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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가문의 장남?
아이고 이런 귀한 손님을!!"
다친 권순영을 집으로 데려오자
아버지는 기뻐하셨지.
내가 몰래 바깥으로 나갔다는 사실에
혼을 내는 것도 까먹으신체.
알고보니 권순영 그녀석은
꽤나 높은 가문의 장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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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아버지... 저를 부르셨다고.."
"그래, 아침에 봤던 그 아이.
권순영과도 어울려 놀거라."
"네...? 왜죠..?
아직 그 아이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 전 원우만 있으면 돼요."
"귀한 권가 도령을 그렇게 넘어뜨려놓고
이제와서 무시하겠다고?
나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윤정한."
"제 말 뜻은..!"
"전가가 위태롭다.
전원우와도 이 아버지의 뜻에 맞춰
지금까지 친한 거 아니더냐?
이제 그만 두어라."
"말도 안돼요...
아버지말씀대로, 아버지께서 멋대로 만든 이 인연
이젠 아버지 마음대로 끊으시겠다고요?
싫습니다.
원우는 제 친구예요."
"그렇게 우정이란 감정 만으로 친구를 사귈 나이는
지났을 텐데.
전가는 이제 우리에게 쓸모 없다.
이 관계는 더이상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이 아버지의 가르침이라 생각하거라.
쓸모 없는 잡초는 뿌리까지 뽑아야한다.
원우도령, 전원우 그녀석은
이제 너에겐 필요 없는 존재다.
버려."
"... 알겠어요 아버지.
순영 도령과 친하게 지낼게요 하지만...
원우를 끊어내는 것은...
조금만 더 시간을 주세요."
또 나도 모르게, 나의 의지에 굴하지않고
새로운 인연이 생긴 것이지.
그때 아버지에게 맞는 한이 있어도
대드는게 맞았을까?
아버지께 맞서 권순영을 거부하고
너 또한 끊어냈어야 했을 테지 전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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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우리 셋은 다시 만났지.

"안녕?
어제는 의원에게 가느라
너희랑 제대로 놀지도 못했네ㅎㅎㅎ!!
반가워! 잘지내보자!"
"어 그래."
"반가워 난 전원우야."
"응! 넌 정한이 맞지?
우리 뒷산가서 놀자!"
"뭐? 혼날텐데."
"뭐 어때! 좀 혼나지 뭐~"
어찌보면 권순영은 나와 닮아있었지.
대책 없는 것 하며
그 나이에 맞게 재미있는 것을 고집하였고.
하지만 그런 권순영이 반가웠을 텐데,
그때의 나는 얼음같았지.
"원우야... 진짜 쟤 따라 가게?
뒷산은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너 어제 아저씨한테 혼났다며..."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종아리 정도야 조금 맞으면 돼.
난 가고싶어!"
그날은 웬일로 위험을 무릅쓰고
권순영의 말에 바로 수긍한 네가 야속했다.
나였다면 한참을 설득하였을 일을.
한심하게도 질투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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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뒤,
원우 네가 앓아누웠다는 소식을 들었다.
너 없인 아무것도 할 것이 없던 나는
마당에 앉아 괜히 바닥을 향해 돌을 던지고있었지.
그때 나의 위로 그림자가 졌다.

"정한아 뭐해?ㅎㅎ"

"..."
전원우가 없어 한껏 예민한 나에게
가장 혐오하는 대상이 해맑게 나타났다.
짜증났다.
난 쥐고있던 돌을 그녀석에게 던졌다.
그녀석의 볼엔 상처가 났지.
"..저..정한아..."
"꺼지거라!!
니가 싫어... 죽도록 싫다!!!"
권순영은 아프고 놀라 울었을테고
난 분하고 막상 어른들에게 혼날까 두려워 울었을테지.
우느라 정신없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밤이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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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한참 매를 맞고
마당에 앉아 울고 있었다.
소리내지 않고 울기는 더욱 서럽다는 것을 알았지.
그때 달빛과 함께 누가 다가오더구나.
권순영 또 그놈.
"그렇게 훔쳐보지 말고 나와라."

"...어떻게 알았어..?ㅎㅎ"
"달빛에 그림자 지는게 훤히 보이는 구만."
"아..ㅎ"
그렇게 몇분동안 말이 없었지.
난 이 순간 마저도 기분 나빠
먼저 말알 걸었다.
"넌 내가 널 싫어하는 걸 모르냐?"
"...아니 아주 잘 알지.."
"이유는."
"그건... 모르겠어..."
"그럼 억울하지 않느냐?
너도 맞서서 나를 때리던가 욕을 하던가 해야지!!"
"어떻게 그래...
넌 나를 때리고도 울잖아..."
순간 머리를 맞은듯 하더라.
이게 나를 놀리는건가 싶다가도
그 말의 의미가 알고 싶었지.
"우는게 뭐.
그럼 울리고 그 꼴 좋아라 웃으면 될거 아니냐.
내가 밉지도 않더니?"
"이유를 알아야... 너를 미워하지...
내가 잘못한게 있는 걸 수도 있잖아.. 그리고
우린 친구잖아...
친구를 울리면 안되는 거잖아..."
웃겼지.
분명 자기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이를
용케도 친구로 생각하고 울리는 행을 피한다라.
지금 생각하면 웃기거늘,
그때는 나의 마음을 돌린 그녀석의 말이었다.
나는 아마
더 울었을 것이다.
"바보야...흐급... 난 너 싫다고...
원우 버리고 나랑 친구해야하는 거 싫다고...!!
니가 뭔데 원우 자리를 넘봐??
원우가 아닌 사람은 내 친구가 될 수 없어..!!"
"흐아앙.. 난 원우랑 너랑 둘다 친구할거야...
그럼 안되는 거야..?"
두 아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마당에 울려 퍼졌지.
그래 그날은 두번이나 울었다.
나의 말뜻을 알아듣지 못하는지
자꾸만 친구를 고집했다.
하지만 싫진 않았던 것 같네.
그뒤로 정말 친구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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