가 인사 시켰다.
그래, 전원우 의 아버지.
"반갑구나. 정한 도령."

"안녕하세요..!"
"정한 도령은 참 밝구나~
전원우, 얼른 인사해."
"이 둘의 머리에 피가 마르면
저희와 같은 사이가 되겠지요?"
"이렇게 대로 이어지는 인연이
무엇보다 값비싼 가보 아니겠습니까. 허허"
아직도 기억나.
그 영감이 짓껄인 말,
우리의 인연이 가보일 것이라 하였지.
대대로 이어지길 바랐지.
어째 그 어릴 때도 그말은
또박또박 잘만 들었는지 몰라.
지금까지 기억이 날 정도라면.
그리고 그 사람의 뒤에서 몸을 숨긴체
나에게 호기심을 갖던 너,
전원우.

"..."
그게 우리 첫만남일 테지.
질기고도 질긴 인연의 시작,
더러운피가 이어준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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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야 놀자!"
나는 사교적이었다.
지금도 저잣거리에 나가 누구와 이야기를 하던
웃음꽃을 피울 수 있는 입담과
내 입으로 말하긴 무안하다만 잘난 얼굴.
사랑이란 사랑은 다 받고 자랐으니
이 고개를 내릴 일이 없었지.
그건 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책을 읽는 게냐~?"
"조용히좀 해."
그렇게 사랑만 받았던 8년 인생
처음으로 쓴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그 어린 나이에 든 생각.
'재밌네?'
그 이후로 끈질기도록 너에게 붙었지.
그렇게 항상 나를 멀리하던 너는
시간이 갈수록 내가 없는 것이 더욱 어색할 정도가 되었고
더이상 밀어내지 않았다.
마음을 연 것이었지.
그리고 우리가 14살이 되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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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야 장에 가자!"
"장?"
"응! 우리 둘이서!"

"아저씨들도 없이...?"
"응응!"
"그럴 수 있어...?
분명... 혼날 거야."
"무슨 문제니? 혼이야 나면 되지~
그래서 안가겠다고?"
"... 가고 싶어."
그게 인생 최고의 일탈이었지.
누구의 보호도 없이 우리만의 길을 나선 것.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내 배짱이
참으로 대견하다.
그 괴팍한 심성인 아버지가
무섭지도 않았나보지.
뭐 지금 이 정신으로 그때로 돌아가도
그때와 별 다를 바 없이
아버지에게 맞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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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간섭 없이 나간 밖은
참으로도 시원했다.
육체적인 것이 아닌 마음이,
바람 때문이 아닌 정신이,
너무나도 좋았다.
"원우야 완전 좋지! 히힣!!"
"그러게... 그런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거야?"
"뭐 어때?
제때 들어가면 돼!
오늘 아버지들 끼리 사냥 나가신다 했어~"
"그래도..."
쿵 -
누군가가 원우에게 달려와 부딪혔다.
"원우야!"
그때 너에게로 달려와 몸을 부딪힌 그녀석,
"으윽... 뭐야...?"

"괜찮...으세요?"
권순영 그놈이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