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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몇년 후,
우리 가문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도 해를 입혔던
전원우의 부모는
우리가 스물하나가 되던 해에 죽었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그래 원우야...
네가 부모님들 몫까지 훌륭하게 크면 돼!"
"그래 고마워.
오늘은 이만 가줘라."
"응...!"
"알겠어, 푹 쉬어!"
부모가 죽었는데 심란할 수 밖에 없었을테지.
전원우를 이해하여
나와 권순영은 자리를 피해줬다.
그리고 집을 나서며 봤던
전원우의 입고리는 하늘을 찔렀지.
전원우는 슬퍼하지 않았다.
자꾸만 짓게되는 미소를 참지 못한것이었다.
그때의 전원우가 두려운 것은
부모가 물려준 적들일 뿐.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부모가 죽었던 것이다.
전원우에겐 경사였지.
전원우는 독하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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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
정한이 원우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원우야!
오늘 저잣거리에 나가자!
3일 만에 보는데 정신 없이 놀자구~"
그때의 나는 원우가 마음을 추스릴 수 있도록
3일동안 그를 찾지 않았다.
슬픔을 이기는 법을
스스로 늬우치게 하였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곁에 있었을텐데.

"아 왔구나, 정한도령."
"정한.. 도령?"
"처음 듣는 칭호도 아니고 뭘 그리 놀라느냐.
확실히 우리 사이에선
쓰지 않았던 칭호이니 당황스러울만 하다.
하지만 감수하고 지속적이다보면
점차 익숙해져있을테야."
"무슨 일인데...?
왜그래 원우... 아니... 원우도령..."
"자네가 나에게 3일의 시간을 주지 않았는가.
3일동안 앞으로의 나의 길을 설계해봤는데,
이제 나는 전씨가문 명예를
되찾는 것에만 열중할 거야"

"뭐?"
"도와줬으면 좋겠다.
당분간 너희와 나들이 가는 일은 없을 것 같구나.
하지만 꼭 다음에 같이 가자.
이만 돌아가봐!"
자기 할말만 쏙 하고는
다시 손에 쥐고있던 붓을 움직이더군.
그리고 그날 마지막으로 들은 말.
"정한아."
"어..원우야..!"
너의 작은 일탈이었을 것이라
아주 잠깐 생각하도 밝게 뒤돌아봤지만,
너는 그런 나보다 밝게 말하더구나.
"앞으로 내 방엔
나의 허락 없인 오지 말았으면 한다."
그땐 밝다고 생각하였다.
지금 떠올린 넌 그저 나보다 밝으려 애쓴 어둠이었다.
나 또한 빛을 잃을 것만 같았다.
내가 아는 전원우는
그의 부모와 이미 없어진 것이었다.
껍데기만 남긴 체.
그런 네가 너무 야속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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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1년이 지났다지.
전원우 너는 빠른 속도로 어른이 돼 갔고
나는 감히 따라 잡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전원우가 누군가를 소개했다.
"인사하렴, 윤씨 가문의 정한 도령이다."

"안녕하세요!"
이찬이었지.

"..."
나의 당황한 표정을 눈치 챘는지
전원우는 나를 불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