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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리가 저를 어찌 여기시던
저는 상관 없습니다.
각오 하였습니다.
건방진 천놈을 벌하세요 나리.
그치만... 더는 숨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저를 부디

버리지는 말아 주세요.."
너에게 입맞춘 것은 나인데
어찌 더 불안한 것은 너인 것이냐.
나도 어쩌면 더이상 숨기지 못한 것일테지.
"민규야.
나의 곁에 머물다 떠나간 이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나의 부모님들, 승철 형님, 옛 친구 그리고 찬이,
나는 울음을 참을 수 있었단다.
용케 찾아왔다.
그런데 만약 네가 나를 떠나면
난 울다 지쳐 숨질 것 같구나.
이렇게 너에게 미쳐있을 텐데, 집착 할텐데,
그래도 이런 내가 사랑스럽느냐?
곁에 남을 수 있겠느냐?"
나의 주변은 불구덩이다.
발 디딜 틈 하나 없는 불구덩이.
그런 곳에 또 누군가를 끌어드려야 하는 것은
나에게 고문이다.
그게 민규 너라니,
찢어질 듯 아프구나.
민규는 원우를 끌어 안았다.
"저에게 미쳐 주세요.
저에게 미쳐 제가 없으먼 잠도 제대로 못 이루고,
밥 한술 못 넘기고, 물 한 모금에 구역질 나고,
피눈물 흘릴 만큼 고통 스러워해주세요.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저를 곁에 두어주세요 나리."
그래 내 주변이 불구덩이라면
너는 바람일 테지.
위험을 알면서도 나에게로 다가와 불을 더 키우겠지.
하지만 그 바람이 두렵지가 않구나.
천한 너라는 바람에서 왜인지
꽃향기가 났거든.
"그래... 해보자, 사랑.
죽을 만큼 아프게, 간절하게"
둘은 입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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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원우와 민규는 하루종일
민규의 방에서 머물렀다.

"나리이~ 나리~!"
"왜 그렇게 부르느냐 ㅋㅋㅋ"
"누군가를 사랑한 거..
아니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것 조차
나리가 처음입니다...
저의 처음이 나리라서 정말 좋아요ㅎㅎ
이 감정을 알아차리기 전에조차
나리도 저와같은 마음이기를
매일 밤 기도하였어요.
그런데 이렇게 이루어지다니...
이게 꿈이라면... 너무 괴로울 것 같아요."
쪽 -
원우는 민규에게 입맞췄다.
민규의 볼이 금새 빨개졌다.

"어떠냐, 네 생각엔.
꿈인 것 같느냐?"
내 입술에 부딪힌 나리의 입술.
짧았지만 따뜻하고 끈적함이 모두 전해졌다.

"꿈일 수가 없네요ㅎㅎ"
그런 나리에게
더 욕심이 생겨버렸다.
"혹시 나리...
한가지만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
"... 저도 나리에게 처음입니까?"
"무엇이 말이더냐"
"이거요, 사랑이요."
어떻게 찾은 행복인데
너무 섣불렀던 탓인가보다.
묻지 말았어야 했다.

"... 네가 원하는 답은 아닐 것 같구나, 민규야."
모르는 게 더 나을 때가 분명 있거늘...
나는 여전히 천한 이일 뿐이다.

"아..."
"...ㅎ 오늘은 이만 잘까?
힘들게 찾은 인연인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할 것이다 민규야.
부디 사두르지 말아다오.
나도 애가 타려 하는 구나."
"...ㅎ 네 나리
내일 봬요, 사랑해요!"
그래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넉넉할 것이다.
원우와 민규는 나란히 누워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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