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은 잠깐 화면을 내려다봤다.
숙제. 그 단어 하나에 마음이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아, 이래서 연락한 거구나.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털어냈다.
그래도 연락한 게 어디야, 나를 먼저 생각했다는 거잖아.
훈은 책상 위에 펼쳐둔 노트를 급하게 정리했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낙서 자국을 깔끔하게 지웠다.
[훈]
응! 했어
잠깐만
훈은 애써 침착하고 밝게 대답하려 노력했다.
사진을 찍기 전 괜히 숙제를 한 번 더 훑어봤다.
틀린 건 없을까, 글씨가 너무 못 쓰진 않았을까,
순이 보고 비웃진 않을까.
[훈]
이거야!
몇 초 뒤, 바로 답장이 왔다.
[순]
오
땡큐 ㅎㅎ
땡큐
끝이었다.
훈은 화면을 보며 가만히 기다렸다.
혹시 이어서 뭐라도 오지 않을까 했다.
…
…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괜히 손바닥에 땀이 찼다.
이대로 대화를 끝내는 게 맞는지,
아니면 먼저 더 말을 걸어야 하는지.
훈은 용기를 내 폰 화면을 두드렸다.
[훈]
순아
오늘 학교에서 말 못걸어서 미안해
보내고 나서 바로 후회했다.
괜히 부담 되는 건 아닐까?
나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답장은 아까보다 늦게 왔다.
[순]
왜 미안해
그냥 그러는 거지 뭐
그냥 그런 거.
훈은 마음이 싱숭생숭 해졌다.
그래도 대화가 이어지는 게 좋아서 다시 물었다.
[훈]
우리 내일은 집에 같이 갈래?
용기내어 보낸 메세지 옆 1은 야속하게도 금방 없어지지 않았다. 훈은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손에 쥐고 있었다.
띠링
[순]
내일?
봐서 ㅋㅋ
'봐서'
그 단어가 훈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
확실하지 않은 대답
기대하지 말라는 듯한 말투
그래도 훈은 밝게 답했다.
[훈]
응 알겠어!
순은 그 뒤로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다음 날, 훈은 평소보다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했다.
괜히 교실 앞을 서성이면서
순이 눈에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곧 수업 시작인데 순은 오지 않았다. 늘 그러는 애였지만 오늘은 괜히 신경쓰였다.
창 밖에서 저 멀리 학주쌤께 잡힌 장난끼 섞인 얼굴을 발견했다.
역시나 친구들 사이에 껴있었다.
교실로 들어온 순을 보고도 담임쌤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벌점만이 계속 쌓여갈 뿐이었다.
순은 교실에 들어와 훈을 아는 체 하지도 않았다.
마치 어제 밤의 대화가 없었던 것처럼.
훈은 얼굴이 굳었다.
손에 쥔 샤프를 꼭 쥐었다.
그래도…
사귀는 사이는 맞겠지.
훈은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