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하남의 직진
44
“..구가.. 삐졌어..?“
“...아뇨.”
“..거짓말, 그럼 왜 나 안 봐?”
“구가.. 누나가 이렇게 보고 싶어서 왔는데.. 다시 가?”
“...누나 얼굴 보면.. 마음이 아파서...”
”응..?“
”..내 아내가 남한테 맞는 걸 눈 앞에서 봤는데.. 다 내 잘못인 거 같아서...“
“바보. 누나가 맞고만 있을 사람이야?? 그냥 맞아준 거지.”
“얼른 나한테 와서 뽀뽀나 해줘, 그럼 다 나을 거 같아ㅎ“
아까는 정말 오줌 지릴만큼 무섭게 화냈으면서 내 앞에 오니 이렇게나 여릴 수가 있나 싶었다. 내가 뭐 자기 때문에 맞은 것도 아니고 그냥 저런 사람이랑 엮인 내 잘못인데 왜 저기서 그렁그렁 눈물이나 달고 있는 거야. 열심히 밥도 싸서 왔는데 나 봐주지도 않고. 진짜 바보같아. 진짜 이 말랑콩떡..
쪽-
“푸흡..ㅋㅎㅋㅋㄹㄱ 진짜 짱귀여워.”
“...아니거든..?”
”너무 좋다, 정국이 같은 남자가 내 남자라니ㅎ“
”이렇게 귀엽고, 잘생겼고, 나만 바라봐주고ㅎ“

“...무슨 당연한 말을.. 난 누나 아니면 안 봐.”
“나도 우리 꾹이밖에 안 봐ㅎ 얼른 밥 먹자.”
“...웅.. 먹여줘...“
맞은 내 뺨에 손 올리고는 계속 안 놔주는데 심장 멎을 뻔 했다. 저렇게 달달한 눈으로 쳐다보니까.. 얼굴이 빨개지고, 후끈후끈해져서 어디 아프냐고 계속 물어보길래 밥이나 먹여줬다. 눈물 그렁그렁 달고는 아주 꼭꼭 씹어먹고 따봉까지 날려주는.. 이래서 다들 연하연하하는 거냐고... 애기 그 잡채...
“..있자나요... 앞으로는.. 내가 조치 잘 취할게요..“
“..아직도 그 생각 중이었어..?”
“..미안해요... 다 나 때문에...”
“나 괜찮다니까..ㅋㅎ 배고플텐데 밥이나 먹자, 응?”

“..진짜 사랑해요.. 여주야...”
“푸흐... 나는 눈물 많은 남자 싫은데ㅎ”
“..나.. 안 울거든...? 먼지가 들어가서...! 나 눈물도 업서..”
“응응ㅋㅋㅋ 진짜 사랑해, 바보야.”
“..내가 더요.. 진짜.. 많이..ㅎ”

“..말했잖아, 이혼할 거라고.“
”X발. 서류상 지금은 너 아내 맞잖아, 그렇게 말해도 무시하더니 X같은 년이 왜 계속 오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괴로운 건 나라고!!“

“..너가 괴로워..? X발!! 내 여자가 그딴 년한테 맞은 걸 본 내가 더 괴로워!!!”
“지켜주지 못해서!! 왜... 왜 밥같이 먹자고 와서는...! 달려가면 막을 수 있었을텐데...!”
김태형을 만나려고 회사에 찾아왔다. 정말 이혼을 할 것인지 윤주현은 더 이상 이 회사에서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밝고, 시끌벅적했던 회사가 이렇게나 조용해질 수 있었다니... 상사가 이 따위니까 그럴 수밖에 없겠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고작 찾아와서 몇 마디 하는 게 다라는 게.. 정말 미안했다. 나도 똑같이 때려주고 싶은데.. 그건 누나가 아파하겠지_

“...윤주현이... 여주를 때렸다고...?”
“X같은 입으로 고여주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마.”
“...하.. 그래, 그럼 너가 잘 지켰어야지. 이상한 년들이 안 꼬이게 니가 잘했어야지. 난 이제 아무것도 못해.“
”...ㅋㅎ 이래서 여주가 너 안 좋아하는 거야, 알아?“
”..너가 데려갔으면 잘해야할 거 아니야, 왜.. 아프게하는 건데...“
울고 싶었다. 김태형이 아직도 누나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좋아할 수야 있지만 정말 사랑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누나가 맞은 거 때문에 곧 울 거 같은 표정을 하는 김태형이 정말 짜증났다. 왜.. 왜 걱정하는 거야, 너가 윤주현한테 간 거잖아... 왜 아직도 좋아하고 있는 건데...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역겨워, 그딴 표정 짓지 마.”
“넌.. 아파할 자격 없는 거 알잖아, 너가 상처 준 게 얼만데...”
“..알아, 내가 잘못한 거 아니까.. 더 미안한 거야...“
”..내가 윤주현한테는 잘 말해둘게, 넌 여주나 챙겨.“
”행복하게.. 해주라고, 남들보다 더 행복하게..!“
”..나도 충분히 아프니까... 이제 그만하자..“
더이상은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김태형이.. 불쌍하고 안쓰럽게 느껴졌다. 누나를 사랑하면서, 왜 다른 여자한테 간 거야. 누나도 아프고 너도 아픈데... 차라리 지금이 나아. 내가 김태형보다 더 잘해줄 수 있으니까.. 더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돈이 많잖아...? 그리고... 다른 것도.... 있..나...? 내가... 누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지....? 어쩌면... 나보다 김태형이..
“..너 진짜 멍청한 거 알아?”
“알아, 그니까 그만해.”
“..X신, 앞으로 마주치지 말자. 제발.”
“...부탁 하나만 하자.”
“나 아직도 여주 좋아해.. 너도 알지?“
”..내가 너무 못해줘서.. 아프게 해줘서 이 부탁도.. 웃기지만..ㅋㅎ“

“..행복하게 해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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