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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우리 셋은 권순영의 바람대로
친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그렇게 6년이 지났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그래...
아직도 전원우 그놈과의 연이
끊어지지 않은 것이냐?"
"... 상관하지 않으신다 하셨지 않습니까."
쨍그랑 -
정한의 아버지가 정한을 향해
탁자 위 놓여있던 꽃병을 던졌다.
"아주 아비의 심장에 대못을 박는 구나.
전가가 우리 가문에 무슨짓을 했는지
몰라서 그러느냐?
뇌물도 눈감아서 받아 주었더니
금덩인줄 알았던 것이
한낱 돌덩이이고...
우리 가문의 인력을 총 동원하여 도움을 줬건만,
나라에 해가 되지 않았느냐!!"
"조선에 해를 끼쳐서!!
아버지가 이렇게 분해하시는 건 아니잖아요?"
"뭐..?"
"뇌물을 눈감고 받아줘요? 하..ㅋ
왜나라에서 수입해온 그림이라 하니
좋다고 받으신 건 아버지입니다.
그 그림의 가치, 화가
따지지 않고 넙죽 받으신 건 아버지라구요.
그 그림에 화답한답시고
인력으로 도움을 주신 것은
아버지의 선택이십니다.
한심한 선택을
다른이에게 넘기지 마세요 아버지."
짜악 -
정한의 아버지는 정한의 뺨을 세게 쳤다.
"고얀놈...
아버지의 뜻을 조용히 따르지는 못할 망정
우리 집안에 해를 끼친 이들을 감싸다니...
귀한 핏줄을 장남이란 이름과 물려주었거늘
감히 이런 식으로 아비에게 모욕을 줘?!!
나가. 당장 나가!!!!"
맞은 뺨이 얼얼하여
그대로 정말 집을 나왔지.
그리고 내가 간 곳은
미리 그들과 약속한 장소였다.
권순영, 전원우와.

"헉 정한아..! 볼이 왜그래?!"
"아버지께 맞았어."
"정말 괜찮은거 맞아...?"
"어..ㅋㅋ 진짜 괜찮아~"

"우리집안... 때문이지?"
전원우 넌 알고 있었지.
너의 집 때문에 전가와 가까이 지낸 우리가
피해를 보고있다는 사실을.
그때 멱살을 잡았어야했나.
아니, 의미 없었겠지.

"후...
괜찮아. 다 지나갈 일이야!"
"하지만..."
"어른들 일이야.
우리 사이에는 문제될 거 없는.
우리 사이는 우리가 지키는 거잖아.
안그러냐? ㅋㅋ"
"그럼 그럼!!"
"그렇지...ㅎ"
"오늘은 이만 들어간다!
나중에 보자!"
"어~ 잘가 권순영!"
"... 정한아. 난 아직 모르겠어.
정말 이대로가 맞는 걸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까봐 두려워..."
"..ㅎㅎ
사실 나도 두려워 원우야.
그런데,

아무리 너에겐 전가의 피가흐르고
내가 윤씨 성을 가졌다해도
너, 나 그리고 순영이 우리는 친구일거야!
난 그렇게 믿을거고,
너도 그렇게 믿어.
난 권순영이랑 평생 친구 못할 줄 알았다~
이또한 지나갈 거야.
분명 그럴거야."

"...ㅎㅎ 응!"
어디서 나온 용기였을까.
분명 아버지에게 맞은 뺨은 따갑고
부풀어만 갔는데,
아버지에게 맞서는 것이 두렵지 않아
너를 위로하였다.
동시에 나도 위로되었겠지.
우리는 아직 어리다고,
집안의 문제는 우리에게 영향 없을 거라고.
하지만 아니었다.
우린 어른이었고,
우리의 관계는 애초에 집안이 만들어낸 것이었단 걸.
우린 더러운 피에 이끌려
더러운 끝을 맺을 운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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